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분투칼럼] 선언에 갇힌 유엔 결의안…한국, '평등한 지구'의 실행자로

입력 2026-09-24 07:00  

[우분투칼럼] 선언에 갇힌 유엔 결의안…한국, '평등한 지구'의 실행자로

[우분투칼럼] 선언에 갇힌 유엔 결의안…한국, '평등한 지구'의 실행자로
박기태 반크 단장



[※ 편집자 주 = 연합뉴스 글로벌문화교류단이 국내 주요 대학 아프리카 연구기관 등과 손잡고 '우분투 칼럼'을 게재합니다. 우분투 칼럼에는 인류 고향이자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여러 교수와 전문가가 참여합니다. 아프리카를 다양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분석하는 우분투 칼럼에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기대합니다. 우분투는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뜻의 아프리카 반투어로, 공동체 정신과 인간애를 나타냅니다.]



◇ 450년의 왜곡을 깬 뉴욕의 외침…"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시작된다"
2026년 9월 4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 총회장에서는 대단히 조용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인식을 뒤흔든 세계사적 일대 사건이 일어났다. 서아프리카의 토고가 아프리카연합(AU)을 대표하여 상정한 '이퀄 어스(평등한 지구) 세계지도 권고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져, 참석국의 압도적인 지지 속에 찬성 164표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통과된 것이다. 6개국이 기권했고,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미국 단 한 곳뿐이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프랑스, 일본 등 대다수 회원국이 지도 위에 드리워진 왜곡을 걷어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 소식은 현재 전 세계 주요 외신 보도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의 글로벌 인플루언서들을 통해 수많은 세계인에게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이 결의안의 핵심은 명료하다. 1569년 네덜란드의 지리학자 게라르두스 메르카토르가 고안한 이래 무려 450년 넘게 전 세계 교실과 미디어, 출판물, 그리고 오늘날의 디지털 스크린을 장악해 온 메르카토르 도법 대신, 대륙과 국가 간의 실제 물리적 면적 비율을 정직하게 보존하는 '이퀄 어스' 등 등적도법(등면적 도법)을 공식 채택하라는 권고다. 표결 직후 연단에 선 토고의 로베르 뒤세 외무장관은 국제사회를 향해 묵직한 울림을 던졌다. "공정한 세계는 공정한 지도에서 출발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순한 항변이 아니었다.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의 평면적 나열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인류의 시선과 무의식을 형성하는 첫 번째 틀이라는 통찰이었다. 지도가 어떤 대륙을 중심에 두고, 어떤 민족의 삶터를 더 크고 웅장하게, 혹은 더 왜곡되고 초라하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인간의 존엄성과 국가 간 힘의 관계가 규정된다는 고발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어릴 적부터 교실 벽면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보아온 메르카토르 도법은 항해사들이 나침반 하나로 바다를 건너기 위해 방위각을 정확히 맞추는 용도로 만든 특수 도법이다. 둥근 지구를 원통형 평면에 투영하는 구조적 한계 때문에 적도에서 멀어져 양극단, 즉 고위도로 올라갈수록 면적이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 그 결과 실제 면적이 약 216만㎢에 불과한 그린란드가 지도 위에서는 약 3천만㎢에 달하는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과 거의 1대 1로 맞먹는 크기로 둔갑한다. 실제 아프리카는 그린란드보다 14배나 넓으며, 미국과 중국, 인도, 서유럽 전체를 다 집어넣고도 남는 광활한 대륙이다.
그러나 메르카토르 지도가 심어준 시각적 세뇌는 치명적이었다. 유럽과 북미, 러시아 등 북반구의 고위도 강대국들은 지도 한가운데서 실제보다 거대하고 위풍당당하게 묘사된 반면,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등 적도 부근의 저위도 개발도상국들은 터무니없이 왜소하게 축소되었다. 이는 지난 세기 동안 서구 중심주의와 제국주의적 팽창을 정당화하고, 남반구 국가들을 '작고 무력하며 끊임없이 원조를 받아야 하는 나약한 변방'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무의식적 편견의 온상이 되어 왔다. 유엔의 이번 결의는 이 뿌리 깊은 450년의 시각적 착시를 깨고, 200개 독립 국가가 대등한 지표면의 크기로 서서 인류 공동의 미래를 논의하자는 전 지구적 외침이었다.



