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 1인시위, 사연 들어보니 '영화보다 잔인'

입력 2018-01-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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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성추행 신고 도왔다가 피해 본 여경 `1인 시위` 조사
김해서 여경 1인 시위 이틀째…"축소·은폐 조직문화 여전히 개선 안 돼"
"성추행 신고 도왔더니 갑질과 음해 돌아와"…여경 1인 시위



여경 1인시위가 이틀째를 맞이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뜨겁다.

경찰청은 ‘동료 여경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조직 내에서 부당한 갑질과 음해가 있었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에 나선 여경을 상대로 조사에 착수한다.

여경 1인시위는 이 때문에 주요 포털 핫이슈 키워드로 등극했으며 이에 대한 논쟁 역시 뜨겁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남지방경찰청은 9일 김해 여경 1인 시위와 관련해 A 경위를 상대로 정확한 진상을 파악하려고 이용표 경남경찰청장이 직접 본청 감찰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이르면 이날 저녁이라도 조사팀을 꾸려 오는 10일부터 A 경위를 상대로 관련 사건을 다시 파악하고 재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A 경위는 이날도 김해 모 경찰서 앞에서 이틀째 1인 시위를 이어갔다.

1인 시위 중인 이 여경은 동료 피해 여경에 대한 성추행이 ‘성희롱’으로 축소된 것에 대한 재조사와 함께 이번 성추행 사건과 관련 자신과 함께 지구대장으로 근무했던 B 경감의 갑질 등 경찰 내 조직문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중 A 경위는 해당 경찰서장과 면담을 하고, 오는 10일에는 경남경찰청장 면담을 할 예정이다.

경찰은 직장 내 성희롱, 성추행 내부고발자 보호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A 경위는 성추행 피해로 고민하는 동료 후배 여경의 피해 사실을 듣고 내부 제보 경로 등을 안내했지만, 제보 사실이 퍼지면서 2·3차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경찰 내부지침에는 피해자는 물론 제보자도 신원보호를 해줘야 하며 음해성 소문 유포, 신고 사실 보안 소홀 등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한 경우 별도 비위로 엄중히 문책하게 돼 있다.

A 경위는 "당시 사건 후 내가 제보자라는 소문이 다 퍼지고 음해성 소문이 떠돌았음에도 조직 내부에서는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틀째 1인 시위에 나선 A 경위는 "1인 시위에 나섰지만 여전히 경찰 내부에선 개선보다는 문제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 급급한 것 같다"며 "이번 시위가 경찰 내부 조직문화를 바꾸는 기폭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A 경위는 지난해 4월 당시 같은 지구대에 근무하던 후배 여경으로부터 상담 요청을 받았다며 사연을 털어놓았다.

이 후배는 함께 순찰차를 타고 근무를 하던 B경사로부터 ‘한 달간’ ‘상습적으로’ 성희롱을 당하고 신체 접촉도 있었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을 상담해왔고, A 경위는 후배 여경에게 절차에 따라 성희롱고충상담원과 상담을 하고 지구대장에게도 보고하라고 조언했다.

곧 경찰은 감찰에 착수해 B경사에게 감봉 1개월 징계를 내리고 다른 지역으로 전보 조처했다.

당시 후배 여경은 감찰 과정에서 B경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결과는 `성희롱`으로 조정됐다. 이것으로 사건은 수면 아래로 사라진 듯 보였다.

고통은 이 때부터 시작됐다. A 경위는 조직 내에서 B경사를 음해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지구대장이었던 C경감은 치안평가가 꼴찌를 하게 됐다며 공개적으로 자신을 오히려 질타하기도 했다고 A 경위는 토로했다.

A경위는 "경찰 내부지침을 보면 피해자는 물론 제보자도 신원보호를 해줘야 하며 음해성 소문 유포, 신고 사실 보안 소홀 등 보호조치를 미흡하게 한 경우 별도 비위로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며 "당시 사건 후 내가 제보자라는 소문이 다 퍼지고 음해성 소문이 떠돌았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던 지난해 6월 말, A경위가 현직 신분임에도 1인 시위에 나서기로 마음을 먹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날 등산로 입구에 나흘 동안 차가 주차됐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차적조회를 해보니 인근 마을주민 차라 시에 통보하고 현장출동은 따로 하지 않았다는 A 경위는 설명했다.

그런데 다음 날 차 안에서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다. 자살이었다. 이 일이 발생한 후 C경감은 출동을 왜 하지 않았느냐며 언론과 유족에 알릴 수도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A경위는 덧붙였다.

특히 후배 여경 성희롱 사건 가해자였던 B 경사가 이 사건과 관련 자신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한 사실을 알고 더 놀랐다.

검찰 조사에서 A 경위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큰 상처를 받았다. A 경위는 이후 각종 음해성 소문과 억울함으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에 단기 기억상실증까지 와 정신과 치료를 6개월 동안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제보자에 대한 인권침해가 만발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며 "1인 시위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을 했으나 나를 믿어주는 후배들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는 나 같은 피해자가 없도록 나섰다"고 설명했다.

A 경위는 진상조사를 통해 자신의 명예가 회복될 때까지 1인 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

여경 1인시위를 접한 누리꾼들은 “경찰이야 조폭이야”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현실이었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억울함을 풀어 주세요” 등의 반응이다.

여경 1인시위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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