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ETF에 투자하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수익률이 쑥쑥 오르는 건 기분 좋은 일이지만, ETF에 담긴 특정 종목만 급등하면 골치 아픈 일이 생깁니다. 다음주부터 ETF 시장에서 리밸런싱이라는 파도가 밀려온다고 하는데요. 이게 도대체 뭔지 실체를 분석해봤습니다.
● 바구니에는 30%까지만 담을 수 있어요
ETF는 여러 주식을 골고루 담은 '과일 바구니'입니다. 그런데 법에서는 바구니에 특정 과일을 너무 많이 담지 못하도록 규칙을 만들어 뒀습니다. 아무리 싱싱한 과일도 30%를 넘게 담을 수 없도록 한거죠. 특정 종목에만 투자가 쏠리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삼성전기라는 기업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올해 들어서 500% 넘게 올랐거든요.
'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에서 삼성전기 비중이 38.5%까지 커졌고, 'HANARO Fn K-반도체'에서도 34.7%까지 부풀었습니다. 원래는 20% 정도 비중으로 담았는데 얘만 주가가 튀어오르면서 30%를 넘겨버린 겁니다. 현재 7개 ETF에서 30%를 넘긴 상황입니다.

● 15일부터 넘친 과일을 덜어냅니다
30%를 넘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쩔 수 없이 넘친 만큼 내다 팔아서 비중을 줄여야 합니다. 이걸 '정기 리밸런싱'이라고 불러요.
삼성전기 비중이 넘친 ETF(KODEX AI반도체TOP2플러스)의 지수방법론을 살펴봤습니다. 지수방법론은 어떻게 ETF를 운용할지 정해둔 지침서입니다.
지침서를 보니까 6월 선물옵션만기일 2영업일 뒤에 리밸런싱이 진행됩니다. 선물옵션만기일이 11일이니까 2영업일 뒤는 15일이 되겠죠.
이때 25% 이하로 비중을 줄여야 됩니다. HANARO Fn K-반도체는 17~18일에 리밸런싱을 하도록 정해져 있습니다.
시총 4조원인 KODEX 상품에서 5396억원, 시총 4조 7000억원인 HANARO 상품에서 4573억원어치 삼성전기 주식을 의무적으로 팔아야 합니다.
며칠 사이에 두 상품에서만 무려 9969억원에 달하는 '매도 폭탄'이 기계적으로 쏟아지는 거죠. 계산법은 아래 사진에서 살펴보시죠.

● 눈치 빠른 큰손들의 '선제공격'
이쯤 되면 눈치 빠른 큰손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겠죠? 조 단위 매도 물량이 쏟아질 걸 미리 계산하고, 주가가 떨어지기 전에 먼저 파는 작전을 씁니다.
5월 21일~6월 9일까지의 수급을 보면 흥미롭습니다. 개인 투자자가 ETF를 사면 '금융투자'로 잡혀요. 금융투자(사실상 개인)는 삼성전기를 1조 7234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ETF를 매수한 돈이 삼성전기로 흘러들어간거죠.
그런데 '투신(사모)'은 1조 3484억원을 팔았습니다. 투신은 진짜 큰 돈을 굴리는 기관 투자자인데, 정기 리밸런싱에서 매도 폭탄이 터질거 같으니까 한발 먼저 빠져나온 거죠.
참고로 현재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엄청나게 파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전세계에 자산 배분을 하면서 어느나라에 얼마나 투자할지 비중을 정해둡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2%만 투자할래' 이렇게 정해둔거죠.
그런데 한국 증시가 다른나라 증시보다 많이 올라서 비중이 4%로 불었어요. 처음 설정해둔 계획(2% 배분)대로 돌아가기 위해서 넘친 2%P 만큼을 팔아치우는 거죠. 이것도 글로벌 차원의 '리밸런싱'입니다.

● 진짜 문제는 앞으로의 매수 체력
사실 당장 쏟아지는 물량보다 더 걱정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리밸런싱 이후의 상황인데요.
현재는 반도체 ETF에서 삼성전기 비중이 40% 가까이 됐기 때문에 ETF에 새로운 투자금이 들어오면 약 40%를 삼성전기를 사는 데 썼습니다. 리밸런싱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시장 가격을 그대로 복제해야 하거든요. 주가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힘이 있었던 거죠.
하지만 곧 비중을 25%로 낮추고 나면, 다음날부터 바구니에 주식을 새로 담는 기준표(PCF)도 25%로 떨어집니다. 앞으로는 돈이 들어와도 25%어치만 사주게 됩니다. '매수 체력' 자체가 구조적으로 꺾이게 되는 거죠.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괜찮을까요
그렇다면 코스피 대장주들은 어떨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일부 테마형 ETF에서 비중이 30%를 넘겼습니다. 테마형 ETF는 '2차전지' '반도체' '바이오'처럼 업종을 대표하는 ETF를 말합니다. 이런 테마형 ETF는 30%를 넘기면 어떤 종목이라도 넘친 부분을 내다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코스피200 같은 '시장대표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ETF는 얘기가 다릅니다. 삼성전자처럼 덩치가 워낙 큰 기업은 코스피200에서도 필연적으로 30%를 넘길 수밖에 없거든요.
현재 코스피200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은 34%입니다. 법에서는 시장 대표지수를 따르는 ETF는 30% 한도를 넘겨도 되도록 예외를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KODEX200, TIGER200 같은 상품이죠.
결국 내가 투자한 ETF가 시장 전체를 대표하는 지수인지, 아니면 특정 산업을 묶은 테마 지수인지에 따라 겪게 될 파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하시고 현명하게 투자 방향을 점검해 보시길 바랍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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