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량 일감 만들고 저리대출까지…미 정부, 20% 지분 획득 기대
'파산악몽'에 "시공은 다시 안 해"…'원전강국' 한국에 동업 제안한 이유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원전 건설 공기 지연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비용을 감당 못 해 파산해 주인까지 바뀐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폭적 지원 속에서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는 등 재기를 도모 중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월 31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7월 비공개로 IPO를 신청했다. 상장 시기와 규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마침 인공지능(AI) 붐 덕분에 원전 사업 환경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최대 200억달러(약 27조4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원자력 ETF(상장지수펀드)를 운용하는 엑스펀즈의 데이비드 니컬러스 대표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150억∼2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우선 예상하면서 "투자자들이 (웨스팅하우스의 원자로 노형인) AP1000에 가치를 부여한다면 200억달러를 넘는 평가액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를 300억달러 이상으로 키우는 것을 구체적인 목표로 정해둔 상태다.
작년 10월 미국 정부는 웨스팅하우스 주주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미국 내 8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는 각종 인허가 편의와 저리 대출 등 금융 지원 등을 제공한다. 그 대가로 상장 후 웨스팅하우스의 기업가치가 300억달러를 초과하면 지분 20%를 갖게 된다.
웨스팅하우스는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서 보글 원전을 건설하다가 불어난 비용을 감당 못 해 지난 2017년 파산했고, 이후 주인이 바뀌는 악몽을 겪었다.

당초 이곳에서 원전 2기를 짓는데 140억달러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기가 7년가량 지연되면서 최종적으로 건설 비용이 300억달러를 넘었다.
이 여파로 당시 일본 도시바가 소유한 웨스팅하우스는 파산했다.
이후 2023년 캐나다 기업들인 사모펀드 브룩필드와 우라늄 광산 업체 카메코가 80억달러에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했다. 직접적인 파산 원인이 된 원전 건설 사업 분야의 가치는 전혀 인정하지 않고, 안정적인 핵연료 제조와 원전 서비스 사업 부문 가치만 매겼다.
'원전 부흥'을 밀어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AI 붐이 촉발한 전력 수요 급증은 이렇듯 사세가 크게 약해진 웨스팅하우스가 다시 화려한 재기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이 됐다.
댄 섬너 웨스팅하우스 최고경영자(CEO)는 WSJ과 인터뷰에서 "원자력 없이 AI 인프라 확충과 에너지 안보를 달성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길은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원전 확충을 추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현재 약 100GW(기가와트)인 원전 설비용량을 400GW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내걸고, 2030년까지 원전 10기 착공을 중간 목표로 제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안팎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AP1000 노형 원전 기술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가 이 같은 원전 확충의 핵심 플레이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전폭 지원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바깥에서도 적극적으로 웨스팅하우스의 일감 조성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은 지난 7월 사우디아라비아와 원자력협정(123 협정) 체결에 합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웨스팅하우스가 사우디에 AP1000 원자로를 독점 공급할 것으로 전망된다. 웨스팅하우스가 따낼 계약 규모만 수십억달러(NYT), 30년간 유효한 이 협정의 경제적 효과가 수백억달러(WSJ)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원전 종합 시공 과정에서 파산의 악몽을 겪은 웨스팅하우스는 이제는 종합 시공사로 나서 직접 원전을 건설하는 위험을 직접 부담하지는 않겠다는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같은 배경에서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시공 분야에서 신뢰할 만한 경험을 가진 한국을 '시공 파트너'로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동업'을 제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이 관세와 연계된 무역 합의의 일환으로 작년 한국과 일본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받기로 약속받은 가운데 미국은 일본과 한국의 투자금 일부를 자국 원전 부흥에 일부 투입하겠다는 구상도 구체화하는 모습이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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