◇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침묵과 각자도생… '종이호랑이'가 될 위기의 결의안
하지만 외교의 현실은 냉혹하다. 유엔 총회 결의안은 인류의 도덕적 양심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대변할지언정, 조약과 같은 법적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 강제 집행 권한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다. 국제기구가 아무리 훌륭한 결의안을 채택하더라도, 각국 정부가 법과 제도를 바꾸지 않고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을 수정하지 않으며 교육 현장이 꿈쩍도 하지 않는다면, 그 결의안은 유엔 도서관 서가 한구석에 먼지 쌓인 수많은 권고안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만다.
더욱 뼈아픈 현실은 지금의 국제정세다. 지구촌의 규범을 선도하고 국제기구 결의를 실행에 옮겨야 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대 상임이사국은 현재 자국의 절박한 위기와 패권 전쟁 속에 갇혀 있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며 기득권적 현상 유지를 고수했고, 내부적으로는 극단적인 정치적 분열과 대외적 패권 유지에 몰두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과 전쟁 지속에 모든 국력을 쏟아붓고 있으며, 중국은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에서 갈등, 미국과 AI 기술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국내 정치적 양극화와 경제 침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산하고 있는 유럽 안보 위기를 감당하느라 전 지구적 인식 개선과 같은 근본적 의제에 리더십을 발휘할 여력이 없다.
강대국들이 각자도생의 정글 속에서 신냉전의 성벽을 쌓는 동안, 아프리카연합(AU)이 피를 토하듯 던진 "지도를 바로잡자"는 호소는 성과 없이 흩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강대국들에는 지도의 왜곡을 바로잡는 일 따위가 당장 눈앞의 무기 공급이나 관세 장벽보다 시급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대로 둔다면 유엔 결의안은 한순간의 일회성 외교 뉴스거리로 소비되고 끝날 것이다. 전 세계 수억 명의 청소년들은 과거에 이어,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교실에서 그린란드가 아프리카만 하다고 배울 것이며, 전 세계를 잇는 빅테크의 지도 서비스는 여전히 북반구를 부풀려 보여줄 것이다. 누군가는 이 거대한 공백을 메워야 한다. 결의안의 종이 문서를 실제 살아 움직이는 교실의 교과서로, 소프트웨어 코드로, 매일 아침 펼쳐보는 디지털 화면으로 각각 옮겨내는 '실행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 왜 대한민국인가…이름의 주권에서 크기의 존엄으로
그렇다면 누가 이 거대한 지적·문화적 전환을 이끌어야 하는가. 필자는 대한민국이 도전해야 한다고 확신한다. 한국은 이 역사적 과업을 짊어질 정당성과 실천적 역량을 두루 갖춘 나라다.
첫째, 대한민국은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의 쓰라린 상처를 직접 겪어본 나라다. 20세기 초 영토와 주권은 물론, 언어와 민족의 이름, 지역의 고유 지명마저 송두리째 빼앗겼던 우리는 힘의 논리에 의해 국가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고 축소되는 아픔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알고 있다. 전쟁의 폐허와 절대적 빈곤을 딛고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낸 한국의 근현대사는 남반구의 무수한 개발도상국들에 살아있는 희망이자 거울이다. 우리는 과거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 국가를 침략했던 제국주의 강대국들처럼 식민지 침탈의 원죄를 지니지 않았으며, 동시에 개도국들이 겪고 있는 소외와 왜곡의 고통을 가장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선진국이다.
둘째, 한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왜곡된 지리 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의 벽을 두드려온 독보적인 시민 외교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반크를 비롯한 한국의 시민사회와 청년들은 세계지도 속에서 사라졌던 '동해'의 이름을 복원하고, 일본의 억지 주장 속에 갇혀 있던 '독도'의 올바른 주권을 지켜내기 위해 전 세계 지도 제작사, 백과사전, 포털 사이트, AI(인공지능) 빅테크 기업 등을 상대로 쉼 없는 싸움을 벌여왔다. 1999년 당시 전 세계 지도의 97% 이상이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고 있었으나, 끈질긴 설득과 데이터 축적, 글로벌 연대를 통해 동해 병기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린 역사가 바로 우리의 발걸음이었다.
왜곡된 지도 위에서 우리의 온전한 이름을 되찾고자 싸웠던 그 치열함은, 이제 자신의 온전한 '크기'와 '존엄'을 되찾고자 하는 아프리카와 지구촌 남반구의 절박한 외침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름의 주권을 지키는 일과 면적의 주권을 지키는 일은 전혀 다르지 않다. 둘 다 힘 있는 자들이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제국주의적 세계관의 질서를 거두어내고, 인류 공동의 올바른 진실을 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타인의 존재를 축소하고 깎아내리는 시선 속에서는 그 누구도 진정한 평화와 번영을 누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매달 이 연재를 통해 강조해 온 아프리카의 위대한 연대 철학, '우분투'(네가 있기에 내가 있다)의 정신이다. 아프리카가 왜곡된 지도 속에서 제 크기를 회복할 때, 대한민국 역시 세계로부터 진정한 문화적·도덕적 존경을 받는 성숙한 국가로 설 수 있다.

