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향기] "트럼프 패밀리, 제발 우리 옷 입지마!"

입력 2017-01-30 15:54  

유럽 명품 고집하던 트럼프 일가…대통령 당선 후 미국 브랜드 즐겨 입어

당사자인 패션업계는 '손사래' 트럼프의 인종·성차별 발언으로
이미지 개선보다 타격 가능성…협찬 중단·디자인 거부 이어지기도



[ 이수빈 기자 ]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그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하늘색 랄프로렌 앙상블을 입었다. 하늘색 원피스에 터틀넥과 어깨선이 둥근 쇼트 재킷을 걸쳤다. 재킷 소매는 4분의 3 길이였다. 여기에 팔꿈치까지 오는 스웨이드 장갑을 꼈고, 옷과 같은 하늘색 스틸레토 힐 차림으로 등장했다. 액세서리는 거의 착용하지 않았다. 귀에 달라붙게 디자인된 다이아몬드 귀걸이만 보였다. 머리 스타일은 느슨하게 올린 ‘업스타일’이었다.

이날 멜라니아의 코디는 한마디로 1960년대 미국 복고풍이었다. 이를 두고 영국 가디언은 “재클린 케네디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재클린 케네디는 멜라니아가 평소 롤모델로 삼았던 인물이다. 이날 멜라니아의 대변인은 “트럼프 당선자의 45대 대통령 취임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고려해 미국의 새 영부인은 미국의 패션을 바꿔놓은 미국 디자이너의 옷을 입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전까지 대통령 취임식에서 영부인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 드레스를 입었다. 소박하고 겸손해보이기 위해서였다. 또 신진 디자이너 옷을 입으면 진취적으로 보이는 효과도 있었다. 미셸 오바마는 취임식 날 제이슨 우 드레스를, 로라 부시와 힐러리 클린턴은 지역 디자이너의 옷을 입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취임 당시 제이슨 우는 일반인 사이에서 생소한 디자이너였다. 미셸이 입은 뒤 유명해지면서 해외 진출 길이 열리고 미국 내 매장 수도 늘었다. 대통령 부인의 옷차림이 패션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사례로 평가된다.

트럼프 일가는 그동안 구찌 등 유럽 명품만 좋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 이후 민심을 의식해서인지 미국 디자이너가 만든 의류를 입기 시작했다. 20일 취임 전 만찬에서 멜라니아는 레바논 출신 미국 디자이너 림 아크라가 디자인한 반짝이는 시퀸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몸매 굴곡이 드러나고 빛을 반사하는 디자인이다. 이날 장녀 이방카 트럼프는 오스카 드 라 렌타의 비스포크 드레스를, 티파니 트럼프는 앤 보웬의 크림색 드레스를 입고 나왔다. 이들 디자이너도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다.

그러나 미셸과 달리 트럼프 일가가 미국 패션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패션업계에서는 트럼프 일가가 착용했다는 게 알려지면 브랜드 이미지가 개선되기보다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좋아하는 이탈리아 슈트 브랜드 브리오니는 트럼프에 대한 협찬을 중단하기도 했다. 소피 실렛, 톰 포드, 데릭 램, 마크 제이콥스, 필립 림 등 디자이너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멜라니아의 드레스를 디자인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 차별과 성 차별, 외국인 차별 발언을 참을 수 없다”고 했다.

반대로 트럼프 일가로 인해 ‘노이즈 마케팅’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방카는 작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세운 패션 브랜드 ‘이방카 트럼프’의 분홍색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드레스 가격은 138달러(약 16만원)였다. 그가 다음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해당 드레스를 판매하는 온라인몰 링크를 올리자 하루 만에 드레스가 모두 팔리기도 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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