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파격 세일'…뜻밖의 나비효과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7-11 07:00  

기름값 '파격 세일'…뜻밖의 나비효과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우크라이나, 러시아 정제시설 드론 타격 러시아, 휘발유·디젤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사우디, 아시아향 원유 판매가격 대폭 인하

최근 주식시장에서 정유주들이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글로벌 석유 공급망이 요동치면서 국내 정유기업들이 뜻밖의 반사수혜를 누리고 있기 때문이죠. 산유국들 사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국내 정유사들의 돈벌이가 좋아진 걸까요.

● '기름 부자' 러시아가 휘발유를 수입합니다

먼저 살펴볼 곳은 러시아입니다.

산유국인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휘발유·디젤을 많이 수출해 온 국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내에서 쓸 휘발유·디젤 부족 사태를 겪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정제 설비들이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죠. 식자재(원유)는 넘쳐나는데 주방(정제 설비)에 불이나서 요리(휘발유·디젤)를 만들 수 없는 환경이 된 겁니다.

실제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는 심각한 연료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유소들은 소비자 가격을 크게 올리고, 긴 대기줄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집니다.

이에 러시아는 연료 공급난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에서 휘발유·디젤을 수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내수용 휘발유를 충당하기 위해 이미 인도에서 최소 6만톤을 수입했고, 조만간 벨라루스 등지에서 월 40만톤까지 수입 물량을 늘릴 계획입니다. 월 40만톤은 러시아 월간 휘발유 수요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많은 규모입니다.

글로벌 휘발유·디젤의 공급처였던 러시아가 오히려 기름을 사오기 시작한 겁니다. 수요는 늘어나고 공급은 그만큼 줄어들게 됐죠.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디젤 가격이 당분간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폭발로 검은 연기 내뿜는 러시아 모스크바 대형 정유 공장. 사진=연합뉴스
● 사우디의 기름값 파격 세일

러시아가 제품 가격을 방어해 주고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는 원가를 깎아주고 있습니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8월 아시아 수출용 원유 판매가격(OSP)을 한달 전보다 11달러 낮추기로 했습니다. 2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인하입니다.

그동안 사우디는 오만·두바이유보다 9.5달러 더 비싸게 프리미엄을 붙여서 아시아로 원유를 팔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달부터 9.5달러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지고, 1.5달러 추가 할인까지 더해지게 된거죠. 아시아 정유사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원가 절감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아시아 정유사는 원유를 사와서 정제한 뒤 휘발유·디젤로 만들어 팝니다. 러시아 정제 설비에 불이 나서 휘발유·디젤 공급은 크게 줄었죠. 여기에 사우디의 파격 세일 덕분에 원유를 아주 싸게 들여오고 있습니다. 원가는 줄고 판매 가격은 유지되니 중간에 남기는 이익(정제 마진)이 벌어지는 호황 국면에 진입한 거죠.

● 3사 3색 매력도, 국내 정유주 톱픽은

똑같이 좋은 업황을 맞이하게 됐지만 국내 정유 3사의 셈법은 조금씩 다릅니다. 현재의 호재를 온몸으로 흡수하는 기업은 S-Oil입니다.

S-Oil은 정유 사업 비중이 회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무엇보다 회사가 들여오는 원유를 대부분 사우디에서 들여옵니다. 사우디의 원유 가격 인하 효과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죠.

다만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국제 유가가 단기간에 급락하면 창고에 비싸게 사둔 원유 재고의 장부상 가치가 떨어지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유가가 천천히 내리거나 지금 수준에서 횡보해 주는 것이 S-Oil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입니다.

GS도 정유 사업에서는 막대한 마진을 남길 겁니다. 다만 GS는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체가 정유회사 GS칼텍스가 아닌 지주회사 체제라는 맹점이 있습니다. 순수 정유주에 직접 투자하는 것과 비교해 탄력이 제한될 수밖에 없죠.

SK이노베이션 역시 정유 부문은 호재를 맞았지만, 회사 전체 덩치에서 배터리와 화학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이번 호황의 긍정적 효과가 많이 희석되는 구조입니다.
사진=연합뉴스
● 연말까지 이어질 호실적

최근 1개월간 S-Oil의 주가는 19.22% 올랐습니다. GS 주가도 10.47% 상승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주 급등락 속에 3.3% 하락한 것과 비교해보면 정유주는 좋은 흐름을 보여왔죠.

그렇다면 이 달콤한 시간은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빠듯한 디젤 수급이 빚어내는 호실적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석유 제품이 부족해지면 중동 국가는 신규 정제 설비를 돌려 디젤 생산을 늘릴 겁니다. 하지만 중동에서 늘어난 수출용 디젤 물량이 배를 타고 아시아 시장에 도착해 유통되기까지는 3~4개월의 물리적인 시차가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지금의 목마름을 바로 해결할 순 없다는 뜻이죠.

반면 기름을 달라는 아우성은 하반기에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계절적으로 3분기에는 여름 휴가철이 있어 휘발유와 디젤 수요가 급증합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4분기에는 난방용 기름으로 수요가 자연스럽게 바통 터치를 하며 빈틈을 메우게 됩니다.

하지만 투자 관점에서는 냉정하게 짚어봐야 할 지점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미래의 가치를 앞당겨서 가격에 반영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선반영이라고 하죠. 최근 정유주가 코스피 지수를 훌쩍 뛰어넘어 상승한 것도 같은 맥락일 수 있습니다.

결국 관건은 이번 호황의 펀더멘털이 얼마나 더 강하게, 오래 지속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러시아와 사우디에서 시작된 나비효과가 정유주를 담은 투자자들의 계좌에는 어떤 파도를 일으키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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