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아닌 '꽃할배',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 4가지

입력 2018-06-27 17:37   수정 2018-06-27 18:13


평균나이 78.8세. 할벤저스와 짐꾼지니의 리얼 배낭여행기, tvN ‘꽃보다 할배’가 3년만에 안방극장을 찾는다.

2013년 첫 방송된 ‘꽃보다 할배’(이하 꽃할배)는 KBS 출신 나영석 PD가 tvN으로 이직 후 ‘나영석 군단’을 만드는데 일조한 일등공신 프로그램이다. 당시 내로라하는 중견배우 이순재, 신구, 박근형, 백일섭에 짐꾼 이서진을 멤버로 대만, 스페인, 그리스, 유럽 등을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줬다.

6년이 흘렀다. 그동안 나영석 군단은 ‘꽃할배’를 주축으로 ‘꽃보다’ 시리즈를 런칭했다. ‘꽃보다 누나’도 ‘꽃보다 청춘’도 성공했고, 이를 발판으로 ‘삼시세끼’, ‘윤식당’, ‘알쓸신잡’등 tvN의 킬러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70대였던 맏형 이순재는 올해로 여든 네 살이 됐다. 짐꾼 이서진 또한 마흔 여덟살로 이제 쉰을 바라보는 나이다. 평균 연령은 늘었지만 ‘할배’들의 여행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졌다. 물론 현재 방영 중인 여행프로그램은 열 손가락으로 꼽아야 할 만큼 늘었지만 제작진은 ‘꽃할배’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한다.

◆ 황혼의 배낭여행, 시청자도 아주 특별한 간접 경험


27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한 카페에서 만난 나영석 PD와 김대주 작가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꽃할배’ 시리즈에 대한 기대로 차있었다.

이번 ‘꽃할배’의 여행은 독일 베를린을 시작으로 체코, 오스트리아 등 동유럽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볼거리와 이야기들을 담아낼 예정이다. 제작진은 이번 시즌에도 ‘아주 특별한 경험’을 하고 왔다고 입을 모은다.

나영석 PD는 “젊은 친구에게 5~6년은 금방이지만 80대인 이순재, 신구 선생님은 다르다. 3년 만에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선생님들의 연세와 건강 걱정이 제일 컸다. 여행 스케줄을 힘겨워하면 어쩌나, 즐기자고 하는 일인데 괜히 괴로우시면 어쩌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번 ‘꽃할배’ 여행의 도화선은 이순재였다고 나 PD는 말한다. 그는 “이순재 선생님과 커피를 마시는데 ‘또 가야지’ 하시더라. 가장 연장자이신데 여전히 여행에 대한 열정과 의욕을 보이셨다. 이에 우리도 힘을 내서 가보자 했고, 그런 모습들이 시청자들에게 좋게 다가가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김대주 작가는 “70년 넘게 사진 분들이 3년만에 돌아온다고 해서 캐릭터가 바뀌진 않는다. 왜 직진순재인지, 왜 미소가 아름다운 신구인지, 왜 청년 근형 선생님인지, 더 업그레이드된 출연자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동유럽으로 여행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나 PD는 “선생님들에게 무리가 가지 않는 비행 스케줄인가, 견디기 좋은 날씨인가, 가본적이 없는 곳인가가 기준”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시즌 ‘꽃할배’들은 독일 베를린 장벽을 방문하게 됐다. 김 작가는 “베를린 장벽을 보면서 우리는 교과서나, 어릴적 흐릿하게 들었던 기억인데 할아버지들은 직접적인 기억을 갖고 있다. 우리는 통일에 대해 얘기를 하면서도 추상적이거나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들은 현실적으로 구체적으로 느끼고 말한다.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 하는 것이 보여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PD는 “선생님들 중 실향민은 없지만 피난얘기를 늘 하신다. 솔직히 분단이 없는 외국인이 봤을 때 장벽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큰 감정이입이 없을 듯 한데 우리는 다른 외국인들보다는 조금 더 큰 감정을 가지고 바라본다. 그 감정의 확대 버전이 바로 선생님들이다”라고 거들었다.

이어 “휴전선이 없을 때 태어나 남과 북이 나뉜 여러 순간들을 살아내고 계시는 분들이다. 현재 베를린 장벽은 사진을 찍는 명소로 변했는데 선생님들은 ‘우리나라도 저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하시더라”라고 덧붙였다.


◆ 新 막내 캐릭, 김용건 합류…별명은 '건건이'


이번 시즌부터 백일섭의 뒤를 이어 73세 막내 김용건이 등장한다. 새롭게 등장하는 캐릭터인 김용건은 ‘꽃할배 리턴즈’의 활력소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나영석 PD는 "이번엔 어르신을 한 분 더 모시고 싶었다. 백일섭 선생님이 막내였으니 진짜 막내가 들어오면 재밌겠고, 이서진을 더 괴롭힐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김용건 선생님을 섭외하게 됐다. 이서진이 더 편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생님은 꽃할배 중 젊은 피라서 어디 다니실 때도 보조 가이드처럼 음식주문도 해주신다.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 합류해 한층 더 즐겁게 여행을 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용건은 20대 시절 백일섭과 함께 하숙을 할 정도로 절친한 사이라고 한다. 김대주 작가는 "두 분과 박근형 선생님까지 놀러다니는 멤버였어서 세 분이 공유하는 추억이 있으시더라. 예전 추억을 되살리면서 여행의 활력소가 됐다”고 전했다.

