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팹리스의 부상과 한국 AI 반도체의 생존 전략

입력 2026-06-02 10:11   수정 2026-06-18 08:59

중국 팹리스의 부상과 한국 AI 반도체의 생존 전략

'AI를 넘어서는 성공투자' 한국경제신문의 투자 전문 플랫폼 '한경 프리미엄9'에 게재됐습니다.



반도체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전자기기의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핵심 부품이다. 그래서 산업의 쌀이라 부르기도 한다. 드론, 전투기, 우주개발에도 사용되다 보니 국가 전략 자산이 되고 있다.

중국은 대부분의 주력 산업에서 우리나라를 추월했고, 기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 또한 위협이 되고 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지만, 시스템반도체 특히 설계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강도 높은 기술 제재 속에서도 반도체 자립화를 서두르며, 특히 팹리스 중심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을 빠르게 키워왔다. 중국 팹리스들은 양적이나 질적인 면에서 우리나라를 압도한다. 글로벌 팹리스 시장 점유율은 미국, 대만에 이어서 중국이 세계 3위이다.

중국이 지금의 위치에 오른 배경에는 몇 가지 면에서 우리와 달랐다. 첫째, 중국 정부는 핵심 산업의 기술 자립을 위해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매커니즘, 즉 중국어로 용착기제(容錯機制) 정책을 시행했다. 중국은 실패라는 자산을 쌓아온 셈이다.

단발성 과제가 아니라 실패해도 재도전을 허용하는 제도적 장치를 중국은 갖고 있다. 우리는 과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도전적 연구보다 거의 성공이 예정된 연구 과제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실패를 용인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지원 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 AI반도체 스타트업은 개발에만 수년이 걸리고, 많은 우수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 작동하는 샘플 칩을 만들었더라도 상용화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둘째, 반도체 칩이 개발돼도 이를 사업화까지 가는 단계에서 실증이 필요 하다. 중국은 정부와 공공기관이 국산 AI반도체 사용을 의무화하면서 초기시장을 보장했다. 이미 공공 데이터센터 컴퓨팅칩 절반 이상을 화웨이·캠브리콘 등 중국 기업의 AI반도체 사용을 의무화했다. 중국 정부가 이들 기업에 강력한 수요를 창출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실제 상용화하면서 개선이 가능하고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국산 칩을 실제로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피드백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 없이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

셋째는 대기업 중심의 수직적 생태계 구축이다. 화웨이,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AI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거나 유망 팹리스를 전략적으로 육성하며 수요 기업?팹리스?파운드리로 이어지는 수직 통합 생태계를 형성했다. 대기업이 자체 AI 반도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내 팹리스와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정부 또한 국산 반도체를 사용하는 기업에 대해 과감한 세제 혜택과 규제 특례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넷째, 우수한 이공계 출신의 인력들이 밤낮없이 열심히 일한다. 중국은 법적으로 996 근무제(오전 9시~오후 9시, 주 6일)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996 관행이 묵인되거나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업무에까지 주52시간제의 획일적 근로시간 규제를 적용하면서 혁신의 속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생산직 중심의 노동과 고난도의 연구개발 현장은 분명히 다르다. 연구개발 분야만큼은 성과와 몰입, 프로젝트 특성을 반영한 보다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결국 반도체다.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를 마냥 즐길 여유는 없다. HBM에 더해 AI반도체 역량을 재정비할 절호의 기회다. AI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진다면 미래 산업 주도권을 상실하게 된다.

중국 팹리스의 성장에서 배워야 할 것은 분명하다. 한국 팹리스는 양보다는 질로 가야 한다. 칩 분야별로 더욱 전문화하고,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도록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 정부는 실패를 감수하는 연구개발 지원, 공공 수요 기반의 실증 확대, 대기업과 팹리스의 전략적 협업 촉진에 더 속도감 있게 나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지금 이야말로 한국 반도체 산업이 메모리 강국을 넘어 진정한 AI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