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여전히 관건은 이란 비핵화

입력 2026-06-16 06:55  

[율곡로] 여전히 관건은 이란 비핵화
미-이란 '절반의 합의'…핵 폐기 쟁점엔 '동상이몽'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미국과 이란이 석 달 넘게 이어온 전쟁을 끝내기로 뜻을 모았으나, 갈 길이 멀다.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고 유가와 금융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지만, 과연 이전 협상 내용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게 있는지 냉철히 따져봐야 한다. 오는 19일 공식 서명을 마쳐도 잠정 합의 성격의 양해각서 체결일 뿐이다. 이로부터 60일간 진짜 쟁점을 놓고 진행되는 본협상이 어그러지면 언제든 휴지 조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사실상 화려한 포장지만 덧씌운 '60일 휴전 연장'이란 지적까지 나온다.



이번 전쟁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난무했던 건 본질이 이란 핵 문제란 사실을 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납득할 만한 핵 폐기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미국이 공격을 재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작지 않다. 미국의 이란 핵 불용 기조는 정권과 상관 없이 고수돼온 원칙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 행동을 불사했을 만큼 이를 관철하려는 의지가 역대 정부 중 가장 강하다. 결국 이 전쟁이 실제로 막을 내릴지는 향후 두 달간의 살얼음판 협상에서 이란이 확실한 핵 포기 의지를 보이느냐에 달렸다.

문제는 잠정 합의 후에도 이란 핵을 둘러싼 입장차가 본질적으로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이 원하는 건 완전한 비핵화다. 고농축 우라늄을 위시한 모든 핵물질을 즉각 이란 밖으로 반출하거나 영구 폐기하고, 향후 이란 내 핵물질 농축을 금지하는 게 목표다. 반면 이란은 무기급 우라늄을 보유하지 않는다는 부분에만 원칙적으로 동의했을 뿐, 국외 반출과 완전 폐기에 부정적이다. '평화적 핵 주권'을 명분으로 고농축 우라늄을 희석해 농도만 낮춰 보유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디테일'에서 양측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인 셈이니 협상 전망이 밝다고만은 할 수 없다.

미국은 이란 경제가 전쟁 피해, 원유 수출 중단, 제재 장기화로 고사 위기인 상황을 협상 지렛대로 삼는 분위기다. '행동 대 행동' 원칙 아래 이란이 핵 프로그램 해체를 단계별로 이행하는 수준에 상응해 자금 동결과 같은 각종 제재를 점진적으로 해제하려는 전략이다. 현금 보상 방안은 일단 배제됐다. 하지만 이란의 셈법은 다르다. 우라늄 농축을 멈춰 현상 유지만 할 뿐, 미국이 동결한 24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자산 중 절반을 풀어줘야 고농축 우라늄 비축분 처리 문제 등으로 교섭 대상을 확장하겠다는 기류를 보인다. 심지어 양측은 상대의 약속 이행 여부를 지켜볼 것이라며 벌써 신경전에 들어갔다.

양국 간 공식 협상이 난항을 겪을 듯한 상황에서 대화를 방해할 외부 요인도 적지 않다. 잠정 합의 과정에서 배제된 이스라엘은 "나쁜 합의는 안 하느니 못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영구적 이란 핵 불능화를 목표로 독자 행동도 서슴지 않는 이스라엘이 향후 레바논 등지에서 국지적 충돌을 일으켜 협상 판을 뒤흔들 수 있다. 이란 정부가 사실상 이원화된 점도 협상을 꼬이게 만들 수 있는 복병이다. 이란 공식 협상단이 미국과 합의한 세부 쟁점을 강경파 실세인 혁명수비대(IRGC)가 반대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란 제재 해제 수준과 관련해선 미국 의회 매파가 원칙적 강경론을 고수함으로써 유연한 조율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고유가와 금리 인상 압력에 신음해온 세계 경제가 이번 잠정 합의로 한숨을 돌렸지만, 여전히 중동의 미래는 안갯속에 있다. 핵 협상 쟁점들의 무게와 전례를 고려할 때 60일 시한은 짧다. 20여 년을 씨름했는데도 묘수를 찾지 못했던 건 그만큼 이 방정식이 복잡하단 뜻이니 두 달 만에 만족할 결과가 나올까. 다만 낙관적으로 본다면 과거와 달라진 환경도 없진 않다. 이번엔 미국이 강력한 무력시위를 한 뒤에 대화에 들어갔고, 결렬 시 더 세게 때릴 거란 엄포도 빈말로 보이진 않는다. 이란 경제가 사상 최악의 상태에 몰린 가운데 원유 수출길마저 막힌 점도 바뀐 조건이다. 과연 이란이 체제 생존 보루로 여겨온 핵을 포기하게 될까.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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