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위한 진혼곡…"죽을 힘 다해 썼죠"

입력 2013-03-12 17:16   수정 2013-03-12 22:17

시인 원재훈 씨 첫 소설 '망치'


“오래 전에 원고를 불태운 적이 있었다. 수년간 쓴 200자 원고지를 무덤처럼 쌓아놓고 소주를 마시면서 불을 질렀다. 그때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허리를 굽혀 살펴보니, 그것은 내가 쓴 문장이었다. 명사와 동사, 부사와 형용사, 종결어미와 마침표와 쉼표가 나무뿌리처럼 뒤엉켜 있었다. 그 후로 오랜 시간이 흘렀고…. 나는 벽제 화장터에서 이 뼈를 다시 보았다. 아버지의 몸을 화장한 허연 자리에 인체의 골격과 함께 쇠막대기가 일곱 개 나왔다. 다리뼈 근처에 쇠막대가 타지도 않고 있었다.”

올해로 등단 25년차를 맞은 시인 원재훈 씨(사진)가 첫 번째 소설 《망치》(작가세계)를 발표한 이유다. 6·25 참전 국가유공자였던 아버지의 무릎뼈 근처에서 나온 쇠막대 일곱 개를 보고 자식으로서의 회한이 물밀듯 몰려왔다.

“아버지의 사체는 굉장히 작았어요. 저런 쇠막대를 평생 작은 몸 안에 담고 살아오시면서 얼마나 무거웠을까 싶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쓰지 않는다면 무엇을 쓸 수 있을까 생각했지요.”

이 소설의 부제는 ‘아버지를 위한 레퀴엠’. 소설은 자식으로서의 인생과 ‘자신’으로서의 인생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평생 가난을 이고 살아온 시인인 주인공은 아내의 사업이 번창해가면서 오히려 출가(出家)를 결심한다. 진실한 삶을 찾아 주인공과 결혼했던 아내는 삶이 윤택해지면서 변해갔다.

승려가 된 시인은 암자에서 아버지의 인생을 회고한다. 점점 쪼그라든 아버지의 삶은 ‘어두운 골목길을 배회하는 유기견’ 같았다.

자전적 동기에서 썼지만 울림 있는 묘사와 표현들로 보편적인 인생의 모습을 잡아내는 작품이다. 시인의 감각으로 무장한 군더더기 없는 문장들은 작품 속 순간순간을 인생의 한 부분이 아니라 전체인 것처럼 느끼게 한다. 원씨의 이 수작(秀作)이 본업인 시가 아니라 소설로 나온 이유는 뭘까.

“소설은 6년 전부터 꾸준히 쓰고 있었어요. 2003년 나온 마지막 시집 ‘딸기’ 이후에는 시가 안 써졌고, 이럴 바엔 안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죠. 돌아가신 아버지를 화장하면서 내 문학도 그 뼈들처럼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죽을 힘을 다해서 문학을 하려 했고, 그 결과가 시가 아닌 이야기로 나오더군요.”

앞으로는 시가 아닌 소설을 쓰겠다는 원씨는 1961년생. 쉰을 넘었지만 소설가로는 신인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오히려 신인의 마음으로 눈치 보지 않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나이가 주는 경험과 지식도 분명한 장점입니다.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진실을 이야기할 수 있거든요. 한국 문학의 귀퉁이에서 이 시대와 다음 세대를 이어주는 ‘쇠막대’ 역할을 하는 소설가가 될 겁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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