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휴가 세 번인데 굳이 연차까지 써야 하나요."
추석부터 개천절, 한글날까지 연이은 연휴를 앞두고 여행업계가 연차를 붙인 '장기 휴가'를 앞세우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선택은 조금 다르다. 올해는 짧은 연휴가 잇따르면서 연차를 몰아 한 번 길게 떠나기보다 연휴마다 짧게 여행을 다녀오려는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는 9월24일~26일, 주말을 더해 4일간 이어진다. 이어 10월에는 개천절 대체공휴일을 포함해 3~5일, 한글날을 포함해 9~11일 각각 사흘씩 쉴 수 있다. 연차를 쓰지 않아도 세 차례의 여행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여행업계는 그동안 긴 연휴가 생기면 연차를 붙여 장거리 여행을 떠나라고 권고해왔다. 실제 예약과 설문 데이터를 보면 소비자들의 여행 방식은 '한 번 길게'에서 '짧게 여러 번'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스카이스캐너가 국내 여행객 1000명을 대상으로 추석 연휴와 10월 초 연휴 가운데 어느 시기에 여행할지를 물은 결과 30%는 추석 연휴를, 25%는 10월 초 연휴를 선택했다. 두 시기의 선호도가 크게 벌어지지 않은 것이다. 특히 응답자의 22%는 두 기간 가운데 여행 비용이 더 저렴한 시기를 고르겠다고 답했다.
정해진 명절 연휴에 연차를 몰아 장기간 여행하기보다 비용과 일정에 따라 여행 시기를 선택하려는 소비 성향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올해는 연휴 자체가 짧아지면서 이런 흐름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보다 짧아진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장거리 노선은 위축됐지만, 중국과 일본 등 이동 부담이 적은 단거리 지역으로 수요가 집중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휴가 짧을수록 이동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단거리 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며 "올해는 유류할증료 인상 영향까지 겹치면서 장거리보다 단거리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이른 여름휴가를 보냈다는 30대 직장인 윤모 씨는 "휴가를 일찍 보냈더니 여행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연차 없이도 두 번의 여행 기회가 생긴 10월 여행지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주말에 연차 하루만 더해도 여행을 떠나기 부담스럽지 않다"며 "이번에는 10월 초 두 차례나 사흘간 연휴가 생기는 만큼 연차도 아끼고 여행도 할 수 있어 기대된다"고 했다.
소비자들의 여행 방식이 달라지고 있지만 여행업계의 마케팅은 여전히 ‘연차를 붙여 길게 떠나는 여행’에 맞춰져 있다. 장거리·체류형 상품을 중심으로 연휴와 연차를 조합한 장기 휴가를 적극적으로 제안하는 이유다
모두투어는 지난달 '9~10월 연휴 추천여행 컬렉션' 기획전을 열고 연차를 붙여 장기 휴가를 만드는 방법을 소개했다. 10월에는 평일에 연차를 사용하면 개천절부터 한글날까지 최대 9일간 쉴 수 있다는 식이다. 회사 측은 기획전 기간 9~10월 해외여행 예약률이 직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들이 반드시 그 방식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연차를 쓰지 않고도 3~4일짜리 여행을 여러 차례 선택할 수 있는 데다, 고환율과 고물가로 여행 비용에 대한 민감도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항공료와 숙박비 부담이 큰 장거리 여행 한 번보다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적은 단거리 여행을 여러 차례 선택하는 방식이다.
결국 올해 9~10월 여행시장의 키워드는 '황금연휴를 얼마나 길게 만드느냐'보다 '주어진 연휴를 어떻게 나눠 쓰느냐'에 가까워지고 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장기 휴가 수요가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연차 사용과 비용 부담을 고려해 짧은 여행을 여러 번 선택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며 "연휴가 여러 차례 이어지는 시기에는 이런 분산형 여행 수요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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