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차르트에게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법

입력 2026-09-18 17:44  

루돌프 부흐빈더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무대가 서울에서 열렸다. 올해는 모차르트 탄생 27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부흐빈더는 이번 한국 투어에서 피아노 협주곡 9번과 20번, 21번, 22번, 23번, 27번까지 모두 여섯 곡을 연주한다. 이날 첫 공연에서는 그중 27번과 23번, 21번이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서로 다른 시기에 쓰인 세 작품이지만, 이날 공연을 관통한 것은 모차르트를 대하는 부흐빈더의 담담한 태도였다.



첫 곡으로 연주된 피아노 협주곡 27번은 모차르트가 남긴 마지막 협주곡이다. 흥미로운 것은 부흐빈더가 이 작품을 공연의 마지막이 아닌 시작에 놓았다는 점이다. 마지막 협주곡이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유혹으로 이어진다. 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나 작별의 정서를 강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흐빈더는 작품의 순서부터 이러한 해석을 거부하는 듯했다. 마지막 협주곡을 공연의 첫 곡으로 꺼내 놓은 뒤, 연주에서도 특별한 작별의 의미를 덧붙이지 않았다. 느린 악장의 고요함을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끌어가지 않았고, 아름다운 선율도 오래 붙잡아두지 않았다.

이어진 23번에서도 악장 사이의 대비를 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 밝고 경쾌한 바깥 악장 사이에 놓인 2악장은 모차르트 협주곡 가운데서도 어두운 색채를 지닌 음악이다. 하지만 부흐빈더는 2악장의 불안한 분위기를 비극적으로 확대하기보다 차분하게 지나갔고, 앞뒤 악장의 밝음 역시 화려하게 과시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분위기의 악장들이 큰 굴곡 없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면서, 이 작품에서도 그의 담담한 접근이 이어졌다. 어느 한순간도 특별히 극적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강한 대비가 필요한 곳에서도 한 걸음 물러났고,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순간에도 음악을 과도하게 붙잡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연주된 21번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선율이 등장한다. 21번의 2악장은 너무나 널리 알려져 있어 연주자가 쉽게 감상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음악이다. 부흐빈더는 이곳에서도 선율을 과도하게 노래하지 않았다. 아름다운 멜로디를 앞세우기보다 음악의 흐름 속에 놓아두면서, 익숙한 선율을 새롭게 꾸미기보다 있는 그대로 들려주는 쪽을 택했다. 그래서 오히려 음악은 익숙한 이미지에서 조금 떨어져 담백하게 다가왔다.

부흐빈더의 이런 연주 스타일은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의 연주와 대비됐다. 오케스트라는 강약의 차이와 악상 변화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냈고, 밝음과 어둠, 긴장과 이완의 대비도 선명하게 표현했다. 같은 악보를 놓고도 부흐빈더가 한 걸음 물러나 음악을 바라봤다면, 오케스트라는 다양한 표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만들어냈다. 그 차이 덕분에 이날 연주에서는 한 가지 모습에 머물지 않는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었다.



이러한 담담함은 부흐빈더의 일관된 템포에서도 드러났다. 연주자들이 나이가 들면서 체력적인 한계로 템포를 조금씩 늦추는 경우도 있지만, 부흐빈더는 자신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속도를 끝까지 지켰다. 감정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해 갑자기 늦추거나, 극적인 순간을 강조하기 위해 속도를 밀어붙이는 대신 처음 정한 흐름을 끝까지 유지했다. 부흐빈더는 자신이 정한 템포를 포기하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가 죽음에 최대한 가까운 순간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에게 어제의 템포는 오랜 시간 모차르트를 연주하며 스스로 세운 기준이었고, 이날의 담담한 연주를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했다.

결국 부흐빈더는 모차르트를 더 특별하게 만들려고 애쓰지 않았다. 감정을 과장하지 않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오래 붙잡지 않았으며, 밝음과 어둠의 대비를 필요 이상으로 키우지도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의 속도 역시 끝까지 지키면서 음악이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을 허락했다. 그게 이번 모차르트 프로젝트에서 루돌프 부흐빈더가 모차르트를 대하는 방법이었다.



허명현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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