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거래일 연속 급락했던 코스피가 반등에 성공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가가 바닥을 찍었다고 보고 매수에 나서야 할지, 추가 하락에 대비해야 할지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단기 반등과 본격적인 추세 회복을 구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16일 전 거래일보다 113.83포인트(2.05%) 오른 5,668.05에 거래를 마쳤다. 8거래일 만의 반등이다. 코스닥도 4.46% 상승한 794.78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430억원을 순매수하며 9거래일 만에 매수 우위로 돌아섰다. 하지만 코스피는 장중 4.60%까지 올랐다가 상승 폭을 상당 부분 반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62%, 0.7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앞선 7거래일 동안 코스피가 20% 넘게 급락한 점을 고려하면 반등 폭은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7거래일 동안 21% 하락한 것과 관련해 1980년 이후 같은 기간 더 큰 낙폭을 기록한 사례가 세 차례뿐이었다고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와 비교할 만한 하락세라는 설명이다.
허 연구원은 급락 이후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주가가 이중 또는 삼중 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번 하락이 지난 7월 급락에 이은 두 번째 바닥이라면 반등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지만, 기업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고 연착륙할 수 있다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7거래일 동안 10% 이상 급락했던 12개 사례에서 이후 1주일간 상승한 비율은 83%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낙폭이 15%를 넘었던 5개 사례에서는 한 달 뒤 상승한 비율이 20%에 그쳤다.
단기 반등 가능성이 높더라도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의미다.
외국인 '사자'에 반등했지만…반대매매 3천억원 육박
수급 불안도 여전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투자자예탁금은 96조9,121억원으로, 지난 6일(101조486억원)보다 4.1% 감소했다. 반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7,499억원에 달했다.
주가 급락 과정에서 반대매매도 급증했다. 지난 6일부터 15일까지 7거래일간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2,981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14일 893억원, 15일 805억원으로 이틀 연속 800억원을 웃돌았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주식 매수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것이다. 주가가 다시 급락하면 강제 청산 물량이 추가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동안 외국인 매도 물량을 흡수했던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도 줄어든 상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자사주 매입을 마쳤고, SK하이닉스도 매입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재원 연구원은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가운데 자사주 매입 감소와 개인의 매수 여력 약화가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다만 낙폭이 과도한 대형주를 중심으로 분할 저가매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공포에 휩쓸려 주식을 처분하기보다는 기업의 실적과 주가 수준을 따져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다음 주 반등 분수령은 美 빅테크 실적
외국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회복되려면 인공지능(AI) 관련 기업들의 신용위험이 진정되고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전망에 대한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재원 연구원은 이와 함께 10월 말 주주환원 계획의 구체화와 실제 집행 여부가 반등의 성격을 좌우할 변수라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예정된 미국 주요 기술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주목했다.
메타와 램리서치, IBM,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웨스턴디지털 등의 실적이 AI 투자 지속성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을 완화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기술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반도체 수요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한다면 국내 반도체주에도 반등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반대로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금요일 반등이 일시적인 기술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다음 주 국내 증시의 향방은 외국인 매수세의 지속 여부와 미국 기술기업들의 실적, 반도체 업황에 대한 신뢰 회복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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