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LG-SK 배터리 분쟁 타결…경쟁ㆍ협력 속 세계시장 주도 기대한다

입력 2021-04-11 16:56  

[연합시론] LG-SK 배터리 분쟁 타결…경쟁ㆍ협력 속 세계시장 주도 기대한다

(서울=연합뉴스)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둘러싸고 미국에서 벌어진 LG 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분쟁이 전격 타결됐다. 양사는 11일 SK가 LG에 현금 1조 원, 로열티 1조 원 등 총 2조 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상호 간 법적 분쟁을 모두 종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합의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지난 2월 SK 측에 대해 10년 수입 금지 제재를 내린 지 근 두 달 만에, 그리고 ITC 결정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 한ㆍ미 양국 정부의 중재와 압박, 소송 장기화에 따른 경영적 부담 등이 합의에 이르게 된 배경으로 알려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끝내 ITC의 결정이 발효됐을 경우 한국 배터리 산업은 해외 시장의 핵심축 한 곳이 허물어지는 뼈아픈 상황이 발생할 뻔했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의로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등 미국 내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양사 간 분쟁은 LG가 2년 전 SK를 상대로 ITC와 미국 연방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자동차 산업이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에서 배터리 기반의 전기차로 바뀌는 대전환기에 국내 기업끼리 한가롭게 자해적 다툼이나 벌인다는 비판이 국내에서 제기됐으나 영업기밀에서 시작된 분쟁은 특허를 둘러싼 맞소송으로 번지는 등 오히려 확대일로를 걸었다. ITC의 결정이 임박하자 정세균 국무총리까지 나서 "남 좋은 일만 시킨다"며 원만한 합의를 종용했으나 허사였다. ITC 결정 이후에는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이 필요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 그리고 2천6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갈 것을 우려한 조지아주의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연방 정부에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파국 일보 직전에 극적으로 이뤄진 이번 합의로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단호한 대응이라는 원칙과 고용 창출ㆍ신산업 육성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던 미국 행정부도 큰 짐을 덜게 됐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 유럽의 친환경 정책과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협약 재가입 등의 영향으로 자동차 산업이 전기차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면서 배터리 산업은 더욱 빠르게 발전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를 휩쓴 지난해에도 시장 규모는 2019년보다 21%나 커졌다. 시장을 주도하는 나라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3국이다. LG 에너지솔루션ㆍ삼성SDIㆍSK이노베이션 등 국내 3사에 중국의 CATL과 BYD, 그리고 일본의 파나소닉까지 합쳐 6개 사의 시장 점유율은 무려 85%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2위 LG, 5위 삼성, 6위 SK가 전체 시장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거대 시장의 향후 판도를 가르는 결정적 시기에 국내 기업들이 스스로 협력과 상생의 여건을 조성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상황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듯하다. 세계적 자동차 회사인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최근 우리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파우치형이 아니라 각형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 1위인 중국의 CATL과 협력해 배터리의 상당 부분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단기적인 매출 타격뿐 아니라 전기차 배터리 '표준 전쟁'에서 국내 업계가 밀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어떤 산업 분야든 표준을 만드는 과정에서 소외되면 오랫동안 시장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우리가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경쟁자들이 분주히 움직인 결과이다. 국내 업계는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길 바란다. 선의의 경쟁을 하되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면서 넓고, 긴 안목의 미래지향적 전략을 마련하고 과감하게 실행에 옮겨야 한다. 정부도 차세대 먹거리 분야에 뛰어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마음껏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애로사항을 해결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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