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획기적 저출산 대책 주문…"하던대로 하면 방법없어"

입력 2017-12-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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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에서 자신이 위원장을 맡은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출범식을 겸한 간담회를 주재하고 기존의 틀을 깨는 획기적인 저출산·고령사회 대책을 주문했다.
지난 18일 출범한 제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부위원장을 맡았으며, 정부위원 7인(복지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국토교통부 장관)과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박신영 한국도시연구소장 등 민간위원 17인으로 구성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 시작에 앞서 17인의 민간위원 전원과 악수하며 상견례를 했다.

문 대통령은 김상희 부위원장이 1990년생으로 최연소 위원인 조소담 위원을 소개하자 "위원회가 전체적으로 젊어졌다"며 "기존의 생각과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해오던 대로 하면 저출산·고령화에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김상희 부위원장이 "저희가 다른 위원회보다 훨씬 젊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여성들의 참석률이 높아져서 그렇다"며 "좋은 현상이다. 자주 회의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6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 정부위원은 17명에서 10명으로 줄이고, 민간위원을 10명에서 17명으로 확대했다.
또 저출산 문제의 당사자인 청년과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20대 여성의원을 위촉하는 등 청년과 여성위원의 비율을 높였다. 그 결과 5기 위원회와 비교할 때 여성위원 비율은 22%에서 27%로 늘었으며, 평균연령은 58.8세에서 50.2세로 줄었다.

김상희 부위원장은 이날 저출산·고령사회 관련 정책 방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역대 정부가 모든 노력을 기울여 왔음에도 16년째 초저출산 국가에 처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내놓은 대책이 그림의 떡이었거나 국가 차원의 논의도 흐지부지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짜 문제는 저출산이 아닌 국민 삶의 질에 관한 문제"라며 "이제는 국가주도의 정책에서 `사람중심 정책`으로, 출산과 자녀양육을 인권으로 존중하고 청년과 여성의 기대를 높일 수 있는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위원장은 4대 추진방향으로 ▲일·생활 균형 ▲안정되고 평등한 여성 일자리 ▲고용·주거·교육의 3대 구조 개혁 ▲모든 아동과 가족 지원을 제시했다.



김 부위원장은 "일·생활 균형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것"이라며 "모든 부처가 함께하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컨트롤타워가 돼 내년 상반기에 저출산 로드맵을 제시하고, 하반기에는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재구조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진 환담에서는 민간위원들이 자유롭게 저출산·고령사회 정책의 방향에 대해 의견을 개진했다.
민간위원인 제현주 ㈜옐로우독 이사는 "이미 출산한 부모를 위한 정책 외에도 결혼과 출산을 생각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불안과 냉소에 빠져있는 20·30대 청년 등도 정책대상에서 배제돼서는 안 된다"며 "저출산 대책에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부교수는 "아이를 학교에 보냈을 때 아이도 행복하고 부모도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방과 후 활동 등을 통해 학교에서 안전하고 즐겁게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장지연 위원은 "지금까지 126조 원을 투입한 것이 많은 것이 아니다. OECD 절반도 안 된다"며 "모든 성인은 노동자인 동시에 돌봄자라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원회가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유관부처의 관련 정책을 조정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확실히 해야 한다"며 "무엇보다 대통령이 저출산 정책을 확실히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직접 회의를 주재하는 횟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종진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천441 시간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위에 해당하고 1위인 멕시코와도 14시간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며 "저출산 대책의 핵심은 바로 이런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기업 입장에서도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기업문화 개선연구와 분위기 확산에 주력하고 노동조합과 협력하여 저출산 대책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는 "저출산 정책의 출발은 성 평등이어야 하고 성 평등 관점에서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즉, 평등하게 일하고 평등하게 돌볼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은 "우리 사회가 성 평등하고, 그것이 지속 가능한 사회로 변해야 한다"며 "출산과 일-가족양립, 노인돌봄, 성평등, 저출산, 고령사회 등이 모두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문제가 범정부적·전 사회적 접근을 해야 하는 과제로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위원회를 가급적 많이 주재하고 이끌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변호사로 활동 중인 소라미 위원은 "미혼모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고 충분히 양육지원을 받는다면 미혼모라도 스스로 양육을 선택할 것"이라며 "태어난 모든 아동이 차별받지 않는 사회, 미혼모 가정의 아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은 "사회적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 경력단절이나 직장 내 차별없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다자녀의 경우 교육비 또는 군 복무 등에서의 혜택을 주는 등 제도적 접근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이 문제는 모두가 절박하게 생각해야 하고, 특히 대통령께서 가장 절박하게 생각해야 해결된다"며 "결혼은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된 상황, 결혼부터 막히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금까지 이 문제는 주로 복지부의 업무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복지부의 영역을 초월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근본적 문제와 원인을 파악하고 이와 맞서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정부와 사회, 기업이 함께 풀어야 하며 사회적 대타협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이어졌으며, 정부·민간 위원 외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양승조 복지위원장,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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