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시민 60% "우크라 EU 가입 반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기 위한 국제회의가 25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열렸다. 서방 각국은 대출과 무기 공급 등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으나 정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폴란드와 역사 갈등에 불참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이틀간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열리는 제5회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 각국 정부와 국제기구·시민단체 등이 모여 우크라이나 지원과 재건을 논의한다. 율리아 스리비덴코 우크라이나 총리는 이번 회의 기간 총액 100억 유로(약 17조5천억원) 넘는 160건 이상의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긴급 대출금 900억 유로(약 157조5천억원) 가운데 1차분 32억 유로(약 5조6천억원)를 송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에너지 인프라와 반부패 부문에 2억9천만 파운드(약 5천900억원)를 지원하겠다고 했다. 핀란드도 무기 지원 프로그램인 우크라이나 우선요구목록(PURL)에 4천만 유로(약 810억원)를 더 내기로 하는 등 각국이 돈다발을 풀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 등 유럽을 중심으로 행정부 수반들이 대거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공동 개최국인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폴란드의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나란히 불참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023년 받은 폴란드 백독수리 훈장을 나브로츠키 대통령이 박탈하기로 결정하자 지난 20일 우체국을 통해 훈장을 폴란드에 반납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바 있다.
양국 역사 갈등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달 자국 군부대에 'UPA의 영웅들'이라는 명예 칭호를 붙이면서 폭발했다. UPA(우크라이나반란군)는 2차대전 당시 소련에 맞서 싸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무장 조직이다. 일부 부대가 나치에 협력하면서 1943∼1944년 폴란드인 약 10만명이 희생된 볼히니아(우크라이나명 볼린) 사건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폴란드 민족주의자들은 UPA 추종 세력을 네오나치로 본다.

젤렌스키 대신 참석한 스리비덴코 총리는 ()EU 안에서 공동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가려는 의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미래는 오직 진실과 상호 존중, 역사에 대한 이해를 통해 구축할 수 있다"며 우크라이나 측에 역사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는 원래 우크라이나 개혁 회의라는 이름으로 2017년부터 유럽 국가들이 모여 우크라이나의 반부패 시스템 구축과 유럽통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부터는 전후 재건으로 주제와 명칭을 바꿔 열리고 있다. 젤렌스키가 이 회의에 불참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폴란드는 개전 이후 100만명 가까운 피란민을 수용하며 우크라이나를 전폭 지원해 왔으나 역사 갈등으로 여론은 악화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이브리스(IBRiS)가 이날 발표한 설문에서 폴란드 시민의 59.7%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반대했다. 지난 2월 폴란드 여론조사센터(CBOS)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68.9%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을 찬성한다고 답했었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발발 직후 EU 가입을 신청했고 이달 중순 가입 협상을 본격 시작했다. EU에 가입하려면 협상 단계마다 회원국 만장일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안전보장을 위해 내년 1월 1일로 EU 가입 날짜를 못 박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여러분(우크라이나)은 이미 규칙이 정해진 클럽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이라기보다는 적응 과정"이라며 EU 가입 기준을 바꾸려 하지 말고 이행하는 데 집중하라고 요구했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