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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엔 귤만 먹는 줄 알았는데"…마트에 등장한 '의외의 과일' [트렌드+]

입력 2026-10-23 07:09   수정 2026-10-23 07:18

"겨울엔 귤만 먹는 줄 알았는데"…마트에 등장한 '의외의 과일' [트렌드+]


여름엔 복숭아, 가을엔 사과, 겨울엔 귤. 일반적으로 알려진 과일의 '제철'이다. 하지만 최근 과일 시장에서 제철의 의미가 달라지고 있다. 계절 중심 소비에서 벗어나 품종별 당도와 식감, 수확 시기를 따져 과일을 고르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업계도 특정 시기에만 맛볼 수 있는 희소성 높은 과일을 선보이는 동시에 냉동 기술과 수입 산지 다변화로 제철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달 들어 만생종 복숭아인 '설아 복숭아'를 판매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복숭아는 여름철 대표 과일로 꼽히지만 설아 복숭아는 10월 초순부터 수확하는 것이 특징이다. 첫눈이 내리는 시기에 먹는다는 의미에서 설아라는 이름이 붙었다.

설아 복숭아는 아삭하면서도 쫀득한 식감과 높은 당도가 특징. 일반 복숭아 당도가 10~11브릭스 수준인 데 비해 설아 복숭아는 15~20브릭스에 달한다. 이마트는 대표 농가와 사전 협의를 거쳐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올해 설아 복숭아 매출은 지난해 같은 판매 기간보다 약 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감귤도 마찬가지다. 겨울 과일이라는 인식과 달리 품종과 재배 방식에 따라 가을부터 맛볼 수 있다. 9~10월 판매되는 '가을 하우스 감귤'이 대표적이다. 비가림 시설로 빗물을 차단하고 별도 난방 없이 자연 온도에서 재배한다. 대표 품종인 유라조생은 높은 당도와 단맛·산미의 균형을 앞세운다. 이마트의 이달 1~18일 하우스 감귤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과일 소비의 기준이 계절에서 품종으로 세분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과거에는 복숭아가 가장 맛있는 계절을 기다렸다면 이제는 신비복숭아, 황도, 설아 복숭아 등 품종별 출하 시기를 구분해 선택할 수 있게 됐다. 같은 과일이라도 아삭한 식감과 부드러운 식감, 높은 당도와 산미의 조화 등 소비자가 선호하는 특성에 따라 구매 시점이 달라진다.

품종을 따지는 소비가 확산한 배경에는 '신품종 과'일의 대중화가 있다. 대표적 사례가 샤인머스캣이다. 기존 포도와 차별화된 당도와 식감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과일 품종 자체가 상품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은 2020년 2913ha에서 2024년 6307ha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기존 품종과 차별화된 상품에 대한 수요가 재배 품종 전환으로 이어진 사례다.

이후 딸기와 감귤, 포도 등에서도 품종 다양화가 이어지고 있다. 딸기는 설향 중심의 시장에 금실·아리향·메리퀸·만년설 등이 등장했고, 감귤류에서는 황금향·천혜향 등 서로 다른 맛과 향을 가진 품종이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 과일을 종류별로 구분하던 시장이 품종별로 더욱 세분화하는 셈이다.

소비자가 새로운 품종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희소성 때문만은 아니다. 2024년 농식품유통연구원에서 진행한 과수 신품종 소비자 인식조사에 따르면 신품종 과일 구매 이유로 '시식 후 품질에 만족해서'를 꼽은 응답자가 47.6%로 가장 많았다. '새로운 과일에 대한 호기심'은 20.9%였다. 새로운 품종이 관심을 끌더라도 실제 구매에는 맛과 품질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유통업체에도 품종 다양화는 새로운 상품 전략이 될 수 있다. 같은 복숭아라도 출하 시기가 다른 품종을 순차적으로 판매하면 판매 기간을 늘릴 수 있다. 특정 시기에만 수확하는 품종은 한정된 판매 기간 자체가 차별화 요소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당도와 식감을 구체적으로 제시할수록 가격 경쟁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품 가치를 설명할 여지도 커진다.

