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말한 세계대전 이끌 지도자는 누구?

입력 2017-08-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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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하시라, 우리의 끔찍한 지도자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를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끌고 들어갈지 모르니(a small chanc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년 전 이맘때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이 `트럼프의 기묘한 예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트럼프가 2013년 8월 31일 이 트윗을 날린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아사드 정부군에 대한 제한 폭격을 명령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이를 위해 의회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발표한 것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 트럼프가 정작 대통령에 취임 후 내린 첫 군사 명령이 아사드 정부군에 대한 제한 폭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미 위협에 대해 "세상이 이전에 보지 못한…화염과 분노"로 맞대응한 것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 북한 간 군사충돌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그때의 트럼프"가 "지금의 트럼프"를 예견한 트윗이라는 것이다.

"세상이 이전에 보지 못한…화염과 분노"에 핵무기가 포함됐느냐 여부를 놓고 해석의 논란이 있지만, 어느 경우든 북한의 핵전략 상 미국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가하면 북한은 핵무기로 대응하고 나섬으로써 핵전쟁으로 비화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의 예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을 포함해 미국발 대북 공격 위협은 대북 억지를 위해 필요한 면이 있다. 미국이 북한을 지도에서 지워버릴 만한 무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그것을 실제로 사용할 의지가 있음을 상대가 믿어야 억지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억지 전략은 깨지기 쉬운 미묘한 균형 위에 서 있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 의지를 믿은 나머지 실제 공격 의사가 없는 군사적 움직임을 본격적인 공격의 신호탄으로 오인해 선제적인 전면 공격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1968년 북한의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하려 한 1·21 사태에서부터 2010년 천안함 피격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심각한 대남 도발에 한국 정부가 대대적인 군사보복 공격을 하려 할 때마다 미국이 막후에서 강력히 만류하는 바람에 매우 제한적인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군에 대한 미군의 작전통제권은 한·미군 간 연합작전의 효율성이 제1의 목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미국 입장에선 북한군의 도발에 한국군의 `과잉` 대응으로 인해 미국이 원치 않는 전쟁에 말려들어 가는 것을 막는 기능도 했다.

이런 모습의 미국에 익숙한 눈에 "세상이 이전에 보지 못한…화염과 분노"라는 말을 터뜨리며 북한과 벼랑 끝 핵전쟁 게임을 벌이는 미국은 낯설다. 북한의 위협이 "거기" 한국에 국한하지 않고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탄도탄(ICBM)에 실려 미국에도 미치게 된 상황에서 비롯됐다.

비로소 미국이 북한의 핵 위협을 `전략적 인내` 등의 말로 뒷전에 미뤄두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 보게 된 셈이다.

그러나 국제안보분석 전문업체 스트랫포가 지난달 내놓은 3부작 정세분석 전망은 비관적이다. 미국과 북한 모두 전쟁을 원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모두 미친 인물들이 아니지만, 이미 충돌 코스에 접어들었다. 확실한 장거리 핵미사일능력을 보유한다는 북한의 전략적 목표와 이를 저지한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가 타협을 이룰 여지는 거의 남지 않은 상태이고 미국이 더 행동을 미룰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트랫포는 물론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말은 아니다"며 "점점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들의 전망에 토대가 된 가정이 틀렸을 수 있고, 다른 변수가 개입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스트랫포의 전망이 미국과 소련이 핵전쟁을 걸고 막다른 대치 상태를 빚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같은 위험스러운 순간이 오래지 않아 한반도에 재연될 것이라는 뜻이라면, 미국의 저명한 미사일 전문가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비확산연구센터 연구원은 "게임 끝. 북한 승"이라고 9일(현지시간) 포린 폴리시를 통해 단언했다.

그는 최근 워싱턴 포스트에 보도된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완성과 핵탄두 60개 보유`에 관한 미 정보 당국의 평가를 근거로 "외교를 통한 방식이든, 무력을 통해서건 북한의 비핵화 문은 닫혔다"고 선언했다.

그는 "일부 동료 중에는 아직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나 최소한 동결을 설득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고 말하고 "긴장 완화 노력을 하면서 장기적으로 이 문제를 풀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지만, 어느 게 맞는지는 북한과 대화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군사옵션에 대해 그는 "정말 미국이 폭격을 통해 북한의 핵무기를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보느냐"며 "단 한 발이라도 살아남아 서울이나 도쿄, 뉴욕을 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미국의 미사일 방어망이 하나도 남김없이 요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목숨을 걸 수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론으로 지금처럼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4월 퍼듀대학교 명예교수인 루이스 레네 베레스는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에 기고한 글에서 "지구 상의 어떤 장군도 핵전쟁을 치른 경험이 없다"고 경고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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