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 보안株만 웃었다

입력 2026-09-15 17:39   수정 2026-09-16 01:04

인공지능(AI) 개발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미국 실리콘밸리 최고경영자(CEO)의 경고에 뉴욕증시에서 ‘AI 수혜주’ 지형이 크게 흔들렸다. AI 연산 능력 확대로 수혜를 본 반도체·서버 업체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사이버 보안 업체 주가는 두 자릿수 급등했다.

1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는 10.77% 급락한 55.4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는 3.4% 떨어졌고, 마이크론과 마벨테크놀로지도 각각 5%, 7%대 하락했다. 사이버 보안 업체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13.9%, 팰러앨토네트웍스는 13%, 포티넷은 9% 뛰었다.

이날 주가를 갈라놓은 것은 AI 개발 속도를 둘러싼 논쟁이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연구자가 이해하고 통제하는 속도보다 AI가 더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개발 속도 조절과 외부 안전성 평가를 주장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도 속도조절론에 힘을 보탰다. 시장에서는 최첨단 모델 개발 주기가 길어지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 등에 투입되는 막대한 설비 투자 증가 속도가 둔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다.

반대로 AI를 통제하기 위한 소프트웨어 가치는 부각됐다. 생성형 AI가 기업 업무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접근 권한 관리와 데이터 사용 추적, 결과 검증 등 기존보다 복잡한 보안 기능이 필요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보안주 강세로 이어졌다. 보안 투자 확대는 전망치에도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AI 시스템을 보호하는 보안 시장 규모가 올해 28억3500만달러에서 내년 47억8300만달러로 68.7%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보안업계도 기대가 크다. 니케시 아로라 팰러앨토네트웍스 CEO는 최근 “AI 능력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사이버 보안 위험을 사람들이 점점 더 인식하고 있다”며 “기업이 이런 위험을 막기 위해 대형 보안업체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팰러앨토는 기업의 보안 지출 증가로 2027회계연도 매출이 23~24%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 투자 초점이 안전성과 통제 영역으로 확장되면서 AI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업뿐 아니라 이를 관리하고 감시하는 기업도 새로운 수혜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점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조지프 갤로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보안주가 ‘프리미엄 밸류에이션 영역’에 들어섰다”면서도 “실적 개선이 이어진다면 높은 평가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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