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도 ‘비비고’처럼…CJ, K증류주 판 키운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

입력 2026-07-20 10:00  

전통주도 ‘비비고’처럼…CJ, K증류주 판 키운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



CJ제일제당이 전통 증류주 시장에 뛰어들었다. 직접 양조장을 세워 술을 만드는 대신 국내 중소 양조장의 원액을 발굴해 숙성·브랜딩하고 해외에 유통하는 ‘K증류주 플랫폼’을 택했다. 만두와 김치 등 한국 음식을 ‘비비고’라는 글로벌 브랜드로 묶어낸 전략을 전통주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넥스트 비비고' 찾는 CJ제일제당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전날 프리미엄 증류주 브랜드 ‘자리(jari)’를 공개했다. 첫 제품은 ‘자리 문배술 24’와 ‘자리 가무치 24’ 두 종류다. 문배주양조원과 다농바이오가 생산한 원액을 지난해 1월 충남 논산에 마련한 전용 시설에서 옹기 숙성했다. 두 제품 모두 알코올 도수는 24도다.

자리 문배술은 국가무형유산인 문배술을 사계절 동안 숙성해 배를 넣지 않고도 나는 특유의 배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을 강조했다. 자리 가무치는 쌀로 만든 증류식 소주 ‘가무치’를 숙성해 은은한 단맛과 열대과일 향을 살렸다. 술을 매개로 사람과 음식, 문화가 연결된다는 의미에서 브랜드 이름을 ‘자리’로 정했다.

CJ제일제당이 처음부터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아니라 파인다이닝과 프리미엄 레스토랑을 판매처로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술만 따로 판매하기보다 한식 코스와 칵테일을 함께 구성해 브랜드 경험을 먼저 쌓겠다는 전략이다. 론칭 행사에서도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 ‘소울’의 김희은 셰프와 홍두의 바텐더가 자리로 만든 칵테일과 한식 코스를 선보였다. 올가을에는 뉴욕 등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핵심은 CJ제일제당이 전통주를 직접 생산하는 주류회사보다 여러 양조장을 묶는 브랜드·유통 사업자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지역 양조장은 좋은 원액과 제조 기술을 보유하고도 제품 개발과 마케팅, 해외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CJ제일제당은 양조장의 원액에 숙성과 품질 관리, 디자인, 외식업계 네트워크와 해외 유통망을 결합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수 침체·양조장 난립에 산업 규모 감소

국내 전통주 시장은 성장했지만 아직 산업 규모가 크지 않다. 전통주 출고액은 2019년 531억원에서 2022년 1629억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1475억원으로 9.6% 감소했다. 온라인 판매 허용 등에 힘입어 시장 저변은 넓어졌지만 소규모 양조장이 난립하고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국내에서는 원소주와 화요 등 프리미엄 증류식 소주가 젊은 소비자에게 주목받으며 시장을 넓혔다. 최근에는 높은 가격 장벽을 낮추기 위해 대형마트 판매가를 1만원 안팎으로 책정한 제품도 등장했다. 증류주가 일부 애호가의 술에서 일상적인 식중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자리의 성패 역시 가격에 달렸다. 고급 한식당에서 음식과 함께 경험하게 한 뒤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K푸드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면 중소 양조장과 대기업의 새로운 협업 모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숙성·브랜딩 비용이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가격으로 이어지면 한정된 외식 채널을 벗어나기 어렵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국내 중소 양조장과 협업해 한국 전통 증류주의 맛과 향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문화와 정서까지 전달할 것”이라며 “K푸드와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직접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실제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까지 함께 짚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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