◇ K-컬처를 넘어 세계 평등 질서로…2억 한류 팬과 다극화 시대의 중재자
여기서 우리는 대한민국이 지닌 가장 강력하고도 결정적인 무기를 직시해야 한다. 바로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서 위상과 소프트파워다. 오늘날 한국은 반만년 역사 이래 최대 규모인 전 세계 2억 명 이상의 글로벌 한류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K-팝, K-드라마, 영화, 웹툰 등 한국의 대중문화와 미디어 콘텐츠는 지구촌 청년 세대의 일상과 가치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문화적 영향력이 주로 한국의 역사, 음식, 관광, 언어 등 '한국적인 것'을 해외에 알리는 문화 홍보의 차원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그 차원을 근본적으로 뛰어넘어야 할 때다. 세계적인 대중미디어 파급력을 가진 나라가 그 막강한 문화적 확산력을 활용해 '세계의 구조적 모순을 치유하고 인류 보편의 평등 질서를 구축하는 일'에 앞장선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한국의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 2억 명의 글로벌 한류 팬덤이 '평등한 세계를 위해 왜곡된 지도를 바꾸자'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한국의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들이 이퀄 어스 지도를 표준으로 송출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기존 유엔의 외교적 의전을 능가하는 한국발 글로벌 인식 혁명이 될 것이다.
지금 국제사회는 유엔 상임이사국 중심의 일방적 패권 체제가 무너지고, 글로벌 사우스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다극화'와 '외교 다변화'의 시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대전환기 속에서 한국이 아프리카와 개도국들의 공간적 주권을 회복시키는 일에 문화적 영향력을 전폭적으로 투입한다면, 한국은 서구 중심의 구질서와 신흥 다극 세력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류의 공통 규범을 창출하는 '가장 신뢰받는 글로벌 중재자'로 우뚝 설 수 있다. 2억 명의 한류 팬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함께 지구촌의 새로운 평등 질서를 만들어가는 강력한 글로벌 공공외교의 주체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 선언을 현실로 만드는 힘…전국 1만 학교 배포와 디지털 실천
선언은 허공을 떠돌지만, 구체적인 도구는 인간의 인식을 바꾼다. 유엔 결의안이 통과된 직후, 필자가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청년들과 함께 곧바로 총회장 밖에서 가장 빠르고 과감한 실행에 돌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청년들은 단순한 환영 성명 발표에 머물지 않고, 전 세계 교육 현장과 디지털 세계에서 이퀄 어스 지도가 당장 쓰일 수 있도록 전면적인 실천 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위해 필자는 '빨리빨리'라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한국인답게 AI 바이브 코딩을 통해 3시간 만에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퀄 어스' 유엔 결의안을 세계에 실천하는 독자적인 캠페인 플랫폼인 'equalearth.one'을 구축했다.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분명했다. 그동안 많은 교육자와 공공기관, 웹 디자이너, 언론인들이 메르카토르 지도의 왜곡을 알면서도 이퀄 어스 지도를 쓰지 못했던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정작 실무에서 손쉽게 가져다 쓸 수 있는 고품질의 디지털 데이터와 인쇄용 파일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사이트는 이퀄 어스 세계지도를 웹 브라우저용 소형·중형 이미지부터 프레젠테이션용 대형 파일, 대형 인쇄가 가능한 초고해상도 원본 및 인쇄용 PDF까지 다양한 포맷으로 제작해 조건 없이 전면 무료로 개방했다. 나아가 한국어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이 활용할 수 있는 영문판 지도를 함께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특히 영문판 이퀄 어스 지도에는 우리의 소중한 영토와 바다인 'Dokdo'(독도)와 'East Sea'(동해)를 선명하게 단독 표기했다. 지구촌의 공간적 정의를 회복하는 동시에 대한민국의 정당한 영토 주권 정보를 자연스럽게 결합하여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문화 외교적 전략이다.
나아가 한국 청년들과 함께 국내 1만 개 초·중·고등학교 교실에 이퀄 어스 지도를 보급하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지도를 다운로드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선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곧바로 토론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학교·기관 활용 가이드', '학생용 수업 활동지', '교사용 지도 안내서'를 패키지로 개발해 무료 제공하고 있다. 아이들이 활동지를 펼쳐 들고 아프리카 대륙 안에 직접 대한민국과 유럽, 미국을 오려 붙여보며 '아프리카가 이렇게 거대했구나', '우리가 보아온 세계지도가 서구의 눈으로 부풀려진 착시였구나'를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이 가야 할 목표는 명확하다. 국내 1만 개 학교의 실천 데이터를 집계하여,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초·중·고등학교로 이 캠페인을 확장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실에서 시작된 이 작은 불씨는 전 세계 2억 명 한류 팬을 보유한 문화강국 대한민국의 위상과 맞물려, 이제 전 지구적 평등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위대한 디지털 독립운동으로 계승될 것이다. 각국 청소년들과 세계 시민들이 자국의 교육부와 학교에 이퀄 어스 지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글로벌 시민행동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번져나가길 기대하고 있다.