과일을 고르는 소비자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복숭아와 자두, 포도 등을 당도·산미·식감·출하 시기별로 정리한 '과일 지도'가 공유되고 있다. 유명 생산자의 이름을 정리한 이른바 '농부 족보'까지 등장했다. 와인이나 스페셜티 커피처럼 품종과 생산자, 산지 특성을 따지는 소비 방식이 과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냉동망고부터 남미산 생과까지…제철의 경계 넓힌다
국산 과일이 품종별 출하 시기를 앞세워 제철을 세분화하고 있다면 수입 과일은 냉동 기술과 산지 다변화를 통해 제철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정 시기에 수확한 과일을 보관·가공해 계절에 관계없이 공급하거나, 수확 시기가 다른 국가에서 생과를 들여오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냉동망고다. 태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산 망고는 통상 4~6월 당도가 높은 시기에 수확한 뒤 후숙·급속 냉동해 판매한다. 생과의 출하 여건이 달라지더라도 냉동 상품을 통해 망고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콜드체인(저온 유통망) 인프라 확충은 전 세계적으로 정부 정책과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중국은 제14차 5개년 계획에서 2025년까지 부패하기 쉬운 농산물의 냉장 유통망 비율을 70%까지 확보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냉장 물류에 150억달러를 투자했고, 인도는 프라단 만트리 키산 삼파다 요자나 계획에 따라 2024년 예냉·냉장 운송망을 갖춘 통합 포장 시설 399개를 승인했다.

이러한 콜드체인 확장은 수확 직후 품질을 유지한 채 장거리 유통을 가능하게 해, 특정 산지에서만 짧은 기간 소비되던 과일을 더 넓은 지역과 더 긴 기간 동안 공급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제공한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냉동과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냉동망고 매출은 약 10% 늘었다. 이마트는 냉동망고와 냉동블루베리 외에 껍질과 씨를 제거한 '씨없는 냉동 두리안' 등으로 상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냉동 기술을 활용한 저장성 확보에 손질 편의성까지 더한 것이다.

생과 역시 산지를 다변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동남아시아산 망고뿐 아니라 페루·브라질산 망고도 운영하고 있다. 남반구에 위치한 남미 지역은 동남아시아와 수확 시기가 달라 11월 무렵부터 출하되는 물량을 활용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산지의 출하 시기를 연결해 생과 공급 기간을 늘리는 전략이다.
희소성과 상시 공급 동시에…유통 경쟁의 새 변수
과일 소비가 세분화될수록 유통업체의 상품 기획 능력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정 시기에만 판매할 수 있는 신품종 과일은 농가와의 사전 협의를 통한 물량 확보가 중요하다. 반면 연중 공급하는 냉동·수입 과일은 산지별 출하 일정과 재고, 물류비를 관리하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신품종의 희소성이 언제까지 프리미엄으로 유지될지도 변수다. 샤인머스캣처럼 인기를 얻은 품종은 재배면적이 확대되면서 공급이 늘어날 수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7월 샤인머스캣 생산량이 작황 호조로 전년보다 6.1% 증가하고 도매가격은 7.8%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품종의 차별화만으로 높은 가격을 지속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농가 역시 신품종을 새로 심고 안정적인 수확을 하기까지 적어도 3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만큼 "위험 부담이 있다"는 반응이다.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정경숙 씨(67)는 "복숭아만 해도 수십, 수백 개의 신품종이 새로 나오지만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길러도 수확 시기에 기대했던 것만큼의 가격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격적으로 신품종을 심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것들 위주로 하는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업계에서는 과일 시장이 계절성·산지성·품종을 더욱 정교하게 내세우는 프리미엄 생과 축과, 계절 제약 없는 상시 공급을 지향하는 가공·냉동 축이 병존하며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과일을 찾는 고객들 취향이 다양해지고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유통업체에도 '큐레이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얼마나 저렴하게, 많이 공급하느냐를 넘어, 얼마나 차별화된 맛을 발굴하고 시기와 고객의 취향에 맞게 선보이느냐가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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