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후보 3명 일제히 승리…당내 입지 구축
민생·이스라엘 정책 비판 앞세워 돌풍…민주 지도부엔 부담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지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뉴욕 하원 민주당 예비선거(프라이머리)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이 공개 지지한 후보 3명이 모두 승리하면서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뉴욕에서는 경선 승리가 사실상 본선 승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번 결과는 취임 6개월을 맞은 맘다니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브랜드를 연방 의회까지 확장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맘다니 시장은 2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과를 두고 "뉴욕의 낡은 방식이 끝났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명령"이라며 "우리 당의 기득권층과 싸워야 할지라도, 현상 유지에 맞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도자를 유권자들은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상 뉴욕 시장들은 당내 계파 갈등이나 경선 전면에 나서는 것을 꺼려왔다. 그러나 맘다니 시장은 후보 발굴부터 기금 모금, 광고 출연에 최측근 참모 파견까지 적극 나서며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경선이 취임 초기인 맘다니 시장이 뉴욕 민주당의 권력 구조에 대한 영향력을 가늠하는 시험대였다며, 중진들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한 "성공적인 도박"이었다고 전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번 결과를 계기로 맘다니 시장이 민주당 내 새로운 권력 축으로 부상했다며 그는 "킹 메이커", "새로운 권력 브로커"로 조명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에번 로스 스미스는 "우리는 이제 조란 맘다니의 뉴욕에 살고 있다"며 "내부 갈등, 반대, 막대한 저지 자금에도 유권자들은 맘다니 시장을 진정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맘다니 시장이 지지한 후보들은 격전지에서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제10선거구에서 전 뉴욕시 감사관 브래드 랜더 후보가 친(親)이스라엘 성향 단체의 지원을 받은 현역 댄 골드먼 의원을 약 28%포인트 차로 압도했다.
흑인·도미니카계 유권자가 많은 제13선거구에서는 무명에 가깝던 민주사회주의자 다리알리자 아빌라 슈발리에가 5선 현역인의 아드리아노 에스파이아트 의원을 꺾는 이변을 일으켰다.
제7선거구에서도 클레어 발데스 주의원이 주류 세력의 지지를 받은 안토니오 레이노소 브루클린 구청장을 제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 기득권층에 대한 일침"이라며 맘다니 시장에게 의회 선거를 좌우할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킹 메이커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분석했다.

세 후보는 모두 맘다니 시장의 진보적인 경제 정책을 공유하는 동시에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이들은 치솟는 주거비와 보육비, 생활비 부담 등 경제적 불만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지원 재검토를 요구했다.
랜더 후보는 당선 후 "민주당 유권자들이 이 점을 크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며 미국의 대이스라엘 정책 재검토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욕 내 유대인 커뮤니티의 반발 속에서도 이 같은 노선이 힘을 얻은 것은 미국 민주당 진보층 내부의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사회주의 성향 후보들의 약진은 민주당 지도부에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민주당이 향후 대외 정책이나 경제 의제에서 당내 결속을 다지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CNN은 특히 브루클린을 지역구로 둔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현역 의원 2명을 잃고 새롭게 부상하는 '선동가' 무리를 마주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이를 민주당의 '급진 좌경화' 사례로 부각하며 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공화당의회위원회(NRCC)는 "민주당 기득권층이 맘다니와 당내 사회주의 세력에 공식적으로 항복했다"고 논평했다.
맘다니 시장의 우군이었으나 이번 경선에서 일부 후보를 두고 입장차를 보였던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이번 결과가 민주당 주류 세력에 보내는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이번 승리로 비영리 정치조직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진영은 현재 2석인 연방 하원 내 세력을 4석으로 늘릴 기회를 얻었다.
정치 분석가 마이클 랭은 "사회주의 좌파가 권력을 구축할 엄청난 기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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