◇ 빅테크와 글로벌 남반구…두 개의 전선에서 벌어지는 인식 혁명
이퀄 어스 지도의 확산은 단순히 교실 벽면의 종이 포스터를 바꾸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21세기 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두 가지 핵심 전선과 직결되어 있다.
첫 번째 전선은 '글로벌 빅테크의 알고리즘과 인터페이스 개혁'이다. 오늘날 현대인들이 지도를 만나는 가장 보편적인 공간은 종이책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다. 구글 맵, 애플 지도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모바일 및 웹 지도 서비스의 기본 2D 뷰에서 여전히 메르카토르 도법을 표준으로 고수하고 있다. 수십억 명의 인류가 매일 손가락으로 화면을 축소할 때마다, 북반구는 과장되고 남반구는 초라하게 쪼그라드는 시각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주입받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제 글로벌 빅테크를 향해 정당한 기술적 전환을 요구해야 한다. 전체 지구를 조망하는 화면에서 왜곡 없는 등적도법(이퀄 어스)을 기본 뷰로 채택하도록 정책적 압박을 가하고, 기술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인류의 편견을 강화하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도구로 거듭나게 만드는 '디지털 인권 운동'이다.
두 번째 전선은 '글로벌 남반구와의 미래 연대'다. 아프리카는 평균 연령 19세의 젊은 대륙이자, 인공지능과 첨단 산업의 필수 광물이 매장된 21세기 글로벌 사우스의 심장이다. 그러나 우리는 오랫동안 서구 미디어가 덧씌운 가난과 질병, 분쟁의 프레임 속에서 아프리카를 바라보았다. 그 편견의 밑바닥에는 항상 메르카토르 지도가 만들어낸 심리적 위축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국이 앞장서서 아프리카의 크기와 존엄을 회복시키는 일에 나설 때, 아프리카의 55개국과 젊은 14억 인구는 한국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이자 동반자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그 어떤 통상 외교나 원조 사업보다 강력한 문화적 신뢰 자산이 된다.

