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반구 강타한 최악 가뭄…미·중·유럽 경제 '휘청'

입력 2022-08-22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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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인플레이션에 이어 극심한 가뭄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북반구를 강타한 가뭄으로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3대 경제권이 모두 타격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각국이 가뭄으로 농업부터 전력·제조업·관광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피해를 보고 있으며, 이에 따라 공급망 혼란이 가중되고 식품과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에서는 `독일의 젖줄`로 불리는 라인강을 비롯한 주요 하천이 말라가면서 스페인·포르투갈·프랑스·이탈리아 등 각국의 가뭄 피해가 500년 만에 최악을 향해 가고 있다.

라인강과 이탈리아 포강 등 하천 수위가 내려가면서 선박을 이용한 내륙 물류가 마비 위기를 맞고 있으며, 수량 감소로 수력 발전량이 줄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는 수온 상승으로 강물이 원자력발전소 냉각수 역할을 못 하게 됨에 따라 발전량을 줄였고, 독일은 천연가스 대신 석탄을 통한 화력발전을 늘리려 하지만 석탄 운송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라인강 수량 감소로 바닷물이 상수원까지 침범하고 있고,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 수확량이 3분의 1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여름철 유럽의 가뭄이 반복될 경우, 가뜩이나 상대적으로 취약한 남부유럽 국가들의 신용도에도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가뭄 피해도 적지 않다.

미 국가환경정보센터(NCEI)에 따르면 지난달은 미국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역사상 3번째로 더웠다. 특히 미국 서부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진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20년 전께부터 시작된 이번 가뭄은 1천200년 만에 최악으로 평가된다.

미국 최대 농업지대인 캘리포니아주는 시에라네바다 산맥 지역의 강설량 급감으로 인해 용수 부족을 겪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 미국 중부와 남부 평원지대·중남부에서 가뭄이 급격히 심해졌다. 이에 따라 올해 미국의 면화 생산량은 전년 대비 28% 감소해 2009년 이후 최소를 기록할 전망이며, 면화 재배면적의 40% 이상에서 수확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에서도 기상당국에 따르면 1961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장기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6월부터 이어진 폭염과 가뭄으로 창장(長江) 곳곳이 말라붙은 가운데 쓰촨·충칭·후베이 등 창장 유역 주민 246만 명과 가축 35만 마리가 식수난을 겪고, 215만㏊ 농작물이 가뭄 피해를 봤다.

전력 생산의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해온 쓰촨성은 수력 발전량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난 15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고 화력발전을 늘렸다. 이에 따라 쓰촨성 내 도요타·폭스바겐(폴크스바겐)·지리 등 완성차 업체들과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업체인 CATL(닝더스다이)도 전력 공급 중단으로 조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상하이에 공장을 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쓰촨성 내 부품업체 가동을 위해 전력을 공급해 달라고 지방정부를 통해 요청하기도 했다.

WSJ에 따르면 학자들은 이번 가뭄에는 적도 부근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서 서태평양의 대기 순환에 이상이 생기는 `라니냐` 현상이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라니냐의 영향이 증폭됐으며, 통상 라니냐가 9∼12개월 지속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2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적어도 내년 2월까지는 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WSJ은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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