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군부 통치하의 태국이 민정이양을 위한 총선을 치르는 동안 군대를 지휘할 새 육군참모총장이 총선 후 정국이 혼란하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취임한 아삐랏 꽁솜뽕(66) 태국 육군참모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그는 군부가 또 다른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내년 총선을 통한 민정이양 이후) 정치권이 폭동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삐랏 참모총장은 이어 "그동안 10차례가 넘는 군부 쿠데타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쿠데타는 정치적 불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정정 불안이 재발하면 다시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음을 암시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군주제가 도입된 이후 군부 쿠데타가 19차례 발생했다. 2014년에도 군부가 정치적 혼란을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켜 잉락 친나왓 정권을 무너뜨리고 4년 넘게 집권 중이다.

이번에 새로 취임한 아삐랏 참모총장은 차티차이 춘하완 총리 정부를 무너뜨린 1991년 쿠데타의 주역 쑨톤 꽁솜뽕 장군의 아들이다.
특히 그는 현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2014년 4월 수도권을 담당하는 육군 제1사단장으로 재직하면서 친정부-반정부 시위대 충돌이 예상되는 방콕 일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했던 인물이다.
당시 쿠데타를 주도하고 이후 4년 넘게 집권 중인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아삐랏 참모총장은 "당시 군인들은 질서를 지켜라는 명령만 받았을 뿐 정권을 잡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며 "쁘라윳 장군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나라를 위해) 희생한 것"이라며 "쁘라윳 장군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쿠데타 이후의 군부 집권을 옹호했다.
그는 이어 "육군참모총장이던 시절 쁘라윳 총리는 내 롤 모델이었다"며 "정치적인 혼란과 폭력사태가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 군대는 국민을 패퇴시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안을 촉발하고 폭탄을 만들어 나라를 고통에 빠뜨리는 사람은 물리칠 것"이라고 말했다.
태국의 현 총리인 쁘라윳은 육군참모총장 시절이던 2014년 극심한 정치갈등과 혼란을 잠재우겠다며 무혈 쿠데타를 일으켰다.

탁신 전 총리의 여동생인 잉락 친나왓 정권을 축출하고 집권한 쁘라윳 총리는 2년여간 준비 끝에 태국의 20번째 헌법 초안을 마련하고 2016년 8월 국민투표를 치러 개헌을 성사시켰다.
새 헌법에는 총선 후 5년간의 민정 이양기에 250명의 상원의원을 군부가 뽑고, 이들을 하원의 총리 선출 과정에 참여시키는 방안이 담겼다. 또 선출직 의원에게만 주어지던 총리 출마자격도 비(非)선출직 명망가에게 줄 수 있도록 했다.
군인 출신의 군부 지도자인 쁘라윳 총리에게도 추후 총리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준 것이다.
이후 개헌 후속 입법 등을 이유로 총선 일정을 차일피일 미뤄온 쁘라윳 총리는 이르면 내년 2월 24일 총선을 치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그는 내년 총선 이후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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