독일 검찰 "우크라 정부도 인지…민간시설 공격 전쟁 범죄"
변호인 "침략국 인프라가 중요한가…자위권 행사에 러시아식 논리"
젤렌스키 등 윗선 드러날지 관심…러 "누가 지시했는지 밝혀지길"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러시아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을 폭파한 혐의를 받는 전직 우크라이나군 장교의 재판이 14일(현지시간) 시작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수뇌부의 개입 여부가 드러날지가 관심이다.
NDR방송 등에 따르면 독일 함부르크 고등법원은 이날 형법상 폭발물 폭발 유발, 주요 산업 수단 파괴, 국제법상 전쟁범죄에 해당하는 민간 에너지 인프라 공격 혐의로 기소된 세르히 쿠즈네초우(50)의 첫 공판을 열었다. 내년 1월까지 공판 일정이 잡혀 선고는 내년에나 나올 전망이다.
독일 연방검찰은 피고인이 당시 현직 장교였고 우크라이나 정부 기관이 인지한 상태였다며 이 사건을 전쟁범죄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쿠즈네초우의 변호인은 노르트스트림이 러시아 정부에 전쟁자금을 댔으므로 전쟁 중 합법적 군사 목표물이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니콜라 카네스트리니는 "침략국의 인프라가 살해당한 사람들보다 중요하냐"며 자위권 행사 차원의 행동을 전쟁범죄로 기소해 러시아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고 비난했다.
변호인단은 그러면서 쿠즈네초우가 우크라이나군과 기밀 유지 약속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도 재판부는 물론 변호인에게도 말할 수 없다며 공소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노르트스트림은 러시아에서 독일 북부 루브민으로 연결된 길이 약 1천230㎞짜리 가스관이다. 2022년 9월 발트해 보른홀름섬 근처 해저에서 노르트스트림 1·2 가스관 4개 중 3개가 폭파됐다.
노르트스트림 1 가스관 2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송량을 줄이다가 같은해 9월 완전히 가동을 중단했다. 노르트스트림 2는 2021년 완공됐으나 가동된 적은 없다. 170억유로(약 25조5천억원)를 들여 건설한 노르트스트림의 연간 최대 수송능력은 550억㎥였다. 유럽 지역 2천600만 가구의 에너지 수요와 맞먹는 양이다.
독일 검찰은 공작에 쓰인 소형 선박에 남은 증거 등을 토대로 용의자 7명의 신원을 특정했다. 기소된 인물은 작년 8월 이탈리아에서 체포된 쿠즈네초우가 유일하다. 올해 8월 크로아티아에서 붙잡힌 잠수부 볼로디미르 주라울레우는 현지 당국에 망명을 신청한 상태다.
쿠즈네초우와 주라울레우는 송환 재판 등에서 전쟁 중 군사적 행위였다며 면책을 주장했다. 폭파 행위 자체는 사실상 인정함에 따라 법원이 면책 주장을 받아들일지, 윗선이 드러날지가 쟁점이다.

독일 검찰은 쿠즈네초우를 총책으로 지목하고 그가 다른 군 관계자들과 함께 우크라이나 국가기관 지시로 공작을 계획했다고 공소장에 적었다. 서방 언론들은 그동안 우크라이나 특수부대 소속 로만 체르빈스키 대령이 작전을 짜고 발레리 잘루즈니 당시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현 영국 주재 대사)이 지휘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폭파 공작을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쿠즈네초우는 독일 수사당국에 도청당한 가족과 통화에서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고 ARD방송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난으로 경제 구조가 망가진 독일에서는 재판 결과에 따라 우크라이나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끊고 손해배상금과 가스관 수리비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번 재판에 대해 "실행하고 지시한 이들의 이름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며 "누가 진짜 범인인지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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