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6일 수출 업체 달러 매도(네고) 지속에 중동 긴장감까지 일부 완화되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최저치로 내려왔다.
이날 오전 6시 원·달러 환율은 1423.0원에 개장한 후 오전 11시7분께 1414.5원까지 떨어졌다. 장중 기준 지난해 10월2일(1399.5원) 후 약 10개월 만의 최저치다. 다만 오후에는 수입 업체 달러 결제와 해외주식 환전 수요가 겹치면서 다시 1420원대를 웃돌았다.
이날 원화 가치 지지세는 중동 지정학적 긴장감이 일부 완화된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날 이란과 오만이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 위한 60일짜리 임시 합의안 초안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이날 이란과 오만의 협상과 관련해 "제안된 항로의 지리적 좌표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양국 간 공동 성명이 현재 검토 및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이에 국제 유가 역시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날 런던ICE거래소에서 글로벌 기준물(벤치마크)인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전일 대비 0.1% 오른 반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0.7% 내렸다.
미국이 엔화를 비롯해 아시아 통화 안정화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CNBC 인터뷰에서 최근 미국 정부가 엔저(엔화 가치 하락) 방어에 직접 나선 배경을 설명하며 "엔화가 지나치게 약세(환율 상승)를 보이면 다른 통화들도 뒤따라 약세를 보이게 된다"며 아시아 통화 변동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안정적인 엔화 가치는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 경제에도 매우 중요하다"며 "엔화 (약세의) 수준이 경쟁적 통화 평가절하를 촉발할 수 있는데 이는 건전하지 않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은 "우리는 한국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을 목격해왔고, 많은 사람은 중국 위안화가 저평가돼 있다고 믿는다"며 엔화 약세가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 가치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발언 이후 곧바로 4일 야간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 흐름을 보였고 전날에는 낙폭을 8원까지 키웠다.
앞서 미국 외환 당국은 지난달 31일부터 여러 차례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를 팔고 엔화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엔화 방어에 나선 바 있다. 같은 날 미 연방정부 각료회의에서 베선트 장관 자리의 '일본 엔(JPY) 매입 50억∼100억달러'라는 메모장 사진이 로이터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300원대가 진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환율 개입 의지와 국내 달러 수급 여건 개선 흐름을 고려하면 엔·달러 환율은 물론 원·달러 환율도 추가 하락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원·엔간 동조화 현상 강화 흐름을 고려할 때 엔·달러 환율이 155엔대로 하락한다면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8월에는 법인세 중간 예납을 위한 환전 수요가 집중될 수 있고 미국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 환율 하단이 더 낮아질 수 있다"며 "하반기에는 1300원대 진입 가능성도 있다"고 평가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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