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전후 아파트값 상승률…광명 2→21%·수지 5→20%·분당 14→22%
시장선 "세입자 주거 불안 부작용도…정책 재검토 필요" 목소리
(세종=연합뉴스) 오진송 기자 =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지정된 경기 12개 지역 가운데 11곳에서 규제 이후 1년간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전 1년보다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광명시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규제 이전 2% 수준에서 이후 21%로 높아졌다. 용인 수지구와 성남 분당구도 규제 이후 20% 넘게 오르면서 상승 폭이 크게 확대됐다.
이 시점에서 규제의 실효성을 점검하고 실수요자와 세입자에게 미치는 부작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0월 20일 토허구역 지정 전후 각각 51주간 경기 12개 지역 중 11곳에서 아파트값 상승률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토허구역 지정일인 지난해 10월 20일을 기준으로 지정 이전 51주(2024년 10월 28일∼2025년 10월 20일)와 이후 51주(2025년 10월 20일∼2026년 10월 12일)의 아파트값 변동률을 비교한 것이다.
광명시의 아파트값은 지정 이전 51주간 1.8% 상승했으나 이후 51주간에는 20.8% 올랐다. 상승률이 19.0%포인트 높아져 경기 12개 지역 가운데 상승세가 가장 크게 확대됐다.
용인 수지구도 같은 기간 상승률이 5.2%에서 20.1%로 14.9%포인트 높아졌다.
성남 분당구는 지정 이전 13.8% 상승한 데 이어 지정 이후에도 21.7% 오르면서 상승률이 7.9%포인트 확대됐다. 경기 12개 지역 가운데 지정 이후 아파트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안양 동안구는 6.7%에서 19.2%로, 수원 영통구는 3.1%에서 18.7%로 상승률이 높아졌다.
하남시는 4.3%→16.8%로, 성남 중원구는 2.1%에서 15.4%로, 성남 수정구는 3.6%에서 13.2%로 각각 상승 폭이 확대됐다.
의왕시도 상승률이 1.0%에서 12.0%로 높아졌으며 수원 팔달구는 1.9%에서 9.1%로, 수원 장안구는 1.8%에서 7.6%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반면 과천시는 경기 12개 지역 가운데 유일하게 상승률이 둔화했다. 지정 이전 51주간 16.6% 올랐던 과천시 아파트값은 지정 이후 51주간 5.4%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상승률이 11.2%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경기도 전체 아파트값 상승률은 같은 기간 0.4%에서 6.8%로 높아졌다.
정부는 작년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으로 확대하고 토허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올해 7월 5일부터 화성시 동탄구, 용인시 기흥구, 구리시 3곳을 토허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에 따라 토허구역은 서울 전역과 경기 15개 지역으로 확대됐다.

토허구역에서는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아파트 등을 매수할 때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주택 취득 후 2년간 실거주 의무가 부과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제한해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겠다는 취지다.
아파트값 상승률에는 주택 공급 여건과 수요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규제 전후의 가격 변동만으로 토허구역 지정의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지정 이후 경기 주요 지역에서도 아파트값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광범위한 거래 규제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토허구역의 실거주 의무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나고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며 "정부 정책은 저소득층의 주거 안정을 우선해야 하는데, 고가 주택 가격을 잡기 위한 규제로 오히려 저소득층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 규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된 만큼 공청회 등을 통해 토허구역 지정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장에선 정부가 토허구역이라는 정책 카드를 동원해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뻔했던 부동산 시장을 그나마 일정 범위에서 제어했다는 분석도 함께 제기된다.
정부는 추가적인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토허구역 지정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16일 제1차 주택공급 정례브리핑에서 "추가적인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 해제 시 집값이 급등하는 이른바 '슈팅'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dind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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