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로서 송무 업무를 하다 보면 의뢰인 또는 동료 변호사로부터 “담당 재판장이 누구인가?”, “재판장이 어떤 성향인가?”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수사단계에서도 담당 검사나 담당 수사관의 성향을 파악한다. 과거에는 특정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되더라도 큰 틀에서 동일하거나 비슷한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 최근 들어 그러한 신뢰가 상당 부분 약화돼 어느 재판부에 배당되는지가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혹자는 이를 ‘재판부 리스크’라고 부른다.예전에도 노동 사건이나 공안사건, 정치적 사건 등에서는 재판장의 성향이 결론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일반 민·형사 사건에서도 재판부가 사건을 보는 관점, 즉 프레임이 결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원인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사법연수원에서 동일한 교육을 받고 곧바로 판사가 됐고, 이후에도 선배들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았다. 모호한 사건이나 고민이 되는 사건은 선배나 동료들과 상의해 처리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결론의 동일성이 확보되는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법조 일원화로 법관 임용 전부터 다양한 전공과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법관이 되는 등 법관 사회의 다양성이 확보됐지만 균질성은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 시대가 변하면서 법관 사회 내 선후배, 동료 간 의견교환과 소통이 많이 부족해진 것도 원인이다.
판사도 사람이기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언제든 오류나 독단에 빠질 수 있다. 그런데 과거와 달리 법관 사회 내부의 의사소통 부재 등의 이유로 그러한 오류나 독단이 시정되지 않고 바로 판결로 이어지는 확률이 높아졌다. 동종의 유사 사건이 여러 재판부에 배당되었는데 재판부에 따라 승패나 유무죄 판단이 달라지는 것, 비슷한 죄질의 사건에서 재판부에 따라 양형에서 많은 편차가 발생하는 것, 항소심이 별다른 증거조사도 없이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을 뒤집는 것은 그 결론의 당부와 무관하게 재판에 대한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누군가는 틀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법관 사회 내부, 적어도 재판부 구성원 사이의 활발한 토론과 소통을 바탕으로 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변호사 업계에서 단독 재판보다 합의부 재판을 선호하는 이유는 적어도 2명 이상이 같은 기록을 보고 사건에 대한 시각, 결론 등을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합의부 재판에서는 재판부 내부의 소통, 그리고 견제와 균형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1인에 의한 재판보다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다. 검찰 개혁의 원인이 된 인지수사나 별건 수사의 폐해를 막기 위해 검찰조직 자체를 해체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적어도 지금과 같이 검찰의 수사개시권을 없애는 이상 검찰에 보완 수사권을 주고 경찰이 전건송치를 하는 것이 경찰권의 비대화를 막고 검경 간의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는 길일 것이다. 핵심은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이지 검찰의 수사권을 무작정 없애는 것이 아니다.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호 견제하며 균형점을 찾아 나가는 것이 민주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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