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상징인 노트르담 대성당이 15일(현지시간) 발생한 화재로 8시간 넘게 불타면서 지붕과 첨탑이 붕괴하는 등 크게 훼손되자 `더 빨리 진화할 수는 없었나`라는 의문도 제기됐다.
화재 전문가들은 850년이 넘는 연식과 고딕 양식의 가장 큰 구조적 특징인 아치형 지지구조(flying buttress) 설치를 위해 사용된 수많은 목재와 목조 지붕, 정교한 화재방지 시스템 미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길을 키웠다고 본다.
미국 존제이 컬리지의 화재현상론(fire science) 교수 글렌 코벳은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소방관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고 말했다.
G. 키스 브라이언트 미연방소방국장(USFA)도 "파리 방문객이 노트르담 대성당을 꼭 봐야 하도록 만드는 요소들, 즉 오래된 연식과 거대한 크기, 석조 벽과 나무 대들보를 특징으로 하는 프랑스 고딕 양식이 대성당을 부싯깃 통(tinderbox)이자 불을 끄기 힘든 장소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건물은 소방관이 내부에서 불을 끄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소방관들은 좀 더 방어적이게 되고 외부에서 불을 통제하는 것을 시도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지붕의 목제 대들보가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석조 벽은 열기와 연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 진화를 어렵게 했다는 설명이다.
브라이언트 국장은 `대성당 바로 옆에 센 강이 있는 데도 활용이 왜 제대로 안 됐나`라는 질문에 "그렇게 큰 화재에 물을 뿌릴 만큼 충분한 소방기구가 없었다"며 "유럽은 길이 좁아서 미국처럼 대형 사다리차를 보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호주의 화재 전문가인 조너선 바넷 또한 "우리는 석조 벽에만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있는 엄청난 양의 목재는 잊어버린다"며 "이 거대한 목제 구조물이 한 번 타기 시작하면 거의 막을 수가 없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말했다.
실제로 이날 노트르담 대성당의 아치 위 다락 공간 일대에서 목격된 불길이 목조 지붕으로 번져 첨탑을 무너뜨리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시테섬에 있다 보니 도심에 있는 소방관들이 곧바로 도착하기 어려웠고, 화재가 바닥에서 높게 치솟은 천장 부분에서 시작돼 진화대의 접근이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노트르담 대성당에 불이 나자 트위터에 "아마도 공중 소방 항공기가 불을 끄는데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빠른 조치를 촉구했다.
하지만, 프랑스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이미 화재로 훼손된 랜드마크(노트르담 대성당)에 (공중에서) 물이 쏟아지면 전체 구조물이 붕괴할 수 있다"고 소방 항공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밝혔다.
AP 통신은 미국 뉴욕의 성 패트릭 대성당의 경우 스프링클러 설치 및 목조지붕에 방염제 코팅을 하고, 연간 최소 네 번의 소방점검을 한다며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방지 시스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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