◇ 200개 나라가 대등한 세계를 향하여…한국의 새로운 국가 브랜드
유엔의 이퀄 어스 결의안 채택은 인류가 지난 450년간 맹목적으로 추종해 온 '기울어진 시선'에 던진 통렬한 파열구다. 그러나 그 파열구를 넓혀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은 결의안 통과라는 외교적 의전이 아니라, 흙먼지 날리는 현장에서 시작되는 집요한 실천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는 강대국들의 눈치를 보며 그들이 짜놓은 질서의 주변부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인류 보편의 평등과 정의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선도국가로 도약할 것인가. 세계 AI 3대 강국과 글로벌 AI 허브를 선언한 대한민국 정부에 제안한다. 정부는 이제 우리 초·중·고교의 국가 교육과정과 디지털 교과서, 국가 공간정보 포털, 그리고 공공 메타버스 플랫폼의 기본 표준 지도에 이퀄 어스 등적도법을 전면 도입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한국 정부가 공공 영역에서 선도적으로 표준을 확립할 때, 우리는 유엔을 향해 당당히 외칠 수 있다. "우리는 결의안에 찬성표만 던진 것이 아니라, 온 나라의 시스템을 바꾸어 이를 전면 실행했다"고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21세기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품격 있는 소프트파워이자 '우분투 외교'의 정점이다. 힘으로 상대를 굴복시키는 하드파워가 아니라, 억눌리고 왜곡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인류 문명의 맹점을 바로잡아 200개 나라가 대등하게 공존하는 플랫폼을 깔아주는 나라.
반크가 국내 1만 학교에서 일으킨 이퀄 어스 지도의 물결은 단순한 종이 배포 운동이 아니다. 그것은 기존 인류의 문명을 넘어 AI라는 새로운 문명시대를 열어가야 할 우리 청소년들에게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보는 맑은 눈을 선물하는 교육 혁명이다. 식민주의의 마지막 잔재를 걷어내는 문화 독립운동이다. 지구촌 남반구와 손잡고 진정한 평등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대한민국의 담대한 국가 비전이다.
지도를 바꾸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세계가 바뀐다. 결의안을 발의한 것은 아프리카 55개국을 대변하는 나라 토고였다. 하지만 그 결의안에 피와 살을 붙여 전 지구적 현실로 완성해 내는 주인공은 바로 대한민국이어야 한다. '선언'을 '역사'로 바꾸는 위대한 여정에, 이제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계, 기업, 그리고 모든 세계 시민이 다 함께 응답할 때다. 우리가 아프리카 토고발 외교 뉴스를 아시아 한국발 '위대한 실천의 역사'로 완성해 나가자.

※ 외부 필진 기고는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박기태 단장
현 반크 단장, 경기도 인공지능위원회 위원, 직지 홍보대사 활동 중, 재외동포청 정책자문위원, 재외동포정책실무위원, 외교부·대검찰청 정책자문위원, 청와대 청년위원회 위원, 국가브랜드위원회 자문위원, KOICA 홍보전문위원, 국제교류재단 공공외교홍보대사, 서울시 홍보대사 등 역임. 저서 'AI 외교관: 세계를 이끄는 반크의 외교 혁명'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삼성전자트럼프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