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는 정책을 실행하는 것뿐 아니라 왜 시행하는지 대중과 소통해야 한다."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된 마이클 우드퍼드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12일(현지 시간) 수상자 발표 직후 열린 현장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경제 안정화'란 과제를 '경제 통제'를 위해 여러 조종간을 움직이는 작업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통화정책 '소통 중요성' 강조
우드퍼드 교수는 주요 중앙은행이 활용하는 통화정책 이론을 체계화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 중앙은행의 금리정책과 기대관리이론을 정립한 학자로 평가받는다. 가계와 기업의 선택을 분석하면서 가격과 임금이 곧바로 조정되지 않는 현실을 결합한 뉴 케인스 학파의 핵심 학자로 꼽힌다. 2003년 저서 <금리와 물가>는 이 연구를 현대 통화정책의 이론으로 체계화했다. 중앙은행이 미래 금리 경로를 사전에 제시하는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의 학술적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시장 참여자들과의 소통을 강조했다. 이날 회견에서 그는 "통화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향후 정책에 대한 이해가 정책 효과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경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그런 정책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정책을 집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포워드 가이던스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나타낸 케빈 워시 미국 중앙은행(Fed) 총재와는 시각차가 뚜렷한 대목이다. 워시 총재는 지난 8월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금융시장 투자자들이 경제의 기초여건보다 Fed의 발언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며 포워드 가이던스를 축소하겠다는 뜻을 재차 확인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이론이 현실에서 효과"
우드퍼드 교수는 자신의 이론이 현실에서 효과를 낸 사례로 2008년 금융위기 때 중앙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 시행을 꼽았다. 그는 "2008년 말과 2009년 초 무렵에는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명목금리가 이미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매우 높았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추가적인 정책 수단이 필요했다"고 짚었다. 이어 "이때 향후 통화정책 경로에 대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도입했고, 경제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이 국채나 주택담보증권(MBS) 등을 대규모로 사들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장기금리를 낮추는 정책도 주요 사례로 꼽혔다. 우드퍼드 교수는 "중앙은행이 자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이전에는 전례가 없었던 유형의 정책들이 나왔다"며 "많은 국가의 정책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 큰 위협은 중동 전쟁
'세계 경제 안정에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선 '중동 전쟁'을 꼽았다. 우드퍼드 교수는 "처음부터 경제적인 원인이나 성격을 가진 사건이 아닌데도 경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며 "사례를 하나 들자면,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전쟁은 분명히 세계 에너지 시장에 큰 혼란을 가져왔고, 에너지 가격의 큰 변화는 경제의 다른 여러 부문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며 "세계 여러 지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에 대해선 "인공지능(AI)을 포함한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정말 빠르게 선도적인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중국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