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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3>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은 중동발 지정학적 갈등과 반도체 공급망 우려가 겹치며 연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다행히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세를 보이며 시장은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변동성이라는 안개는 걷히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혼자서 조용히 웃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월가의 대형 금융 공룡들입니다.
이번 주 웰스파고와 시티그룹, JP모간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그리고 골드만삭스까지 미 금융업계의 거인들이 몇 시간 간격으로 연달아 성적표를 내놓았습니다. 뒤이어 모건스탠리 등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출격을 대기 중인 상태입니다.
모두가 "실적이 잘 나올 것 같다"고 예상은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시장의 장밋빛 전망마저 훌쩍 웃도는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를 본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CEO는 "글로벌 경제가 우리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하며 실물 경제의 튼튼함을 치하했습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들 은행주들의 흐름은 어땠을까요? 올해 초부터 7월 13일까지 미국 대형 은행주들과 은행업종 ETF의 누적 수익률 추이를 비교해 보면 전반적인 흐름의 흐름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가장 밝은 하늘색 선이 시티그룹, 가장 어두운 남색 선이 미국 주요 은행들을 골고루 담은 KBE ETF입니다. 그리고 중간 파란색 선이 JP모간, 초록색 선이 웰스파고입니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모든 은행주가 올해 상반기에는 금리 우려 등으로 큰 조정을 받았지만, 5월 이후부터 급격하게 우상향하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초록색 선의 웰스파고는 한때 연초 대비 마이너스 20달러 이하까지 떨어지며 가장 부진했고, 파란색 선의 JP모간 역시 마이너스 10달러 안팎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5월 말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되었습니다. 미국 소비자들의 지출 데이터가 튼튼하게 버텨주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고, 대형 은행들의 핵심 사업인 투자은행(IB)과 주식 트레이딩 부문이 살아나면서 가파른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입니다.
어제 밤 발표된 JP모간의 깜짝 실적 역시 핵심 비결은 투자은행(IB) 부문의 대부활 덕분이었습니다. 그동안 고금리 장기화 기조에 몸을 사리던 기업들이 드디어 "우리 회사 합칩시다!" 하고 본격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시작했고,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시장도 다시 활기를 찾은 것입니다. 덕분에 지난 2분기 투자은행 수수료 수익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0%나 껑충 뛰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2분기 동안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가슴 졸이는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대형 은행의 트레이딩 데스크와 M&A 자문 팀에게는 변동성 장세가 그야말로 물 만난 고기처럼 최고의 대목이었던 셈입니다.
실제로 JP모간의 CEO는 이미 지난 5월 말에 "지금 시장은 엄청난 활기로 가득 차 있고, 기업과 투자자들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며 강력한 실적을 일찌감치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이번 호실적의 든든한 밑바탕에는 미국 소비자들의 이른바 '강철 지갑'이 있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5월 카드 지출 데이터를 보면, 다들 불경기라고 걱정했던 게 무색할 정도로 가계 소비가 엄청나게 튼튼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시티그룹의 CFO 역시 "미국 소비자들은 탄탄하며, 여기에 AI 인프라 투자 열풍이랑 정부의 감세 및 규제 완화까지 합쳐지니 경제가 무너질 틈이 없다"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파티 타임'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발표하는 최신 투자 심리 지표인 '황소와 곰(Bull & Bear) 지수'가 무려 9.4까지 치솟았는데요. 이는 주식 시장 역사상 보기 드문 '극단적인 낙관' 단계에 진입했음을 뜻합니다. 최근 인공지능(AI)에 대한 천문학적인 투자 열기와 연준의 완화적 기대감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끝없이 올라간 결과입니다.
물론 이쯤에서 경계 경보도 흘러나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수석 전략가 마이클 하트넷은 "이토록 완벽한 낙관주의는 그 자체로 강력한 '역발상 매도 신호'가 될 수 있다"며 자산 비중을 줄일 것을 조언했습니다. 다시 말해 시장은 위기를 걱정했지만, 실물 경제는 단단하게 버텨냈습니다. 그 증거가 이번 은행들의 역대급 실적입니다. 다만, 그 증거가 너무나도 좋게 나온 탓에 오히려 시장 과열에 따른 위험 신호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투자자들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대목입니다.
결국 이번 대형 은행들의 실적 발표는 단순한 기업 성적표를 넘어, 글로벌 실물 경제의 진짜 건강 상태와 향후 시장의 과열 리스크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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