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재테크 중심축이 부동산을 떠나 주식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인 집값 상승 여파로 주택 구매가 어려워진 가운데 주식 투자로 자산을 늘리는 투자자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 기업이 주도하는 증시 활황이 세계적인 주식 붐을 낳고 있다.
최근 맥킨지글로벌연구소(MGI)는 지난해 세계 자산 증가액 40조달러 가운데 57%는 주식에서, 15%는 부동산에서 발생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직전 25년간은 부동산(52%)이 주식(26%)을 압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부동산이 부를 쌓는 길인지가 과거만큼 분명하지 않다”며 “주식이 ‘새로운 부동산’이 됐다”고 분석했다.
바뀌는 '富의 축적 공식'…자산 중심축 이동
정책도 바뀌었다. 각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한몫한 세제 혜택 등을 줄이는 추세다. 영국은 5월 세입자 보호 조치를 새로 도입해 과도한 임대료 인상 등을 제한했다. 이에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주택을 사들였던 집주인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집을 내놓고 있다. 캐나다는 2023년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금지해 투기 수요에 제동을 걸었다.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가 구매를 시작으로 재산을 불리는 게 일반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미권을 중심으로 주택 구매를 장려하는 정책이 확산하면서 이런 흐름이 대세가 됐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급등한 집값에 ‘선(先)내 집 마련’ 전략은 작동하지 않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부동산이 경제적 안정을 보장한다’는 생각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에서 일하는 직장인 소피 블랭크(33)는 “내 집 마련이 이전 세대에게는 놀라울 만큼 효과적이었지만, 오늘날 젊은 세대가 그만한 부동산 자산을 쌓는 일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주식 투자에 관한 인식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성장성을 믿으며 장기 투자하는 이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GI는 “지난해 거의 모든 주요국에서 주식은 부를 늘리는 가장 큰 단일 동력이었다”고 했다.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는 주식 수익 증가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감소를 상쇄했다.
인공지능(AI) 분야가 이끈 미국 증시 호황이 주식 투자 열기를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지난해 미국 주식 가치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7배, 기업 순자산의 2.4배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다. 투자가 늘자 지난해 미국 주식이 미국 가계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가까워졌다.
미국 증시 영향력은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MGI에 따르면 전체 분석 대상국이 보유한 주식의 절반 가까이는 미국 주식이다. 미국 기업이 발행한 지분의 3분의 1 이상은 해외 주체가 보유한 것으로도 집계됐다.
다만 주식시장 쏠림이 지나치면 또 다른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AI 투자에 대한 실망이나 대규모 지정학적 충격으로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다. 미국 증시의 조정폭이 크면 여기에 의존하던 가계 소비가 얼어붙어 저성장이 길게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때 주식시장 폭락 속도는 부동산 폭락 속도보다 훨씬 빠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미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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