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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디젤 수출금지 압박…유럽 비축유 방출 긴급협의

입력 2026-10-02 08:09   수정 2026-10-02 08:16

미국이 유럽에 디젤 전략비축분 방출을 압박하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미국산 디젤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경고하자 유럽 각국이 긴급 공동 대응 협의에 들어갔다. 미국의 수출 제한과 유럽의 비축분 방출 여부가 글로벌 디젤 가격뿐 아니라 휘발유와 난방유 가격, 미국의 에너지 수출국 신뢰도까지 흔들 수 있어서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관련 사안을 잘 아는 관계자 3명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국가들에 디젤 전략비축분을 방출하도록 압박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미국의 디젤 수출을 금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댄 요르겐센 유럽연합(EU) 에너지 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와 독일, 영국, 이탈리아, 아일랜드 당국자들과 공동 대응 방안을 조율했지만, 비축분 방출에 대한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

안나카이사 이트코넨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회원국들과 대응 방안을 긴밀하게 조율하는 동시에 미국 행정부와도 고위급 접촉을 진행 중이라며 현재 상황 때문에 협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는 유럽이 정제 석유제품 공급을 늘리고 소비자 비용을 낮추기 위해 미국과 함께 여러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FT에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주유소 연료 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디젤 수출 금지를 여전히 검토하고 있으며, 미국 석유업계는 이를 막기 위해 이번 주 워싱턴에서 집중적인 로비를 벌이며 행정부에 유럽 동맹국의 비축분 방출을 요구해 달라고 촉구했다.

석유 업계 관계자는 유럽이 상업 재고와 비축분을 합쳐 최대 4억배럴의 디젤을 보유하고 있을 수 있으며 이를 시장에 풀면 세계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추산했다.

업계는 미국의 디젤 수출 금지가 미국을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 수출국으로 만들려는 정책을 훼손할 뿐 아니라 휘발유와 다른 석유제품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행정부에 전달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회원국들은 지난 3월 석유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전 세계에서 4억배럴의 비상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다.

당시 유럽은 정부 비축분 3270만배럴과 업계 보유분 7480만배럴을 내놓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70%는 석유제품이었다. 미주 지역은 1억7200만배럴을 부담했고 미국은 지난 화요일 자국이 약속한 잔여 물량을 방출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미국과 일본은 약속을 이행하고 있지만 일부 유럽 회원국은 약속한 원유와 석유제품의 일부만 방출했다며 모든 회원국이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럽이 협조할 것이라고 매우 확신한다”며 "농작물 수확기와 겨울 난방유 수요기를 앞둔 지금이 디젤 비축분을 공동으로 풀 시점"이라고 말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도 "유럽 국가들이 상당한 물량을 이미 방출했지만 일부 국가에는 원유와 석유제품 모두 아직 이행하지 않은 물량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방출 규모도 상당하다. 로이터는 앞서 미국 행정부가 EU에 6개월 동안 1억2000만배럴을 방출하기를 원한다고 보도했다.

에너지 시장 컨설팅업체 에너지애스펙츠는 미국이 디젤 비중이 높은 유럽 비축분의 추가 방출을 압박하고 있으며 장부상 디젤 물량이 1억9500만배럴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만큼 유럽 정부가 약속한 물량을 서둘러 한꺼번에 내놓을 가능성은 낮다며 전략비축분 방출은 “마지막 총알”과 같은 수단이라고 평가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보좌관을 지낸 밥 맥널리 에너지 분석업체 라피단 창업자는 "유럽 국가들이 디젤을 포함한 전략비축분 방출 약속을 모두 이행하지 않았다"며 "유럽이 약속한 디젤 방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미국 역시 수출 제한에서 물러설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 관계자는 IEA로부터 비축분 방출과 관련한 새로운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시장을 불안정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도 영국은 다양하고 회복력 있는 공급망을 갖고 있다며 국제 파트너 및 영국 연료 업계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향후 시장의 초점은 유럽 국가들이 3월 IEA 합의에 따라 남은 비축분을 얼마나 추가로 풀지와 미국이 이에 맞춰 디젤 수출금지 검토에서 물러설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수확기와 겨울 난방유 수요를 앞두고 추가 공급 필요성이 커졌지만 유럽은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비할 비축 여력도 유지해야 해 방출 규모와 속도를 둘러싼 조율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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