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남양유업 인수 지연으로 입은 피해를 배상하라며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기업 가치 산정 방식과 '오너 리스크'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합의12-2부(부장판사 서승렬)는 24일 오전 한앤코가 홍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1심 재판부는 앞서 홍 전 회장이 한앤코에 660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후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항소했다.
한앤코는 2021년 5월 홍 전 회장 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3.08%를 3107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 그러나 홍 전 회장은 그해 9월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한앤코는 계약 취소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해 2024년 1월 남양유업 지분을 최종 인수했다.
한앤코는 홍 전 회장의 단순 변심으로 인수가 33개월가량 늦어진 데 따른 손해를 배상받겠다며 소송을 냈다. 그 기간 남양유업의 적자가 누적돼 불이익을 봤다는 이유에서다. 한앤코는 소송 제기 당시 500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요구했다. 작년 5월엔 배상 요구액이 936억원으로 늘었다.
1심은 이 중 70%인 660억원을 손해로 인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기업 가치 하락과 관련한 오너 리스크 여부를 지적했다. 재판부는 "불가리스 사태가 오너 리스크인지, 기업과 관련된 리스크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1심은 오너 리스크로 인해 기업가치가 하락했다고 판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2021년 발생한 '불가리스 사태'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불가리스의 허위 광고에 대해 질병관리청이 반박하자, 홍 전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한 사건이다. 남양유업은 허위 광고로 벌금 5000만원을 선고받았고, 홍 전 회장은 이후 회장직을 내려놨다.
기업 가치 산정 방식도 주요 쟁점이다. 한앤코 측은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적용해 손해액을 산정했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시장점유율이 2021년 7월 30일 14%대에서 2024년 1월엔 12.6%로까지 떨어졌다는 것이 한앤코 측의 주장이다.
홍 전 회장 측은 "공식적으로 시장별 시장점유율이라는 자료는 없다"며 "기업 가치 산정에는 여러 변수가 포함되는데, 한앤코는 가중평균을 활용해 임의로 시장점유율 자료를 만들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양측에 "회계 법인에 의뢰한 자료는 논박의 대상만 될 뿐 큰 의미가 없다"면서 "공식적인 재무제표가 중요하다"고 했다.
2차 변론기일은 오는 9월 2일 오후 5시 30분에 열린다.
임민규 기자 jessim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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