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브랜드들이 유통 플랫폼 입점 경쟁을 넘어 ‘내 고객’ 확보전에 나서고 있다. 올리브영, 쿠팡, 아마존, 틱톡숍 등 대형 플랫폼은 초기 매출과 인지도 확보에는 유리하지만 고객 데이터는 플랫폼에 쌓인다. 브랜드들이 자사몰과 멤버십, CRM(고객관계관리)을 강화하는 이유다.
라스트스프링은 스킨케어 브랜드 포들을 운영하는 K뷰티 스타트업이다. 포들은 클렌징과 토너패드, 세럼, 크림 등 기초화장품을 주력으로 한다. 후발주자인 이 회사는 올리브영 등 대형 유통 채널 입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사몰을 중심으로 고객 데이터를 쌓는 전략을 택했다.
그동안 인디 K뷰티 브랜드는 대형 유통망을 발판 삼아 성장했다. 국내에서는 올리브영 입점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핵심 통로였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지난해 올리브영에서 연매출 100억원을 넘긴 K뷰티 브랜드는 116개로, 2020년 36개에서 5년 만에 세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연매출 1000억원 이상 브랜드도 닥터지, 달바, 라운드랩, 메디힐, 클리오, 토리든 등 6개로 집계됐다.
플랫폼의 힘은 해외에서도 커지고 있다. 에이피알의 메디큐브는 아마존, 틱톡숍, 얼타뷰티 등을 통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한 대표 사례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 1조5273억원, 영업이익 3655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은 1조225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했다. 메디큐브는 틱톡과 인플루언서 마케팅으로 해외 소비자를 끌어모은 뒤 아마존과 틱톡숍, 얼타뷰티 등으로 판매 채널을 넓혔다.
문제는 플랫폼 중심 성장이 커질수록 브랜드가 최종 소비자와 직접 맺는 관계는 약해진다는 점이다. 누가 어떤 피부 고민으로 제품을 샀는지, 어느 시점에 재구매하는지, 어떤 제품 조합을 선호하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플랫폼 안에 남는다. 할인 행사와 랭킹 경쟁에 의존할수록 브랜드 충성도보다 가격 민감도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K뷰티 경쟁의 무게중심이 ‘입점’에서 ‘고객 유지’로 옮겨가고 있다고 본다. 제조자개발생산(ODM) 역량이 높아지면서 신생 브랜드도 빠르게 제품을 낼 수 있게 됐다. 제품력은 상향 평준화됐고 비슷한 콘셉트의 제품이 쏟아지는 속도도 빨라졌다. 히트 상품 하나로 장기 성장을 이어가기 어려워진 셈이다.
뷰티업계 관계자는 “올리브영이나 아마존에 입점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플랫폼에서 잘 팔리는 브랜드와 고객을 보유한 브랜드는 다르다”며 “K뷰티의 다음 경쟁은 어디에 들어갔느냐가 아니라 고객을 얼마나 자기 자산으로 만들었느냐에서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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