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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한국 금융사의 대규모 해킹 사태…AI발 디스토피아의 서막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황효원 기자

입력 2026-10-06 17:41  

한국 금융사의 대규모 해킹 사태…AI발 디스토피아의 서막인가?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서울 시내 한 건물에 설치된 ATM기. 연합뉴스
2차 대전 이후 논의되기 시작했던 인공지능(AI)이 2021년 챗GPT로 우리에게 다가오기까지 의외로 긴 시간이 걸렸다. 산업발전단계상 엄동설한에 푸른 싹이 돋기 시작한 단계(green shoot)인 챗GPT가 윤리적 문제에 봉착해 시든 잡초(yellow weed)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챗GPT를 계기로 모든 산업 중 가장 빨리 화려하게 꽃(golden goal)을 피우고 있다.

최근처럼 세계 경제가 어려울 때는 신기술이 출회하면서 위기 극복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 1990년대 들어 일본발 위기론이 확산됐을 당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이 꽃을 피면서 세계 경제를 구해냈다. 최근에는 관세, 전쟁 등 이른바 도널드 트럼프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AI가 급진전되면서 완충시키고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AI발 변화를 가장 빨리 체감할 수 있는 곳이 고용시장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을 비롯한 저임의 저개발국 노동력 공급이 멈추는 루이스 전환점(Lewisian turnning point)이 앞당겨져 주요국 노동시장에서 저소득층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그 결과 저소득층의 임금은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올해는 디지털 고도화까지 이루어지면서 구조조정 대상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까지 디지털화는 블루칼라를 대신할 수 있는 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AI 등이 급진전되면서 화이트칼라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필요 없는 시대가 오면서 저소득층(혹은 블루칼라)의 역습 시대가 오고 있다.

저소득층의 역습은 성장과 고용 간의 정형화된 사실도 깨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저소득층이 내몰리면서 ‘고용 창출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을 낳았지만 최근에는 저성장 시대가 정착되는 속에서도 실업률이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고용 풍부한 경기둔화(job full downturn)’라는 새로운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이냐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앞으로 더 강화돼 추세로 자리를 잡을 확률이 높다. 중국, 한국 등 주요국은 인구절벽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AI, 양자 컴퓨터 등으로 이어지는 디지털의 고도화는 이들의 노출도가 심한 화이트칼라와 고소득층을 더 빨리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AI가 진전되는 시대에는 경기순환 진폭이 커지는 ‘순응성(procyclicality)’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shortening)’ 현상이 심화되는 반면 기준금리 변경 방식이 효과를 보기까지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통화정책의 시차가 길 때는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와 효과가 나타나는 시점에 경제 상황이 달라 각국 중앙은행이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통화표준(monetary standard)의 생명으로 ‘선제성(preemptive)을 유지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통화표준이란 로버트 헤철 전 리치몬드 연방준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주장해 통화정책의 틀(frame)이자 체제(regime)로 기준금리 변경과 같은 통화정책은 일정 기간 지속돼야 효과를 볼 수 있어 선제성을 더 중시한다.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표적경로상 최종 목표인 물가 안정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를 중간에 확인해 보고 싶은 표적변수(proxy)가 필요하다. 중간표적변수는 그 특성상 기준금리와 인과관계가 명확하고 최종 목표와의 연계성이 높아야 한다.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중간표적변수를 설정해 운용하면 최종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지는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AI 시대가 전개되면서 종전의 정형화된 사실이 흐트러짐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은 ‘어떻게 통화정책을 수행할 것인가’ 하는 또 하나의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네트워킹 효과와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AI 시대에 있어서는 중앙은행의 목표를 ‘물가 안정’에만 둘 수는 없다. 기준금리 변경, 유동성 조절 등과 같은 종전의 통화정책 수단도 무력화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효과는 반감된다.

통화와 관련된 모든 정보를 다른 경제주체도 공유가 가능해짐에 따라 ‘정보의 비대칭성’을 전제로 한 중앙은행의 시장 선도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즉, 중앙은행과 시장 참여자 간 관계가 ‘수직적’이 아니라 ‘동반자적’으로 변한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중앙은행과 중앙은행 총재의 위상, 기준금리와 시장금리 간 체계는 약화가 불가피하다.

