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귀엽잖아요.”젠지(1997~2012년 출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모든 트렌드의 공통점이다. 인형 키링, 젤리 슈즈, 블루머 팬츠(밑단이 둥글게 부풀어 오른 반바지), 쪼리 양말 등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촌스럽다는 이유로 외면하던 제품이 ‘키치함’(유치하지만 개성 있는 모습)을 원하는 젊은 세대를 만나 유행템으로 재탄생했다.
이렇게 패션이 된 제품이 하나 더 있다. ‘영양제’다. 최근 비타민 패치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타투 스티커처럼 활용할 수 있고 귀엽다는 게 인기 요인이다. 여기에 웰니스에 대한 관심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팔, 목 등 일부 신체 부위에 8~12시간 붙이면 된다. 비타민B12, 비타민B9 등이 함유돼 있다.
해외에서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웰니스(신체와 정신이 조화를 이루는 건강하고 행복한 상태) 제품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실제 아마존 홈페이지에서 비타민 패치 30일 분량 제품의 리뷰는 1600개에 달하며 최근 한 달간 500개 이상 판매됐다.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한 것은 올해 들어서다. 초반에는 사각형 디자인에 살구색 또는 연주황색 등 피부와 비슷한 색상으로만 나왔다. 마케팅 역시 제품 성능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전개됐지만 최근에는 별, 하트, 무지개, 스마일 등 다양한 디자인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 부착 범위도 팔·손목·발목 등 옷을 입었을 때 외부에 노출되는 부위로 넓어졌다.
섭취하는 방식의 비타민에 비해 효과는 떨어질 수 있다. 서울 양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A 씨는 “붙이는 비타민은 섭취용에 비해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경피 흡수가 되려면 약물 입자가 작아야 하는데 시중에 나온 제품이 그런 걸 다 고려해서 나온 제품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 세대는 비타민 패치의 기능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보다는 패션 아이템으로 소비하고 있다. 프랑스 패션 매거진 엘르는 “비타민 패치를 헤일리 비버의 손가락 타투처럼 활용할 수 있다”며 “방수 기능이 있으며 저작극성인 제품뿐만 아니라 심미적으로 뛰어난 제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아이템으로 진화한 비타민 패치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비타민 패치 시장 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통해 2032년 17억8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비타민 패치가 비타민 젤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이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옷이나 액세서리 등에 국한됐다면 요즘은 신체 자체를 활용할 수 있는 어떤 것이든 패션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유명 인플루언서이자 저스틴 비버의 아내 헤일리 비버는 지난 4월 자신의 뷰티 브랜드 ‘로드’에서 디자인이 더해진 여드름 패치를 선보였다. 로드는 이 제품을 트러블 치료제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마케팅했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고가(16달러, 약 2만2000원)에도 출시 직후 완판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뉴욕포스트는 “여드름 패치는 청소년기 부끄러운 징표에서 패션을 돋보이게 해주는 액세서리로 진화했다”며 “젊은이들은 더 이상 두꺼운 화장으로 여드름을 가리지 않는다. 패치로 부끄러움을 떨쳐냈다”고 전했다. 이는 가치관과 취향을 뚜렷하게 표현하려는 젠지세대의 특징과 맞닿아 있다.
발가락 양말도 마찬가지다.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에 이어 새로운 패션 도시로 부상하는 코펜하겐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지난 8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된 코펜하겐 2027 봄·여름 패션위크에서 ‘토삭스(발가락 양말)’가 등장했다. 양말과 샌들을 함께 신는 패션이 새로운 패션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코펜하겐 패션위크 참석자들이 토삭스를 활용한 패션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발가락 양말은 습기를 흡수해 무좀, 발가락 마찰 통증 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기능성 양말이다. 중장년층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했으나 최근 웰니스와 관련한 실용적인 아이템으로 알려지며 사용 연령대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발꾸(발 꾸미기) 트렌드까지 겹치면서 발가락 양말은 패션 아이템으로 올라섰다. 기능보다는 발을 꾸밀 수 있는 하나의 소품으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1962년 설립된 브라질 신발 브랜드 하바이아나스는 인스타그램 공식 계정에서 쪼리 홍보 사진에 비브람의 파이브 핑거스를 양말처럼 매치했다. 비브람은 이탈리아 신발 브랜드로 파이브 핑거스는 발가락 모양을 그대로 노출시킨 러닝화 제품이다. 한국에서는 블랙핑크 제니가 착용해 젠지 세대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2030세대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는 패션 플랫폼 W컨셉에 따르면 최근 3개월(5월 13일~8월 11일) 토삭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0% 급증했다. 발꾸 열풍에 토링, 발찌 등도 60% 증가했다.
프랑스 패션 트렌드 조사업체 휴리테크는 “2026년의 세계 패션은 기분, 상황, 또는 집단에 따라 개인적인 취향을 믹스매치하는 유동적인 자기표현에 더 중점을 둘 것”이라며 “Z세대는 바로 그런 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세대”라고 분석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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