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LS’ 전략으로 미국 인공지능(AI) 전력 인프라 시장을 싹쓸이할 것입니다.”지난 3일 경기 안양시 가온전선 사옥에서 만난 정현 대표(사진)는 자신감이 넘쳤다. 국내에서 쌓은 케이블 노하우와 LS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를 앞세워 세계 AI 데이터센터 시장의 심장부인 미국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의 AI 인프라 및 전력망 투자가 2040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현지 설비 투자와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판단은 적중했다. 최근 가온전선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AI 기업과 5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부품 ‘버스덕트’ 장기공급계약(LTA)을 맺었다. 현재 미국 빅테크를 중심으로 확보한 전력망 제품 수주 잔액만 2억달러(약 2863억원)를 넘는다. 정 대표는 “올해 회사의 북미 법인 LSCUS를 포함한 현지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사 매출이 2조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기존 15% 정도이던 북미 사업 비중이 올해 30% 이상으로 확대되는 셈이다.가온전선은 LS그룹의 ‘원 LS’ 전략 아래에서 움직인다. ‘LS MnM의 소재→가온전선의 중·저전압 배전 케이블→LS전선의 버스덕트·초고압 해저케이블→LS일렉트릭의 전력기기’로 이어지는 ‘종합 전력망 솔루션’에 포함되면서다. 정 대표는 “미국에서도 케이블과 버스덕트를 각각 공급하는 업체는 많지만, 전력망을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덧붙였다.
북미 시장의 전력 인프라 수요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15년 이상, 2040년 이후까지도 수요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요 증가에 맞춰 LSCUS의 생산능력도 확대하고 있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타보로 공장에 5000만달러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릴 방침이다. 오는 10월 가동에 들어간다. 그는 “설치 구축 막바지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 부족을 고려해 공정 효율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온전선은 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중전압(MV) 케이블 고도화와 함께 데이터센터 내부 전력선을 하나로 연결하는 ‘케이블 버스’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S전선과 협업해 해상풍력 인터어레이 케이블 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인터어레이 케이블은 풍력 터빈과 터빈 사이를 연결하는 핵심 제품이다.
해외 시장도 넓혀나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일본과 동남아시아를 차세대 성장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양=강해령/김채연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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