우려되는 대목은 각국 국민이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새로움과 복잡성’에 따른 위험이 증대되고. 화폐개혁 논의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사 금융 행위도 판치게 된다. 이런 환경에 맞춰 금융 감독이 새로운 옴니버스 방식 등으로 접근하지 못할 경우 각국 국민의 화폐 생활에 있어서는 일대 혼란이 초래될 확률이 높다.

AI가 급진전됨에 따라 대폭염, 대가뭄, 대홍수과 같은 이상 기후 이상으로 ‘디스토피아(dystopia)’ 문제로 지구촌과 전 세계인을 흔들어 놓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디스토피아란 유토피아(utopia)의 반대되는 개념인 반(反)이상향으로, 예측할 수 없는 지구상의 가장 어두운, 특히 극단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2015년부터 이 과제를 다뤄왔던 세계경제포럼(WEF)은 앞으로 세계 경제에 미칠 위험 요인으로 경제·환경·지정학·사회·기술 등 5개 분야에 걸쳐 총 28개의 디스토피아 우선 과제를 발표했다. 발생 확률과 파급력을 기준으로 각각의 순위를 매겨 정책당국자와 기업인, 그리고 개인이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특징이다.

WEF는 발생 확률이 높은 다섯 가지 위험으로 ①국가 간 분쟁 ②극단적 기상이변 ③사이버 테러 ④국가 거버넌스 실패 ⑤구조적 실업과 불완전 고용을 꼽았다. 파급력이 클 다섯 가지 위험으로는 ①수자원 위기 ②급속한 전염병 확산 ③대량 살상무기 ④국가 간 분쟁 ⑤기후변화 대응 실패 순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25년부터는 모든 것이 동시다발적으로 닥치고 있는 점이다.

발생 확률과 파급력을 고려할 때 최우선 디스토피아 과제인 ‘기상이변’은 1990년대 이후 교토의정서 등을 통해 각국이 노력해 왔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환경 디스토피아는 날로 악화되는 추세다. 더 우려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하자마자 신파리 협약을 탈퇴해 이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냉전 시대가 종료된 지 30년이 넘은 시점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과 맞물려 △국가 거버넌스 실패 △국가 간 분쟁 △대규모 사이버 테러 공격 △국가 붕괴 위기 △대량 살상무기 등으로 촉발된 국민감정이 각국의 이기주의와 군축 경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적인 위험의 경우 대규모 사이버 공격은 발생 확률과 파급력 면에서 해가 지날수록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오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인터넷과 SNS 환경은 혁신을 가져왔지만 해킹, 정보 유출 등에 따른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AI가 급진전됨에 따라 노동시장 파괴 등 새로운 위험도 높아지는 추세다.

사회적 위험의 경우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발전으로 인해 시스템 상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을 우려한 것도 주목된다. 특히 개도국에서는 빠른 기술 변화로 만성적인 대규모 실업이 발생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대로 방치하면 2011년에 발생했던 ‘아랍의 봄’,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과 같은 폭등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스리랑카, 네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권력욕이 강한 포퓰리스트 최고통수권자와 기득권에 강력하게 저항하는 ‘우리 모두가 Z 세대(We all are Gen Z)“ 운동이 발생했다. 향후 세계 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더 큰 변화를 예고한다.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촉발된 뉴 앱노멀 시대에 스트롱맨 체제는 더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적 불평등과 실업은 사회적 안정을 저해하고 평등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돼 사회적 위험에 대한 논의와 해결책 마련을 어렵게 한다. 사회 구성원은 안정감을 찾기 위해 국가 전체에 속하기보다 동료 의식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커뮤니티에 속하려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사회적 디스토피아 해결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디스토피아 시대에 있어서는 종전의 규범과 제도보다 정의와 도덕 등과 같은 행동주의 가치와 기본이 더 중시될 가능성이 높다. 디스토피아, 그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해 위험이 상수항(함수 y=a+bx에서 'a')이 되는 시대에 모든 경제주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위기관리 능력이 최고 덕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해킹, 즉 미토스 사태에서 여실히 입증하듯이 AI 시대에서는 그렇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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