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낮 12시 19분께 코스닥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돼 매매가 20분간 중단됐다. 이어 약 13분 만인 낮 12시 32분 32초에 유가증권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작동했다.
발동 당시 지수는 코스닥은 전장보다 56.85포인트(8.05%) 내린 649.00, 코스피는 491.33(8.15%) 내린 5,532.33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면 20분간 매매거래가 멈추며 취소호가를 제외한 호가접수도 중단된다. 매매거래가 재개된 이후에도 10분간 단일가 매매가 이뤄진다. 유가증권시장의 서킷브레이커 발동은 역대 15번째, 올해 들어서는 9번째다. 코스닥 시장의 서킷브레이커는 역대 14번째 올해 4번째다.
전날에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장중 11%와 8%대의 낙폭을 보이며 잇따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양 시장에서 이틀 연속으로 동반 발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오후 2시 18분 기준 코스피는 450.68포인트(7.48%) 내린 5,572.98에 거래되고 있다. 개장 직후 낙폭 과대 인식에 따라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전 거래일 대비 65.45포인트(1.09%) 오른 6,089.11로 출발한 뒤 한때 6,228.52(3.40%)까지 회복했지만 이후 하락 전환해 장중 5,262.7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이에 코스피200선물 지수 하락 폭이 커지자 오전 10시 55분께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오후 12시 32분에는 서킷브레이커도 내려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걸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주가를 끌어내린 것은 반도체 고점 우려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하이 증시 상장으로 공급 확대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 엔비디아를 둘러싼 순환 금융 논란으로 AI 수요 거품론이 다시 제기됐다. 이 여파로 이날 역대 최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뒤 4% 넘게 급등하던 SK하이닉스가 급격히 상승분을 반납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실적발표 관련 컨퍼런스콜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가격 협상 진행 상황 등과 관련 구체적 가격이나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또 주주환원과 관련해서도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 중이라고만 밝힌 데 대한 실망감이 투매를 촉발했다.
SK하이닉스는 같은 시간 11.87% 낙폭을 보이고 있고 삼성전자도 7.95% 내린 20만2,500원에 거래 중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투톱'인 두 종목이 동반 급락하면서 코스피도 급락세로 돌아서 단숨에 5,000대 중반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번 조정의 바닥으로 여겨졌던 6,000선이 완전히 무너진 것이다. 불과 한 달 새 코스피가 고점 대비 40% 넘게 급락하자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다시는 국장을 하지 않겠다""곧 오를거라 믿었는데. 그냥 개미들 전멸시켰네""반대매매 엄청 쏟아질 듯" 등 공포와 허탈감을 드러내는 반응이 쏟아졌다.
이날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를 둘러싼 아쉬운 반응도 이어졌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소폭 밑돌았다.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하자 투자자들의 실망감은 더욱 커졌고 증권가에서는 이날 급락의 원인으로 개별 기업 실적이나 대외 변수보다 투자심리 악화에 따른 '항복 매도(패닉셀링)' 확산을 꼽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어제 10% 급락한 이후 오늘은 반등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대다수 보유자들이 손실을 확정 짓고 '패닉셀링'에 나서는 것이 오늘 폭락의 본질"이라며 "패닉셀링 물량이 대규모로 나올 때가 상황 반전이 일어나기 좋은 때"라며 "투매에 나서기보다는 미국 기업 실적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향후 이벤트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번 급락은 기업 실적 악화보다 과도하게 쌓였던 레버리지가 청산되는 과정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실적 등 펀더멘털의 현실적인 둔화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고 밸류에이션과 기술적 지표도 과매도 구간을 가리키는 만큼 현재의 하락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변동성을 키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추가 규제 검토에 나섰다. 이억원 금융원장은 최근 국내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와 관련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에 기본예탁금 추가 등 대책 마련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최근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우리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와 신뢰가 흔들리고 있는 점을 당국자로서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 대해서도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 가지 요인이 아니라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답햇다.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매수에 필요한 기본 예탁금을 5000만원으로 상향하고, 개인이 보유한 금융투자상품 총투자액의 20% 이내로 레버리지 상품 투자를 제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선 오는 31일부터 예탁금이 현금 3000만원 이상으로 상향된다.
현재 2배인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배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이 위원장은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기존 투자자 권익 보호를 위한 수익자총회 절차와 법률 개정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