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소재·장비 책임지는 '별동대 연구소'

입력 2017-05-07 19:41   수정 2017-05-08 09:22

LG그룹 '숨겨진 연구원 조직' LG PRI를 아시나요

디스플레이·태양광 등 계열사 생산설비 개발 주역
협력사와 해외로…인도 LCD공장설비 설치 컨설팅 추진
2년 전 파격승진 홍순국 사장 '마당발 영업'에 이익↑



[ 노경목 기자 ]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아바코는 지난해 클린룸에 들어가는 장비인 스퍼터 4기를 LG디스플레이에 납품했다. 스퍼터는 클린룸에서 공기를 빼내 진공을 유지하는 장치로 가격이 수백억원에 달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에 제조기술이 없어 일본 업체가 시장을 100% 점유했지만 아바코가 최근 점유율을 30~40%까지 끌어올렸다. 그 과정에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연구원 조직이 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LG PRI는 해당 장비를 아바코와 공동으로 연구개발(R&D)해 국산화했다. 그 덕분에 LG그룹 계열사들은 스퍼터 매입 비용을 낮출 수 있었다.

LG PRI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LG 계열사가 필요한 생산 장비를 개발하는 연구소다. LG전자에 소속돼 있지만 독립채산제로 수익을 집계하고 그 범위 내에서 투자하는 특이한 구조다. LG PRI가 2000년 이후 수입대체에 성공한 생산설비 판매 규모는 최근 3조원을 넘어섰다.


◆새 사업 분야 발굴

LG PRI는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발전, 자동차 배터리 등 다양한 분야의 생산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LG PRI가 개발과 설계를 하면 이를 토대로 협력업체가 장비를 생산해 이익을 나누는 구조다. 홍순국 사장이 원장을 맡은 이후 LG PRI는 국내외 디스플레이 제조업체 등을 돌며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장비 수주 규모가 늘어날수록 LG PRI와 협력사의 영업이익 규모도 커진다.

최근 경기 평택에 있는 LG PRI 사업장을 방문한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사장은 각종 핵심 기술 연구개발 과정을 그대로 보여줘 놀랐다고 전했다. “이런 것까지 보여줘도 되느냐”는 그의 질문에 홍 사장은 “우리가 제품을 어떻게 개발하고 있는지 고객이 모른다면 어떻게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대 장비를 믿고 사겠느냐”고 반문했다.

올 들어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에 불고 있는 ‘인도 바람’도 홍 사장이 몰고왔다. LG PRI는 인도 전자업체 트윈스타의 인도 내 첫 번째 TV용 LCD(액정표시장치) 생산공장을 지어줄 예정이다. 돈만 트윈스타가 대고 장비업체 선정 및 생산라인 최적화까지 모두 LG PRI가 담당한다. 그 덕분에 한국 장비업체도 인도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처음 트윈스타의 제안이 왔을 때 LG디스플레이 등에서는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며 “홍 사장이 ‘사업구조나 계약 조건 등에 따라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며 설득했다”고 전했다.

◆기술 개발도 성과

홍 사장은 2015년 말 전무에서 사장으로 두 단계 승진했다. LG전자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1988년 LG PRI의 전신인 금성사 생산기술센터에 입사한 이후 정밀가공 분야 핵심 장비의 국산화 및 공법 개발에 주력했다. LG PRI를 맡은 뒤에는 LG가 그룹 차원에서 진출하고 있는 자동차 부품 및 태양광 생산과 관련한 생산설비를 적기에 내놔 사업 경쟁력을 높였다. 영업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과 함께 이 같은 기술 개발 성과가 있었기에 부사장을 건너뛴 ‘파격 승진’이 가능했다는 게 LG전자 안팎의 평가다.

홍 사장은 장비 제조회사와의 협력을 통해 관련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감을 공동 수주해 장비를 제작하는 동안 필요한 경비를 LG PRI가 대는 모델을 개발해 장비업체가 큰 도움을 받고 있다”며 “중국 업체들은 계약금을 주지 않아 장비 제작 기간에 현금이 말라 도산하는 업체도 있었는데 LG PRI와 협력하면 해결된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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