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처음으로 1분기 역성장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미국 관세 폭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도 않았던, 1분기 성장률 얘기입니다.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들어온 느낌이라고 말한 이 총재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볼 때, 우리의 성장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반성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 나왔습니다.
김 기자, 오늘 이 총재 발언을 볼 때, 한은이 2개월 만에 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출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월에 제시한 1.5%에서 낮춰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1분기 경기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글로벌 통상여건이 악화되면서 성장의 하방 위험이 확대됐기 때문인데요.
특히 1분기 성장률의 경우, 종전에 제시한 0.2%에서 상당폭 하향 조정할 수 있다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우려가 커지며 경제심리가 위축됐고,
탄핵 선고 지연 등 길어진 정치 불확실성과 대형 산불과 같은 일시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내수와 수출 모두 부진했기 때문입니다.
이 총재는 2월 경제전망 당시 한은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너무 낙관적이었다고 인정했는데요.
상호관세 유예를 고려하더라도 대중국 관세율, 품목 관세, 10% 보편 관세등 예상보다 관세조치 강도가 높기 때문에 전망치를 크게 낮출 가능성이 커졌단 겁니다.
다만, 관세 정책 변화가 심하고 협상이 남아있는 만큼, 구체적으로 성장률 전망치가 얼마나 낮아질지는 지금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 사이에선 올해 국내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죠.
2월 한은이 관세정책의 비관 시나리오로 제시한 성장률이 1.4%인데요.
예상보다 관세 조치의 강도가 더 세다고 평가한 만큼, 5월 전망치는 1.4%를 밑돌아 1%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그동안 이창용 총재가 정부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는데, 정부가 내놓은 12조 원 규모의 이번 추경안에 대해선 어떤 의견을 냈습니까?
<기자>
이 총재는 추경의 규모가 얼마가 적절한지에 대해선 중앙은행 총재로서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앞서 이 총재는 15조~20조원 규모의 추경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0.2%p의 경기 부양이 가능할 것이라고 이야기해왔죠.
일전에 추경에 대해 언급한 건 계엄 사태 이후 경기가 안 좋아진 상황에 따른 예외였을 뿐이라느 거고요.
현재 논의 중인 12조 원 규모의 추경을 통해선 0.1%p의 경기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결국, 추경을 해도 성장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건데, 그걸 알고도 금통위가 오늘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결국 불확실성이 너무 크니까, 일단 제자리에서 지켜보겠다는 뜻 아닌가요?
<기자>
네 맞습니다. 오늘 금통위 기준금리 동결의 주된 이유로는 트럼프 관세 정책 변화로 인한 성장전망의 불확실성이 꼽힙니다.
이 총재 발언 먼저 들어보시죠.
[이창용 / 한국은행 총재: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 때문에 갑자기 어두운 터널로 확 들어온 느낌이라, 어두워진 상황에서는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정하면서 밝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었고요.]
미국 관세정책의 강도와 주요국의 대응이 단기간에 급격히 변화하면서 국내는 물론 세계 경기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진 현 상황을 '터널 안'에 비유한건데요.
이 총재는 "향후 전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례 없이 커졌다"며 관세 협상 등 정책 여건의 변화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금리를 이번엔 유지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도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됐는데요.
미·중간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최근 2주간 원·달러 환율은 1,410원에서 1,480원 사이를 오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여왔죠.
변동성이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이탈과 위안화 가치 절하 등으로 원화 값이 재차 하락할 가능성을 우려한 거고요.
현재 1,420원대로 진입한 환율 수준에 대해 이 총재는 "한국의 펀더멘털보다는 좀 더 절하됐다"고 평가했는데요.
이는 국내 정치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았고, 국내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커 미국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앞으로의 환율 흐름은 관세 정책과 정치적 불확실성이 안정되면 더 내려올 여지가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앵커>
최근 트럼프의 예측할 수 없는 현란한 스텝을 보면, 우리가 언제 이 어두운 터널을 지날 지는 모르겠습니다. 환율 역시, 더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으면, 그만큼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는 걸로 보면 되겠죠?
<기자>
네, 경기 전망이 나빠진 만큼 5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더 커졌습니다.
오늘 금통위에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모두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는데요.
특히 신성환 위원은 경제와 물가만 보면 큰 폭으로 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환율, 가계부채를 고려할 때 이번엔 베이비컷이 적절하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죠.
성장과 물가를 봤을땐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던 만큼, 5월 금리 인하가 유력하게 점쳐지고요.
다만, 6월 3일 대선 직전 금리 인하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란 우려도 있었죠.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정치적 고려 없이 경제만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장에선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 횟수가 최대 1~2회에서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늘었는데요.
추가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해서 이 총재는 5월 경제 전망이 구체화된 후에나 결정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취재: 이성근, 영상편집: 권슬기, CG: 홍향기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