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은 미국에서처럼 고객이 메뉴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다. 먼저 부리토와 부리토볼, 타코, 샐러드, 퀘사디아 중 하나를 선택한다. 이어 치킨·스테이크·바바코아(소고기)·카르니타스(돼지고기)·소프리타스(두부) 등 단백질을 고른 뒤 쌀과 콩, 살사, 치즈, 사워크림 등을 취향대로 담는다. 메뉴 형태가 달라도 같은 단백질을 선택하면 가격은 같고, 기본 재료를 추가해도 별도 비용을 받지 않는다.
치폴레는 ‘현지화’보다 ‘원형 보존’을 택했다.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별도 메뉴를 개발하는 대신 미국과 같은 식재료 기준과 조리법을 적용했다. 합성 향료와 색소, 보존료를 사용하지 않고 식재료 손질과 음식 준비도 매일 아침 각 매장에서 한다. 매장을 여는 데 가장 오래 걸린 작업도 인테리어가 아니라 미국 본사의 기준을 충족하는 식재료 공급망을 구축하는 일이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허희수 상미당홀딩스 최고비전책임자(CVO·사장)는 “치폴레에는 ‘이 정도면 괜찮다’는 타협이 없다”며 “매장을 완성한 시점이 아니라 기준을 충족하는 공급망을 갖춘 시점을 한국 사업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별한 날에 찾는 음식이 아니라 평일 점심과 운동 후에도 각자 원하는 재료로 한 끼를 완성하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했다.
치폴레는 1993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은 119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올 6월 말 매장은 4200개를 넘어섰다. 한식당이나 멕시칸 전문점보다 빠르면서 햄버거보다 신선한 한 끼를 찾는 수요를 흡수해 패스트푸드와 레스토랑 사이에 ‘패스트캐주얼’이라는 시장을 만든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S&C는 강남점에 이어 연내 2·3호점을 추가로 낸다. 국내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한다. 내년 상반기에는 싱가포르 1호점을 열어 아시아 사업을 본격화한다.
한국 멕시칸 외식시장이 아직 작다는 점은 기회이자 위험이다. 대한제분 계열 쿠차라가 치폴레와 비슷한 맞춤형 부리토볼 시장을 먼저 개척했고, KFC코리아는 지난해 타코벨 운영권을 확보해 5년 내 40개 매장을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유학·여행 경험자의 향수에 기대는 것을 넘어 멕시칸 음식을 한국인의 일상적인 한 끼로 만들 수 있느냐가 치폴레의 첫 번째 시험대다.
합작 방식은 치폴레가 한국을 단순한 테스트 매장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현지 사업자에게 운영권만 넘기지 않고 직접 지분을 투자해 음식의 품질과 브랜드 경험을 통제한다. 스콧 보트라이트 치폴레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 시장 경쟁력과 파트너의 역량을 함께 본다”며 “빅바이트컴퍼니가 외식사업 전문성과 글로벌 파트너십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치폴레가 처음 선택한 합작 파트너라는 데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상미당홀딩스가 파트너로 낙점된 결정적 배경은 쉐이크쉑이다. 허 사장은 2011년 미국 뉴욕에서 쉐이크쉑을 접한 뒤 5년간 본사를 설득해 2016년 강남에 국내 1호점을 열었다. 당시 생소했던 프리미엄 버거를 하나의 시장으로 키운 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사업권까지 확보했다. 현재 쉐이크쉑은 국내 37개, 싱가포르 11개, 말레이시아 4개 등 52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 브랜드를 검증한 뒤 동남아시아로 운영 지역을 넓힌 경험이 이번 치폴레 합작의 신뢰 자산이 됐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치폴레가 성공하면 상미당홀딩스는 해외 브랜드를 들여와 국내에서 파는 사업자를 넘어 글로벌 본사의 자본과 브랜드, 자체 식품 공급망과 아시아 운영 역량을 결합하는 외식 플랫폼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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