나 PD가 밝힌 김용건의 별명은 ‘건건이’다. 그는 "요즘 쓰는 말이 아니라 20대 때 별명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농담을 많이 하셨다고”라며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신데 농담을 하루에 1000개 이상을 하는 것 같다. 제작진이 농담이면 왼손, 진담이면 오른손 들라고까지 했다. 거의 왼손을 들고 계신다. 그래서인지 꽃할배들이 어느 때 보다 말씀을 많이 하시고, 즐거운 여행이 되었던 것 같다"면서 기대감을 자아냈다.

제작진은 김용건에 대한 특별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나 PD는 “부탁하지 않았는데 국제운전면허증을 따오셨다. 혹시 운전할 기회가 있으면 해보고 싶다면서. 저희도 깜짝 놀랐다. 그런데 오히려 선생님들이 반대를 했다. ‘서진이는 늘 운전을 해서 경험이 있는데 용건이는 못 믿겠다’라시면서. 조금이라도 운전하고 싶어하셨는데 운전대를 잠시 잡았다가 이서진에게 자리를 내줬다”고 귀띔했다.

◆ '노안' 온 이서진, ‘구력’이 있다


‘꽃할배’의 공식 짐꾼 이서진에 대한 기대도 있다. 나영석 군단이 연출하는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그는 나 PD의 페르소나로 불릴 만큼 시청자에게도 친근감이 있다.

나 PD는 이서진에 대해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본인이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부터는 할배로 가겠다’고 한다. 심지어 노안이 와서 지도를 잘 못 본다. 하지만 구력이라는 게 있다. 노련하다"고 칭찬했다.

김대주 작가는 "이제 본인이 뛰고 해결한다기보다 주변 상황을 보고 이용하기 시작했다. 노하우가 생겨 ‘프로 짐꾼러’가 됐다. 할아버지가 5명으로 늘어 처음엔 힘들어 했지만 막내 김용건 선생님이 많은 일을 하신다. 그래서 이서진의 부담은 줄었다"고 거들었다.

나 PD는 "처음에 김용건 선생님 합류를 이서진이 모르고 있었다. 젊은 피 수혈된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하더라. ‘젊은 자식이 늦는다고 왜 안 오냐고, 가만히 안 둔다’고 그랬는데 용건 선생님이 오시니 깜짝 놀라더라. 근래 3년 중에 가장 웃겼다. 확실히 속이는 맛이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만화 보는 줄 알았다"고 비화를 전했다.

◆ 베스트셀러 아닌 '꽃할배'가 갖는 의미


긴 시간 동안 ‘꽃보다 할배’를 좋은 시선으로만 보는 이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비슷한 포맷의 여행 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노잼’(재미없다)이라는 의견도, 할아버지 멤버를 바꾸라는 의견도, 짐꾼 충원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나영석 PD는 론칭 당시 가졌던 최초의 스탠스를 유지한다.

나 PD는 ‘꽃할배’에 대해 “스테디셀러지만 베스트셀러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화제성 꽃보다 청춘이 높았고 시청률은 꽃보다 누나가 높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꽃할배’ 카드를 계속 꺼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이 지긋한 진짜 어른들의 여행은 젊은 연예인들의 여행과는 다른 지점에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나 PD는 “시청자는 ‘꽃할배’를 보면서 저분들이 또 나오셨구나, 예전보다 나이는 드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왕성히 여행을 즐기시는 구나라고 생각할 것 같다. 그리곤 선생님의 한마디에 자극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선생님들이 대단한 말을 해서가 아니라 하나라도 더 보고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감정은 촬영하면서 느낀 저희 감정과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시청률 보다는 순수한 의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나영석 PD에게 ‘꽃할배’란 개인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그는 “이직을 해서 처음으로 선보인 프로그램이고, 그 뒤로 수많은 프로그램을 했지만 기억 속에 남아있는 프로젝트 이기도 하다. 프로그램을 하면 여러 가지 계산을 하게 된다. 하지만 '꽃할배'는 그런 계산과 가치 판단에서 벗어난 프로젝트다. 할 수 있으면 해야지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고정을 넣어보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늘 돌이켜보면 선생님들과 시청자가 원하는 건 그런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며 "어쩌면 좀 밋밋하겠지만 어른들의 여행을 방해하지 않고 담백하게 찍어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률은 이번에도 어쩌면 올라갈 수도 떨어질 수도 있겠다. 시청률을 고려하지 않고 심심할 지라도 정공법을 택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나 PD는 여전히 시청률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는 "'시청률에 개의치 않냐'고 묻는다면 굉장히 개의하는 편"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어떻게 하면 검색어도 올라가고 시청률도 오르는지 알고 있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참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꽃할배'에 기대하는 시청률은 7~8% 정도"라며 "그거보다 많이 나오면 기쁘고, 떨어져도 5% 아래로는 안 떨어졌으면 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나 PD는 “제가 ‘1박2일’도 5년 밖에 안 했다. 햇수로만 치면 ‘꽃할배’는 6년째 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기존 시청자들에겐 여전히 재미있는 콘텐츠가 될 것 같다. 지금까지의 ‘꽃할배’ 중 가장 수다스러운 ‘꽃할배’가 돌아올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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