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상쾌하다. 공원 걸을 때보다 2배 더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지난해 가을, 배우 안소희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첫 러닝 도전'으로 한강 공원에서 지인들과 3km를 뛴 후 내뱉은 감상이다. 안소희는 평소 필라테스와 수중 러닝 등을 통해 몸을 관리해 왔다. 서울숲 인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안소희는 달리기 위해 한강까지 나섰다.
안소희만이 아니다. 한강은 이미 스타들이 즐겨 찾는 러닝의 성지가 됐다.
손흥민은 한국을 찾을 때마다 한강변을 달린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여름에도 운동복 차림으로 한강변 자전거 도로를 뛰는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포착되며 화제가 됐다. 손흥민은 당시 트레이너와 함께 개인 훈련을 소화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연예계 대표 '러닝 전도사'인 션 역시 한남동 거주자이지만, 달릴 땐 한강을 찾는다. 배우 박보검 역시 종로에 살면서도 한강까지 원정 러닝을 나온다. 션이 이영표 축구 해설위원, 박보검 등과 함께 꾸린 러닝 모임 '언노운 크루'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셀럽이 모인 러닝 모임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의 모임 장소도 한강이다.
유명 러닝 마니아들이 동네 공원 대신 한강을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강에는 다른 어떤 도심 러닝 코스도 줄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강변 자전거·보행 겸용도로는 강 양쪽을 따라 총 길이가 80km에 달한다. 뚝섬에서 반포, 여의도에서 마포까지 어디서 출발하든 평지 위주의 완만한 길이 이어진다. 오르내림이 없으니 페이스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좋고, 무릎 부담도 적다.
여기에 신호등이나 횡단보도에 거의 방해받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할 수 있다. 초보자는 5㎞, 숙련자는 10~20㎞ 이상 장거리 훈련까지 가능하다.
아스팔트보다 상대적으로 충격 흡수가 잘 되는 포장 재질을 곳곳에 적용한 것도 러너들이 선호하는 이유다.
조망이 주는 해방감도 빼놓을 수 없다. 빌딩 사이를 달리는 도심 러닝이나 나무만 보이는 공원 러닝과 달리, 한강변은 시야가 확 트여 있다. 강 건너편 풍경, 다리 위로 이어지는 직선 도로, 저녁이면 물 위에 깔리는 빛까지, 달리면서 보이는 것들이 러너들을 다시 한강으로 나오게 만든다.
물을 바라보며 달리는 이른바 '블루 스페이스(Blue Space)' 효과는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스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꾸준히 발표돼 왔다. 한강의 탁 트인 개방감과 강바람은 도심 속에서도 답답함을 덜어주며, 실제 러너들 사이에서도 "같은 거리라도 한강에서는 더 쉽게 뛴다"는 평가가 많다.
뿐만 아니라 한강은 새벽이나 야간에도 비교적 조명이 잘 갖춰져 있고 이용객이 많아 혼자 운동하기에도 부담이 적다. 넓은 공간 덕분에 일반 시민들과 자연스럽게 섞여 운동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이다. 손흥민이 모자도 마스크도 없이 한강변을 달릴 수 있었던 건 그만큼 자연스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개인 러닝을 넘어 한강은 이제 '러닝 크루 문화'의 거점이 됐다. 주말 아침 한강 공원 곳곳에는 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달리는 크루들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러닝 전후 한강 피크닉이나 편의점 라면까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한강을 정식 무대로 달리는 마라톤 대회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오는 10월 5일(월·휴일) 여의도공원 문화의 마당 일대에서 열리는 한경서울마라톤이다. 이 대회는 여의도 한강공원을 중심으로 열리며 하프, 10㎞ 등 다양한 코스를 운영한다. 기록 경쟁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부담 없이 참가할 수 있는 축제형 마라톤을 표방한다.
한강을 배경으로 한 마라톤 대회는 이 외에도 다양하다. 밤 시간대에 달리는 야간 마라톤, 초보자를 위한 5km 단거리 대회까지 더하면 한강을 코스로 삼는 러닝 이벤트는 연중 거의 매주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이나 콘텐츠와 결합한 러닝 이벤트까지 등장하며 한강은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하나의 문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본다. 과거 헬스장 중심이던 운동 문화가 야외 활동과 커뮤니티 중심으로 이동했고, 건강관리와 사회적 교류, 힐링을 동시에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으면서 한강의 가치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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