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반도체 투자속도 지금보다 10배 빨라야…안그러면 시장 위축될 것"

입력 2026-07-11 02:00  

최태원 "반도체 투자속도 지금보다 10배 빨라야…안그러면 시장 위축될 것"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서 “과거보다 10배 빨리 움직여야 한다”며 “공급 빨리 늘리지 않으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회장은 10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기업공개(IPO)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밝히며 “일반 소비자용 반도체 시장도 있는데 메모리가 너무 비싸지면 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또 한국 SK하이닉스의 액면분할 가능성에 대해 “아직 내부에서 보고받진 않았지만, 요청받는다면 검토해볼 수 있다”고 답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주가가 크게 올랐다. 왜 지금도 투자자들이 SK하이닉스를 사야 하나.
“주가가 어떻게 될지는 제가 회장이라고 해서 말씀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건 금융시장에서 판단할 문제다.

제 역할은 지금의 ADR 공모가인 149달러보다 기업가치가 떨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 미래 성장 가능성을 더 많이 만들어내고, 그 잠재력을 실제 행동으로 옮겨야 주가도 반영돼 올라갈 수 있다.

지금은 일반적인 금융시장 논리와는 조금 다른 특별한 상황이다. 계속 투자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렇다고 빚을 내서 투자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우리 돈만으로 다 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과거보다 훨씬 가벼운 자본 구조로 공급을 늘려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

이제는 메모리 반도체를 잘 만드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AI 기술에 더 접근할 새로운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은 속도다. 과거에도 이런 일을 했지만, 지금은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 하이닉스의 실행력을 믿고 있다.”

▶키옥시아 지분은 어떻게 할 것인가.
“키옥시아 지분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키옥시아도 조금 더 모멘텀이 생기고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어떻게 지속가능하게 가져갈지, 회수할지, 전략적으로 활용할지 판단하겠다.”

▶미국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한다고 했는데 D램 공장인가, HBM 공장인가. 어느 정도 단계까지 검토했나.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 요청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조업을 미국으로 되돌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그런 요구가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다. 공식 요청이냐 아니냐는 큰 의미가 없다.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지으려면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전력과 깨끗한 용수, 대규모 부지가 있어야 한다. 지금은 공장을 조그맣게 여러 곳에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조건을 갖춘 곳이라면 미국이든 전 세계 어디든 상관하지 않겠다. 지금은 무엇보다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걱정하는 것은 공급을 빨리 늘리지 못하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은 AI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일반 소비자용 반도체 시장도 있는데 메모리가 너무 비싸지면 시장이 쪼그라들 수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공급을 늘려야 한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 투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 때문인가.
“기업은 정치 일정에 맞춰 움직이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미국은 가장 큰 시장이고 미국 고객들은 공급망 안정성을 원하고 있다. 우리는 고객을 보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고 한국에 덜 짓는 것이 아니다.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전체 생산능력을 더 늘려야 하는 것이다.

마이크론도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는 미국 시장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도 그런 선택지를 검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국 SK하이닉스 주식의 액면분할을 검토하고 있나.
“아직 CFO로부터 그런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 하지만 요청이 오면 검토는 할 수 있다. 세상에 검토하지 못할 것은 없다. (송현종 SK코퍼레이트센터 사장에게) 검토할 수 있죠?”
(송 사장)“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은 얼마나 위협적인가.
“실질적인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AI 기술 포트폴리오를 계속 확대해야 하고 메모리 솔루션도 계속 고도화해야 한다. 중국도 빠른 속도로 따라올 것이다. AI 시장 성장으로 중국 업체들도 충분히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우리만 좋은 것이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같은 시장의 혜택을 받고 있다. 경쟁이 빨라질 것이라는 점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메모리 산업은 결국 사이클 산업인가.
“구조적인 변화는 이미 일어났다. 과거와 똑같은 사이클은 아니다. 다만 사이클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문제다. 지금은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가 공급을 늘리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다.

AI에서 토큰 사용량이 늘어나면 KV 캐시도 늘어나고 결국 저장해야 하는 메모리도 함께 늘어난다.

지금 AI는 아직 네다섯 살짜리 아이와 같다. AGI까지 가려면 계속 학습해야 하고 애플리케이션도 계속 늘어난다. 그 과정에서 메모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HBM을 덜 쓰는 기술이나 압축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저장해야 하는 메모리 총량이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KV 캐시(Key-Value Cache)는 거대언어모델(LLM)이 문장을 생성할 때, 이전에 계산한 각 토큰의 키(Key)와 값(Value) 정보를 메모리에 저장해 두었다가 다음 토큰을 생성할 때 재사용하는 기술. 이를 통해 매번 모든 연산을 다시 수행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결과적으로 문장 생성 속도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핵심 최적화 기법.)

▶뉴욕에서 고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뉴욕에 오기 전 캘리포니아에서 고객들을 만났는데 모두 같은 이야기를 했다. ‘메모리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느냐’ ‘생산량을 어떻게 늘릴 것이냐’는 질문뿐이었다.

AI 수요의 병목은 결국 KV 캐시를 어디에 저장하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예전에는 AI 서비스 요금을 GPU 사용시간 기준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이제는 KV 캐시를 얼마나 저장하느냐에 따라 과금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모든 고객이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메모리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돈만 있다고 공장을 지으면 바로 생산이 되는 산업이 아니다. 최대한 속도를 높여 공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HBM4 공동개발과 관련해 TSMC와의 관계는 어떻게 보나.
“TSMC는 이제 우리의 중요한 파트너이고, 우리도 TSMC의 상당히 큰 고객이 됐다. 지금은 큰 고객으로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는 관계라고 설명할 수 있다.”

▶나스닥 상장이 SK하이닉스 전략에 갖는 의미는.
“가장 큰 의미는 재무적 선택지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ADR을 활용해 글로벌 인재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할 수 있게 됐고 글로벌 자본시장 접근성도 높아졌다.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운 것이다. 앞으로 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 한국 주식시장의 파이를 빼앗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 AI 투자회사는 어떤 방향으로 추진하나.
“우리에게는 AI 기술이 더 필요하다. 원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투자해야 하고 고객, 파트너와 공동 연구개발도 해야 한다. 미국 내 연구개발도 계속 확대할 생각이다. 이제는 메모리 엔지니어뿐 아니라 AI 전문가도 훨씬 많이 필요하다. 아직 전략은 계속 발전시키고 수정하는 단계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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