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보통사람들'의 기부

입력 2013-12-25 22:12   수정 2013-12-26 04:52

각박한 현실에 빛이 되는 '기부 씨앗'
민들레홀씨 되어 건강한 사회 만들어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hwangshp@sm.ac.kr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21세기는 ‘자선사업의 황금시대’라고 한다. 미국 보스턴대 사회복지연구소 보고서는 향후 50년 내에 자선사업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지구촌 곳곳의 자연재해나 기근, 또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지원에 정부기관이나 NGO 외에도 민간의 자선기부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회 저변의 중요한 과제들을 찾아내고 구체적인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면, 이런 기부문화는 공동체에 생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지난 10년간은 세계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막대한 부(富)가 조성돼 사람들은 가치 있는 일에 깊이 관여하기를 원하고 있다. 기부자들에게 이런 일을 소개해 투자하도록 하고, 사회 변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케 하면 건강한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 유명 인사들의 유산 기부가 이어지고, 또 기업에서 거둔 막대한 이익으로 재단을 설립해 야심 찬 사회참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지난 세기 동안 미국이 세계적인 슈퍼 파워를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록펠러나 카네기재단 등이 우수인재 양성을 위한 재원을 지속적으로 공급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한국 기업들도 이에 못지않은 기부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기부는 이들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유학 시절 바로 옆집에 혼자 살고 있던 미국 할머니는 자주 내게 기부금 송금을 위한 심부름을 시키곤 했다. 빠듯했을 자신의 연금 중 매월 5달러씩을 기부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가난했던 시절을 생각하면서 대학장학금으로 써달라고 기부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스토리가 우리 사회의 건강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숨어있는 ‘보통사람들’의 기부문화에서 우리 공동체의 소망을 본다. 현실에 매몰되지 않은 ‘자유로움’으로 이 사회에 빛을 던지는 사람들이다. 누군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인데, 그 일은 바로 우리 자신의 일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 유수 대학들에도 지난 몇십 년간 사회 각처와 기업, 동문, 일반인들이 발전기금을 보내주었다. 지금의 숙명여대도 제1의 창학이 조선왕실 주도로 이뤄졌다면, 제2의 창학은 그로부터 백년이 흐른 뒤 ‘보통사람들’의 기부로 세워져 가고 있다.

변화에 동참해 온 사람들의 범위가 점점 확대돼 이들이 심어놓은 기부 씨앗은 민들레 꽃씨처럼 멀리 퍼져가고 있다. 이 자리를 빌려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hwangshp@sm.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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