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제이슈] ②'마이웨이' 트럼프…미국도 세계도 두렵다

입력 2017-12-17 14:01  

[2017 국제이슈] ②'마이웨이' 트럼프…미국도 세계도 두렵다
국제조약·협정·기구 잇따른 탈퇴…화약고 중동에 갈등조장까지
미국선 反이민·오바마 부정·멕시코장벽·감세 드라이브로 혼란
트럼프 국정 지지율 추이·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가 관건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올 한 해 세계에서 일어난 주요 현상들을 관통하는 키워드 석 자는 단연 '트럼프'이다.
지난 1월 20일 백악관에 입성한 '부동산 재벌' 출신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첫해부터 전 세계 곳곳을 송두리째 흔들어댔다.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구호를 앞세워 경제·무역·외교·국방 등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만을 강조했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의 공식 탈퇴를 필두로 세계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 유네스코 탈퇴 등 미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온 각종 국제협정과 국제기구를 매몰차게 떠났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한국·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에 방위비를 더 부담할 것을 요구하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폐기 가능성을 위협하며 재협상에 착수한 것 역시 이러한 국수주의적 철학이 반영된 대목이다.
이 같은 행보에 미국 내부에서는 야당과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세계 각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에 내심 비판적 시각을 보였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이라는 초강대국이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비정한 힘의 논리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웨이식 행보가 가장 두드러진 것은, 예루살렘 문제와 관련해서였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이 줄곧 미뤄왔던 '중동의 화약고' 예루살렘을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한 것이다.
지구촌 전체에 파문이 일었고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 부정적 반응이 나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긍정과 부정의 평가를 떠나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다운 행동이란 분석에는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이라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벗어나려는 시도인 동시에 주요 지지층인 유대인을 겨냥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내에서 보여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도 밖에서와 다르지 않았다.
반(反)이민 정책, 멕시코장벽 건설, 오바마 케어(현행 건강보험법) 폐기, 감세법안, 성전환자의 군 복무 금지 등 주요 대선 공약들을 여론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흔들림 없이 밀어붙였다.
그러나 야당의 반대와 주류 언론의 비판 속에 대부분 주요 국정 과제들의 추진에 제동이 걸리면서 임기 초반부터 험로를 걸어야 했다.
반이민 정책의 경우 일부 이슬람권 국민의 입국을 90일간 제한하는 내용의 반이민행정명령이 초반부터 잇달아 지방법원에서 제동이 걸렸다. 결국, 대상 국가를 일부 고치고 내용을 다소 완화한 수정 행정명령을 내놓고 대법원을 압박한 끝에 효력을 시한부로나마 겨우 인정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활을 걸었던 오바마 케어 폐기는 관련 법안을 네 차례나 상원 표결에 부치는 뚝심을 보였지만 모두 당내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유산인 '트랜스젠더 군 복무' 역시 갑자기 일방적으로 금지 결정을 내렸지만, 역시 각주의 지방법원들에서 연달아 제동을 걸었고 결국 국방부는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내년 1월부터 입대가 가능한 것으로 물러서야만 했다.
그나마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는 내용의 감세법안이 이달 초 상원을 통과하면서 집권 이후 '최초의 입법 승리'라는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내치는 1년 내내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치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던 자신의 대선 캠프와 러시아 정부의 내통 의혹은 1년 내내 그를 괴롭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러시아 스캔들에 대응하면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을 고집했다.
특히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지휘하던 제임스 코미를 연방수사국(FBI) 국장에서 전격 해임하면서 '충성 맹세' 논란을 일으킨 게 대표적인 사례다. 코미는 해임 후 언론과 의회 증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중단하고 충성을 맹세하라고 압박하라고 주장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부인하면서 장기간 대립이 계속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처럼 각종 주요 국정 과제가 좌절되고 러시아 스캔들로 고전하게 된 주요한 원인 중 하나로 언론을 지목하고, 대부분 주류 언론을 '가짜 뉴스(Fake News)'로 규정하면서 전면전을 벌여왔다.
또 언론을 통하는 간접적 대국민 소통 대신 트위터로 지지자들에게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트럼프식 여론전을 계속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좌충우돌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보는 미국인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엇갈린다.
'트럼프식 마이웨이'가 앞으로 얼마나 계속될지는 이 두 가지 여론 중 어느 쪽이 우세해지느냐에 달려있다는 게 중론이다.
야권과 주류 언론, 지식인층을 중심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나라 안팎으로 갈등을 조장하고 미국의 격과 역할을 떨어뜨리는 한편,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여전히 그를 백악관에 보낸 지지층의 반응은 다르다. 이들은 미국민에 일자리를 되찾아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수주의적 행보를 오히려 장점으로 꼽고, 이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은 '아웃사이더'가 진행하는 개혁 과정에서 불가피한 것으로 여긴다.



현재까지는 후자의 여론이 소수파로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과 각종 주요 국정 과제의 무산 등을 거치면서 평균 30%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에서는 대부분 주류 언론과 여론 주도층이 그를 '이상한 사람'으로 묘사하는 상황에서 30%대 지지율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불가사의한 일인 만큼, 결국 지난해 대선과 마찬가지로 최후의 승리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운명을 쥔 또 하나의 열쇠는 러시아 스캔들 수사이다.
만약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야당과 언론에서 제기해온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의 내통 혐의를 밝혀내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 주도권을 상당히 회복하고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을 더욱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이런 혐의가 드러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욱 추락하면서 '조기 레임덕'을 맞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당장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일 것으로 보인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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