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3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수입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거나 집행이 미흡한 60개 교역국에 24일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USTR은 조사 대상국의 강제 노동 금지 조치 이행 수준에 따라 관세율을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강제 노동 수입 금지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거나 상호무역협정(ART)을 통해 도입을 약속한 캐나다, 멕시코, 영국 등 17개국에는 10% 관세가 부과된다. 유럽연합(EU)과 대만은 합계 관세가 10% 이내로 상한이 설정되었다.
반면 수입 금지 체계가 미비한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나머지 국가에는 12.5%의 관세가 적용된다. 한국과 일본, 스위스는 최혜국(MFN) 관세와 301조 관세를 합산한 총 관세율이 12.5%를 넘지 않도록 조정된다.
이번 조치는 지난 2월 미국 연방 대법원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은 상호관세 및 펜타닐 관세의 대체 관세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대법원에서 제동을 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10%)를 즉각 발표했다. 하지만 122조 글로벌 관세의 유효기간은 150일에 불과하다. 이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이 24일이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정부가 23일까지 이와 관련한 새 관세조치를 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트럼프 정부는 궁극적으로 무역법 301조를 이용해 국가별 및 산업별 관세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추가로 시간을 벌기 위해 301조에 적당한 명분을 붙여서 실질적으로 글로벌 관세를 대체하는 전략을 짰다.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의 유통에 관한 301조 관세는 이를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관세'다. 향후 공급과잉 및 디지털 무역 등에 관한 조사 내용이 추가되고, 국가별 협의 과정을 거쳐 최종 관세율이 확정될 경우 합산 관세율의 상한을 정하는 식으로 강제노동 관세는 실효성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USTR은 미국 내 공급이 불가능한 원자재나 관세 부과 시 경제 전반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제품 등 471개 이상의 품목은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설명했다. 면제 대상에는 특정 동물성 제품, 종자, 목재, 반도체 제조 장비, 의약품 원료 등이 포함됐다.
이날 USTR 발표 내용 중에는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4개국에 대한 '3년 한시적 관세 할당(TRQ) 제도'가 포함됐다. 4개 국가가 강제 노동 위험이 큰 타국산 원자재 대신 미국산 면화 및 섬유 원재료를 사용할 경우 특정 의류 제품에 대해 301조 관세를 면제해 주는 방식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번 조치가 "현대판 노예제인 강제 노동을 글로벌 공급망에서 뿌리 뽑고 미국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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