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해외 부동산 시장 관련 가장 큰 화제는 일본 도쿄 23구 기존 맨션의 매도 호가가 2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입니다. 올해 6월 평균 매도 호가는 1억2741만엔으로 전월 대비 0.8% 하락했습니다. 이 한 줄의 뉴스만 보면 수년간 이어진 도쿄 부동산 상승장이 끝나고 본격적인 하락 국면이 시작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시장의 이면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흐름이 나타납니다. 이번에 꺾인 것은 집값이 아니라 매도자의 기대가격입니다. 지금 도쿄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는 시장의 붕괴가 아니라, 가격이 결정되는 방식이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많은 투자자가 놓치는 지점은 이번 지표가 실제 거래가격이 아니라 시장에 나온 매도 희망가격을 집계한 수치라는 사실입니다. 실거래를 집계하는 통계에서는 같은 시기 도쿄 23구의 단가가 여전히 상승 흐름을 유지했지만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초고가 자산이 밀집한 도심 지역에서는 이미 연초부터 상승 피로감이 먼저 나타났습니다. 즉 시장 가격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매수자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높아진 매도자의 눈높이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내려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는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고유한 가격 형성 구조를 이해해야 더욱 분명해집니다. 부동산은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이 아니라, 매도자와 매수자가 서로의 기대 수준을 조정하며 거래가격을 형성해가는 시장입니다. 상승기에는 거래가 활발해지면서 호가가 빠르게 올라가지만, 시장이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국면에서는 거래량이 먼저 줄고 호가가 뒤따라 조정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번 도쿄 시장 역시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기보다는 과열된 기대치가 실제 수요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수렴하며 새로운 균형가격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여기에 일본은행의 금리 정상화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만으로도 투자 결정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자금조달 비용과 보유 비용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특히 고가 자산일수록 투자자는 단순한 시세차익보다 임대수익과 현금흐름을 더욱 꼼꼼하게 따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거래량 감소와 호가 조정을 앞당긴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조정이 시장 전반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근거는 신축 시장에 있습니다. 올 상반기 수도권 신축 맨션 평균 분양가는 전년 동기 대비 13.1% 오르며 사상 처음으로 1억엔을 넘었습니다. 도심 평균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새로 썼습니다. 건설비와 인건비 부담이 계속 커지는 가운데 신규 공급은 제한적입니다. 이처럼 높은 신축 가격은 기존 맨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지 않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합니다. 기존 맨션의 호가가 일부 조정된다고 해서 자산 가치의 토대까지 흔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최근 움직임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읽힙니다. 가격 부담이 커진 도심 초고가 시장은 숨을 고르는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수도권 주변 지역으로 실수요가 이동하는 흐름이 확인됩니다. 이는 자금이 시장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가격 대비 가치가 높은 곳으로 재배치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결국 도쿄 시장은 모두가 함께 오르거나 내리는 국면에서 벗어나, 입지와 가격대에 따라 성과가 갈리는 차별화 시장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투자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도쿄라는 이름만으로 대부분의 자산이 함께 올랐지만, 앞으로는 입지와 상품성, 임차 수요, 공급의 희소성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신규 공급이 제한되고 임차 수요가 안정적인 우량 자산은 단기 조정을 겪더라도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자산은 같은 지역 안에서도 회복 속도와 환금성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일 것입니다. 이제는 ‘도쿄에 투자하느냐’보다 ‘도쿄에서 어떤 자산을 선택하느냐’가 훨씬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이처럼 시장의 중심축이 바뀌는 현상은 국내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앞으로는 호가보다 실거래가격, 단순한 가격 상승보다 공급의 희소성, 그리고 꾸준히 증가하는 임대료와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자산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입니다. 신축 맨션은 최고가를 경신하는 반면 기존 맨션은 과열된 호가를 덜어내고 있습니다. 이 같은 장면들은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는 신호가 아니라 가격을 결정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결국 앞으로의 투자 성과는 숫자 하나를 읽는 능력이 아니라, 그 숫자가 형성되는 구조를 읽어내는 통찰력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용남 글로벌PMC(주)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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