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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자산시장에 몰리는 '아시아 큰 손' [최만수의 글로벌 현장]

입력 2026-10-07 07:29  

日 자산시장에 몰리는 '아시아 큰 손' [최만수의 글로벌 현장]






서울의 대기업에 다니는 성모(58) 부사장은 지난해 겨울 일본 시나가와구의 타워맨션을 2억5000만엔(약 21억원)에 구입했다. 딸이 도쿄 소재 대학에 합격한 데다 가족여행 때 사용할 세컨드하우스가 필요해서다. 그는 “환율까지 감안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과 비교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일본 자산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도쿄 도심 신축 맨션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고 오피스 공실률은 세계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골프회원권 가격도 16년여 만에 고점권으로 올라섰다. 장기간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있는 데다 엔화 약세를 활용한 해외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일본 자산이 본격적인 재평가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한국 자산가들, 현금 다발 들고와 결제

일본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2025년 도쿄 23구의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3613만엔으로 전년보다 21.8% 상승했다. 2013년 5853만엔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2년 만에 두 배 이상으로 뛰었다. 올 들어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지난 5월 도쿄 23구 신축 맨션 평균 가격은 1억6286만엔으로 전년 동월보다 15.9% 올랐다.

고가 주택 공급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25년 도쿄도에서 공급된 분양가 1억엔 이상 이른바 ‘억션(億ション)’은 5947가구로 전년보다 62.5% 증가했다. 197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다. 초고급 주택만 가격이 오른 것도 아니다. 토지 매입비와 인건비, 건축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과거 7000만~8000만엔대에 공급되던 맨션이 1억엔을 넘어서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오구와 미나토구 등을 중심으로 대형 타워맨션 공급이 이어지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해외 자금도 도쿄 집값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도쿄 23구 신축 맨션 가운데 해외 거주자가 취득한 비율은 3.5%로 전년의 1.6%에서 두 배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요다·주오·미나토·신주쿠·분쿄·시부야 등 도심 6구에서는 7.5%, 신주쿠구에서는 14.6%에 달했다.

대만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2025년 1~6월 도쿄 23구에서 해외 거주자가 구입한 신축 맨션 가운데 대만인이 취득한 물건은 192가구였다. 도쿄 도심 신축 맨션을 구입한 외국인 가운데 대만인의 비중이 약 3분의 2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자산이 늘어난 대만 부유층이 엔저를 활용해 일본 부동산을 사들이고 대만해협 유사시에 대비해 자산과 거주지를 분산하려는 수요도 일부 가세했다. 현지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대만인들은 100% 현금으로 결제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미나토구 등 도심 지역의 타워맨션을 특히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국 자산가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도쿄 부동산업체 JOO리얼에스테이트에 따르면 일본 부동산 매입 문의는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한국 투자자들은 환금성이 좋은 도쿄 도심 1억~3억엔대 타워맨션을 주로 찾는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부동산 규제 부담도 큰 반면 일본은 외국인의 주택 매입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자녀 유학용 주택이나 세컨드하우스, 임대·투자용 등 매입 목적도 다양하다. 조민수 JOO리얼에스테이트 대표는 “반도체산업 호황으로 자산이 불어난 한국과 대만 부유층의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 오피스 시장도 뜨겁다.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에 따르면 2026년 1~3월 도쿄의 오피스 공실률은 1.5%로 조사 대상 세계 20개 주요 도시 가운데 가장 낮았다. 서울은 4.2%, 파리는 10.3%, 뉴욕은 12.0%, 베이징은 18.5%였다. 로스앤젤레스는 21.6%에 달했다. 도쿄 오피스 공실률은 2023년 7~9월 5.2%에서 2년여 만에 3.7%포인트 떨어졌다. 마루노우치와 오테마치, 야에스 등 핵심 업무지구에서는 좋은 조건의 빈 사무실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다. 불가리호텔이 입주한 ‘도쿄 미드타운 야에스’ 등 야에스 일대에서는 임대료가 3.3㎡당 월 10만엔을 넘어서는 사례도 등장했다.

일본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서 사무실 출근 체제로 빠르게 돌아선 것도 오피스 수요를 끌어올렸다. 2026년 일본의 출근율은 58.8%로 세계 평균 54.8%를 웃돌았다. 기업들이 대면 소통과 직원 교육,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질 좋은 오피스를 선호하는 경향도 강해졌다. 미국과의 차이도 뚜렷하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확산과 기술기업의 인력 감축 등이 오피스 수요를 누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AI 도입에 따른 대규모 인력 감축이 아직 본격화하지 않아 오피스 수요가 상대적으로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골프회원권 가격도 16년 만에 최고치

자산 가격 상승은 골프회원권 시장에도 번졌다. 간토골프회원권거래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7월 주요 150개 골프장의 회원권 평균 가격은 305만2000엔으로 전월보다 0.9% 올라 5개월 연속 상승했다. 단순 비교 기준으로 2009년 11월 이후 약 16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도쿄에서 접근성이 좋은 가나가와현 명문 골프장뿐 아니라 70만엔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회원권에도 수요가 붙고 있다. 입회비 등을 포함해 약 100만엔이면 시작할 수 있는 골프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름철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면서 도쿄보다 기온이 낮은 야마나시와 시즈오카 지역 골프회원권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자산 가격의 동반 상승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30년 넘게 지속된 ‘가격이 오르지 않는 일본’에서 벗어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일본 부동산 가격은 아베노믹스와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가 시작된 2013년을 전후해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임금과 물가가 오르고 기업 실적과 주가도 개선되면서 부동산을 비롯한 실물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더 커졌다. 여기에 장기간 이어진 엔화 약세가 해외 투자자의 일본 자산 매입을 부추겼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자국 통화 기준으로 일본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보이는 데다 향후 자산 가격 상승과 엔화 가치 회복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자산 가격 급등에 따른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도쿄에서는 일본인 실수요자가 소득만으로 주택 가격 상승을 따라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외국 자금이 도심 주택 가격을 추가로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불만도 커지는 분위기다. 일본 정부도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실태 파악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자금 유입과 자산 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경우 외국인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규제 논의도 한층 거세질 가능성이 있다.


도쿄=최만수 한국경제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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