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임직원들이 주택 구입 용도로 받은 사내대출 잔액이 올해 들어 26.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1~8월에만 약 370억원이 늘어 지난해 연간 증가분의 1.4배에 달했다.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로 인해 삼성전자와 증권사 등 일부 대기업 임직원을 필두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잡히지 않는 사내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6일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29곳이 집행한 사내 주택구입자금 대출 잔액은 올해 8월 말 현재 1758억원이다. 지난해 말(1389억원)과 비교하면 26.6% 증가한 수치다. 2022년 말에 비해서는 2배나 많다.
올해 1~8월에만 대출 잔액이 369억원이나 늘어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연간 증가액(256억원)보다도 44% 많은 액수다. 지난 2023년(103억원)과 2024년(180억원)의 2~3배 수준이다.
사내대출을 이용하고 임직원 수는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2733명에 달했다. 지난해 말보다 383명 늘어나 작년 연간 증가폭(233명)보다 16.3% 많았다.
잔액 기준으론 NH투자증권이 288억원으로 29개 증권사 중 사내 주택구입자금 대출이 가장 많았다. 미래에셋증권(271억원), KB증권(247억원), 하나증권(170억원), 토스증권(161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사내대출을 이용한 임직원이 가장 많은 곳은 미래에셋증권이었다. 총 683명이 미래에셋증권에서 사내대출을 활용했다. NH투자증권(332명), 토스증권(225명), KB증권(196명), 신한투자증권(189명)이 그 다음이었다.
증권사들은 5000만원~1억6000만원 한도에서 원금별로 0~4.6%의 이자율을 적용해 임직원들에게 주택 구입 대출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 8월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취급액 기준·4.66%)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원금 2000만원 이하에 무이자 주택담보대출을 제공하는 유진투자증권처럼 0% 이자를 책정하는 사례도 있다.
기본적으론 증시 호황으로 증권사 직원들의 성과급이 늘어난 가운데 서울 부동산 매수 수요가 겹치면서 증권가 내에서의 사내대출도 급증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대출규제 강화가 사내대출 증가를 부추겼다는 분석도 같이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 등을 잇달아 내면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에 따라 2억~6억원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사내대출은 DSR 규제에 잡히지 않아 은행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 한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최근엔 삼성전자에서 5억원 한도의 사내 주택담보대출이 시작되면서 동탄 집값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직장의 사내대출 가부에 따라 주택 구입 자금을 조달할 여력에 차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대출규제 완화가 주택 구입 자금 형평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 의원은 “어느 직장에 다니느냐에 따라 내 집 마련의 기회가 달라지는 불공정을 해소하기 위해 누구에게나 동일한 대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일 기자 goodwi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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