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도 합류한 '팍스 실리카'…미국, AI 공급망 동맹 확대

입력 2026-06-25 08:29   수정 2026-06-25 08:35


미국이 주도하는 AI 공급망 협력체 '팍스 실리카(Pax Silica)'에 유럽연합(EU)과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가 새로 합류했다. AI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반도체와 핵심 광물 등 전략 공급망을 중국 의존에서 벗어나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팍스 실리카 정상회의 개막과 함께 EU와 네덜란드, 독일, 그리스가 신규 회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주에는 아르헨티나, 칠레, 코스타리카, 카자흐스탄, 파나마도 합류할 예정으로, 전체 참여국은 24개국으로 늘어난다.

팍스 실리카는 미국이 지난해 출범시킨 AI 경제 안보 협력체다. 반도체와 핵심 광물, 에너지 등 AI 산업 전반의 공급망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미국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인 제이컵 헬버그는 G7이나 G20은 AI 혁신을 위한 공급망 네트워크를 구축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헬버그는 "AI가 세계 경제 구조를 바꾸는 시기에 AI 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설계된 국제 협의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이 AI 발전 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팍스 실리카가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엔의 글로벌 디지털 콤팩트(Global Digital Compact)가 강조하는 '디지털 주권'은 국가별 중복 투자를 초래할 수 있다며, 대신 '혁신 주권(Innovation Sovereignty)'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개국이 넘는 회원국은 이번 주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에도 서명할 예정이다. 미국이 자국 이익을 확대하기 위한 협력체라는 지적에 대해 헬버그는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를 사례로 들며 미국 기술을 활용해 자국 기술기업을 육성한 성공 사례라고 반박했다.

팍스 실리카 확대는 미국이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자원의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전략과도 맞물려 있다. 헬버그는 중국이 동맹국들의 참여를 저지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의 일대일로가 국가 주도로 운영되면서 투명성이 부족하고 자본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며 채무 부담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공급망 구축과 함께 제조 경쟁력 강화에도 나선다. 국무부는 스탠퍼드대와 제조업 중심의 새로운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헬버그는 미국 교육 시스템에는 제조 분야 인재 양성에 큰 공백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투자 기반도 확대한다. 미국과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에 경제 안보 지대를 조성하기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광물 공급망 확대를 위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투자자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규제 및 법률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미국은 필리핀에서도 유사한 경제구역을 추진 중이며, 중앙아시아와의 새로운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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